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이렇게 웃어보는 것일까. 고시생들은 이날 퀴즈를 풀고 게임을 즐기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송경호 기자

“하하하, 정말 오랜만에 웃어 보네요. 고시생들이 이렇게 맘놓고 신나게 웃는건 흔하지 않은 일이죠.”


밤낮으로 책과 씨름하는 고시생들이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좁은 골목골목 사이에 있는 늘사랑교회 지하 본당에서다. 이날 1백여 명의 고시생들이 3시간 가량 울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렸다.

고시촌선교회(공동대표 신부호·안인철 목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관악 고시인 페스티벌’을 열었다. 22일부터 24일까지 늘사랑교회(노원기 목사)에서 저녁마다 열리고 있으며, 주제는 ‘내가 공부하는 이유’다.

23일 저녁 늘사랑교회에 모인 고시생들은 오랜만에 맘껏 소리지르며 찬양하고 기도했다. 맨날보는 깨알같은 글씨가 박힌 고시 교재 대신, 총 140만원의 상금을 걸어놓고 ‘이 세계가 흔들리면 어디로 가야하는가(답:치과)’와 같은 난센스 퀴즈를 풀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김연중(24) 씨는 “반드시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고시생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바로 불안감”이라며, “이 불안감에 못이겨 일반인들은 술집에 가지만, 크리스천들은 교회로 간다. 이번 페스티벌은 기분전환도 하고 공부하는 목적도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그래도 ‘고시생’인데 일분일초가 금쪽같은 시간에 스트레스만 풀고 있을 수는 없다. 이들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황교안 검사를 초청해 고시생들에게 필요한 신앙관리법과 시간관리법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지금 고시생들에게 꿈만 같아보이는 서울중앙지검 차장을 지냈던 황 검사에게도 고시공부에 매달렸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고시생들의 조급함을 달래 주었다. 또 “시험합격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공부하는 근본 목적, 삶의 꿈을 가져라”는 황 검사의 메세지는 고시생들로 하여금 공부하는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백인영(27) 씨는 “시험에 합격하고 난 이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었는데 오늘 도전을 받았다. 황 검사님의 말처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겠다는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 자매(익명요구·28)는 “혼자 책과 씨름하는 고시생들은 외롭다. 오늘 모처럼 즐겁게 웃었고, 복잡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간다”고 참석소감을 밝혔다.

고시인 페스티벌은 수년간의 ‘고시생 경험’이 있는 기독변호사회, 사법연수원신우회, 행정연수원신우회 등의 단체들이 후원했다. 후원단체들의 멤버들은 24일 저녁 페스티벌에서 고시생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