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제사장에게서 보는 목회자 자녀교육의 중요성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사사 시대를 이끈 제사장 엘리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정치·종교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사사 시대 말기를 이끈 제사장 엘리는 마지막 사사인 민족 지도자 사무엘 선지자의 탁월한 스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삼상 1:25-2:11). 그는 당시 회막이 있던 실로에서 대제사장(삼상 1:9)으로 사역을 훌륭하게 감당했으며, 약 40년 동안 이스라엘 공동체를 통치한 유능한 사사요 종교 지도자였다(삼상 4:18). 그는 아론의 막내 아들 이다말의 후손 중에서 최대, 최고로 능력을 발휘한 대제사장이었다(삼상 1:9, 왕상 2:27, 대상 24:3,6).

그의 이름 ‘엘리’는 ‘가다, 올라가다’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알라’에서 유래했고, ‘고귀한 높은 신분’이라는 뜻을 지닌다. 혼란한 사사 시대를 큰 무리 없이 리드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그의 이름이 충분하게 풍기고 있다. 엘리는 54세에 사사가 돼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를 경건하게 섬기다 98세가 되던 해에 여호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대제사장 및 사사라는 직분과 관련해 그는 매우 거룩하고, 유능한 인물이었다. 실로의 성전에서 하나님의 사람 한나가 득남을 갈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한나에게서 지혜로운 미래의 지도자 사무엘이 태어나자 평생 그를 옆에 두고 친자식처럼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며 신실하게 양육했다. 그의 탁월한 영성교육과 몸에 밴 경건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자란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어려움을 말씀으로 극복하고 왕정시대를 성공적으로 준비한 영특한 지도자가 됐다. 엘리는 여호와 하나님의 사랑과 인정을 독차지하던 제자 사무엘을 스승으로서 시기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어른스러운 태도를 끝까지 보였다.

대제사장 엘리에게 있어 치명적인 결점은 자녀에 대한 가정교육의 소홀에서 발생했다. 그의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량자였다. 그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알거나 믿지도 않았고, 아버지 엘리의 제사장직을 직접적으로 심하게 더럽혔을 뿐만 아니라 제사와 제물을 경시했었다(삼상 2:12-15). 자녀들에 대한 엘리의 맹목적 사랑이 결국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대죄를 범하도록 용인했다(삼상 2:29, 3:13).

제사장 엘리의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말미암아 비뚤어진 자녀들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 그의 가정을 파괴시키는 뿌리가 되고 말았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엘리에게 “너희는 어찌하여 내가 나의 처소에서 명한 나의 제물과 예물을 밟으며, 네 아들들을 나보다 더 중히 여겨 내 백성 이스라엘의 드리는 가장 좋은 것으로 스스로 살찌게 하느냐” 라고 말씀하면서 엄중하게 책망했다.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는 매우 경건하기로 소문난 대제사장 엘리 가문의 아들들이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무거운 형벌을 선고받게 됐다(삼상 2:31-36). 대제사장이며 사사인 엘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 생활에서는 매우 성실하게 임하므로 승리했으나, 사적인 가정 생활에서는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블레셋 사람들에 의한 이스라엘 군대의 패전,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두 아들의 비참한 전사, 여호와의 법궤 피탈(被奪) 등의 소식을 들은 늙은 지도자 엘리는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삼상 4:1-18). 그의 아들 비느하스의 아내도 이가봇을 출산하고 슬픈 죽음을 맞이했다. 엘리의 자손 아비아달이 솔로몬왕에 의해 제사장 직분에서 추방된 것은 미리 예언된 형벌의 성취였다(왕상 2:26,27). 이후 대제사장직은 엘리의 가문을 떠나 엘르아살의 자손 사독에게로 넘어갔다.

예수를 믿는 오늘날 사람들도 자녀교육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한 가정에 자녀 숫자가 적어 과도한 보호를 하고 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예의도, 사회적인 공공의식도 전혀 없이 비뚤어진 이상한 모습을 하게 됐다. 현대판 엘리 제사장의 자녀들로 잘못 양육되고, 교육되고 있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녀들에게 책망을 면제하고, 채찍을 너무나 아끼자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런 부모들의 교육방침이 하나님의 모든 복을 빼앗긴 현대판 엘리의 가문을 만들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우리들에게 맡겨진 자녀들은 어른들의 개인적인 사유물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과 세계를 책임질 하나님의 소유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책망과 때로는 채찍을 들어서라도 참다운 미래 지도자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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