▲제11차 아시아칼빈학회에 참석한 각 나라 칼빈학자들. 왼쪽부터 이수영 목사, 와타나베 박사(일본), 이종윤 목사, 정성구 박사, 칼라아펠루 교수, 헤르만 셀더하위스 교수(네덜란드). ⓒ김진영 기자

제11차 아시아칼빈학회 학술대회가 17일 오후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총장 정일웅)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칼빈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막을 올렸다.

‘21세기를 위한 칼빈’(Calvin for the 21st century)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오는 19일까지 열리고, 이 기간 동안 각국의 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한 칼빈 관련 논문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는 이날 개회예배에서 아시아칼빈학회 회장인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가 인사말을 전하는 것으로 그 첫 막을 올렸다. 이 목사는 “아시아칼빈학회는 지난 1985년 처음 시작됐다. 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일본의 저명한 칼빈학자인 와타나베 박사의 주도로 일본과 한국, 대만의 학자들이 모였다”며 “지금까지 학회를 통해 아시아의 칼빈 연구가 상당히 발전됐다. 물론 구미의 학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격차를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 14년 동안 맡아온 아시아칼빈학회 회장직을 대만의 정양은 교수에게 이임했다. 그는 “최근 이 학회의 활동이 다소 침체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절대적 원인은 (회장인) 내가 목회활동으로 학회를 좀 더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회장직을 대만의 정양은 교수께 이임한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 새 회장을 중심으로 아시아칼빈학회가 세계적으로 그 위상을 떨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회예배 설교는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원로)가 전했다. 이 목사는 이수영 목사와 함께 국내 정통 칼빈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칼빈 탄생 500주년 땐, 칼빈탄생500주년기념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행사를 치렀다.

▲설교하고 있는 이종윤 목사. ⓒ김진영 기자
이 목사는 “칼빈이 남긴 기독교강요는 다름 아닌 성경 강해서”라며 “종교개혁가였던 그는 온몸으로 종교개혁의 핵심 가치인 ‘오직 성경으로만’을 외쳤던 사람이다. 기독교강요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데 성경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혹적인 음악이나 감동적인 간증과 호소가 성경과 함께 필요하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 세상이 아무리 악하고 험해도 오직 하나님 말씀만으로 충분하다고 성경이 우리에게 증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목사는 “오늘 많이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성숙하지 못한 미진아로 사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하셨는지 성경을 통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우리가 그 어떤 교양과목을 통해 성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목사는 “칼빈은 개혁신앙을 주장하면서 폭력과 도박, 음탕한 춤과 간음, 강간으로 가득한 제네바를 개혁해 나갔다. 이 때 그의 무기는 오직 성경 뿐이었다”며 “그 결과 제네바가 변화되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전 유럽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21세기를 맞은 교회와 사회엔 여전히 칼빈이 필요하다. 아시아칼빈학회가 칼빈처럼 오직 말씀을 사랑하고 성경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전세계 교회에 전파하는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축사한 총신대 총장 정일웅 박사는 “21세기는 포스트모던의 가치가 지배하는 시대”라며 “종교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신학의 정체성이 어느 때보다 분명해야 한다. 아시아칼빈학회가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에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NCCK 김영주 총무 역시 “한국교회는 칼빈의 정신에 따라 새롭게 개혁될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칼빈학회를 통해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다시금 발견하고, 한국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깊은 영감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칼빈학회 회장 안인섭 교수(총신대)는 “이번 아시아칼빈학회는 지금으로부터 5백년 전 사람인 칼빈의 신학과 가르침이 이 시대, 여전히 의미 있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보는 자리”라며 “칼빈은 성경에 근거해 한 민족을 넘어 세계적 차원의 하나님 나라와 교회를 위해 사역했다. 그를 연구하는 우리들은 그의 신학을 통해 더욱 이 시대 의미 있는 기독교 공동체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를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세계칼빈학회 회장인 네덜란드의 헤르만 셀더하위스 교수가 주 강연자로 참석했고, 일본과 대만, 인도 등에서 칼빈학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안인섭 교수(총신대, 한국칼빈학회 회장), 박경수 박사(한국칼빈학회 부회장), 최윤배 교수(총신대),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원로), 채수일 교수(한신대 총장), 심창섭 박사(총신대) 등 다수의 교수 및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 기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Refo 500 Asias’ 대회가 함께 열린다. 이 대회는 유럽과 미국에서 2017년까지 열릴 예정인 종교개혁 기념 프로젝트로 학술 컨퍼런스, 강의, 전시회, 콘서트, 종교개혁 투어, 출판, 교육 자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