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성(性)문화를위한 국민연합(이하 바성연)은 지난 5일 KBS 1TV에서 방영한 시사 프로그램 <취재파일 4321-나는 동성애자입니다>에 대해 “여론을 오도하고 있으므로 사과 방송을 하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취재파일 4321>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만 12세 이상 남녀 15600명 중 동성애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52.5%가 찬성, 26.5%가 반대했다고 방송했다. 바성연은 이에 대해 “설문조사 방식과 결과가 설문 대상자들의 인식을 심각하게 오도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제기했다.

첫째, 설문 대상을 만 12세 이상으로 잡아 설문의 진지성과 진실성을 떨어뜨림은 물론, 결과 자체를 무효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취재파일 측은 게시판을 통해 “10대들을 포함시킨 것은 청소년으로서 동성애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자체만으로도 기성세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성연은 이에 대해 “설문 목적이 그러하다면 이같은 목적으로 한 조사를 따로 진행하는 것이 설문조사의 사회과학적 유효성에 부합한다”며 “방송이 헌법재판소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투표권이 없을 뿐 아니라 성 정체성도 확립되지 못한 미성년자들을 응답자로 설정한 조사는 그 자체로 무효”라고 반박했다.

둘째는 설문 내용 자체의 문제다. 바성연은 “동성애차별금지법에 대한 핵심 쟁점을 호도한 채 찬반만을 묻는 질문은, 응답자가 ‘동성애자 혐오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으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잘못된 설정으로 여론을 호도한 KBS의 비공익적이고 부주의한 보도 내용을 폐기하라”고 밝혔다.

문제의 질문은 ‘동성애자들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할 경우 이 질문을 단순한 동성애자 차별에 관한 문제로 잘못 이해하기 쉽다는 얘기다. 바성연은 “이미 우리는 결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이 사회에서 차별당하는 것을 옳지 않게 본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그러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이 법으로 보장될 수 없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3년 전 민주노동당 등이 입법 추진한 성적지향 차별금지법의 경우 벌금형 및 징역형이 들어있어, 성경 가르침대로 ‘동성애는 죄’라고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등 역차별 소지가 있다. 바성연은 “취재파일은 이같은 쟁점을 모르는 시민들에게 설문을 하고 마치 국민 과반수가 법안 통과에 찬성한다는 식의 결론을 도출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보도로 반드시 사과방송을 통해 폐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번째 문제는 설문조사 표본 추출 방식이다. 이번 설문은 한국방송리서치 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조사로 이뤄졌는데, 방송사 측은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0.8%이라고 발표했다.

바성연은 이에 대해 “인터넷 주 사용자는 10-30대이고, 응답자들은 동성애에 다소 우호적인 젊은 세대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원칙적으로 인터넷 조사는 연령별 편향을 고려하지 않은 비전문적 조사로, KBS 같은 공익기관이 채택해서는 안 되는 비과학적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내용들을 토대로 바성연은 △투표권 없는 미성년자들을 입법 관련 응답자로 포함시킨 공영방송의 무책임한 조사 및 결과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사과방송을 요청한다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 질문으로 핵심 쟁점을 알리지 않은 채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다며 여론을 호도한 KBS의 비공익적이고 부주의한 보도를 즉각 폐기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비과학적 설문조사로 중차대한 사회적 쟁점을 다룬 KBS 취재파일의 무책임성은 철저히 반성돼야 하고, 사과방송으로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