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신학회 전문위원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온 신학회’(회장 김명용) 제3차 전문위원 세미나가 1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열렸다. 이형기(장신대 명예교수)·윤철호(장신대)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온 신학회는 지난해 가을 장신대 김명용 총장을 초대 회장에 추대하며 창립됐다. 김 회장은 당시 기조강연을 통해 “‘온 신학’은 온 세상에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기를 바라는 신학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땅에 하나님나라가 임하는 데 봉사하고자 하는 신학”이라며 “또 온 신학은 신학의 온전함을 추구하는 신학이다. 온 신학은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신학을 반대한다”고 했었다.

먼저 ‘위르겐 몰트만이 추구하는 온 신학’을 제목으로 강연한 이형기 교수는 “우리는 ‘몰트만 신학의 큰 틀’에서 ‘온 신학’을 발견한다. 그는 부활의 종말론적인 의미만으로 부족하다고 보고, 거기에 십자가의 종말론적인 의미를 더했으며, 그와 같은 ‘종말론적 그리스도론’에 더하여 성령의 능력 안에 있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세상 관여에 동참하는 메시아적 교회론을 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형기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 교수는 “몰트만은 그의 초기 저서들에서 ‘역사’(시간)에 무게를 두는 신학을, 그리고 「창조세계 안에 계신 하나님」(1980)과 「생명의 영」(1991), 그리고 그 이후의 저서들에선 ‘창조세계’(공간)에 방점을 두는 신학을 추구함으로써, 그의 온 신학의 면모를 보였다”며 “몰트만에게 있어서 성부, 성자, 성령의 초월성이 항상 유지되고 보존되면서도 내주와 내재를 강조하는 점에서, 그는 온 신학을 추구했다”고 했다.

그는 또 “특히 몰트만은 「생명의 영」(1991)에서 ‘하나님의 영’의 만유내주를 강조했다. 그는 서방교회의 ‘filioque’ 전통에서처럼 ‘구속의 영’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영’과 ‘성화의 영’에 머물지 않고, 여기에 더해 모든 생태계들과 생명체들, 그리고 인류 사회 안에 내주하시는 ‘창조의 영’과 ‘새 창조의 영’을 주장하면서도, 전자와 후자를 결코 이원화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명실상부한 온 신학을 추구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따라서 그의 신학은 기독론과 성령론, 교회론 안에 갇히지 아니하고 ‘자연의 신학’ 혹은 ‘창조의 신학’이 주장하는 ‘자연’ 혹은 ‘창조’의 영역들의 이슈들로 그것의 대상을 확장시키고 있다”며 “그러니까 그의 신학의 대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창조 공동체와 그것의 생태계들과 그것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로 확장된다. 그는 온 신학을 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종말론적 비전에 입각한 몰트만의 ‘자연의 신학’ 혹은 ‘창조의 신학’은 ‘역사’와 ‘창조’ 모두를 아우른다”며 “즉 그는 타종교들과 모든 학문들, 그리고 인간의 모든 물음들을 ‘신망애의 기독교 신학’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신학의 지평을 ‘역사’와 ‘창조’ 전체로 확장했다. 이것이 다름 아닌 몰트만의 온 신학”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윤철호 교수는 ‘온 신학 방법론 수립을 위한 화쟁사상의 의미: 원효의 「십문화쟁론」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강연했다. 윤 교수는 “원효의 「십문화쟁론」은 종교적·시대적 경계를 넘어, 오늘날 백가쟁명으로 난립하고 갈등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신학적 상황 속에서 통전적인 온 신학의 수립을 위한 방법론적 가이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윤 교수는 “원효는 당시에 그가 경험했던 불교 이론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의 배타적 대립과 불통을 극복하고 그것들을 통전적으로 통합, 또는 통섭하기 위해 「십문화쟁론」을 집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효의 화쟁사상은 그가 7세기에 대면했던 불교 이론에 대한 배타적 쟁론들의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이론이지만, 단지 당시의 불교 이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늘날의 학문적 논쟁 일반, 그리고 신학적 논쟁에까지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방법론적 통찰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원효의 화쟁사상은 오늘의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영성을 보여준다”며 “즉 그의 화쟁사상은 서로 쟁론하는 다양한 견해들이 각각의 고유한 의미 맥락, 곧 연기적 인과계열(門) 안에서 부분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함께 모아 조화시키고’ ‘상호적인 열림 안에서 포섭’하고자 하는 화회(和會)와 통섭의 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화회와 통섭의 영성에 기초한 원효의 화쟁 논법은, 기독교 안의 여러 대립적이고 배타적인 신학적 견해들 사이의 쟁론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왜냐하면 대립되어 보이는 여러 신학적 견해들 또는 입장들은 그것들의 정당성의 조건으로서 각기 고유한 의미 맥락을 전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통전적인 온 신학 방법론이 화회와 통섭의 영성에 기초한 원효의 화쟁 논법을 전유해 더욱 발전시킨다면, 서로 다른 견해와 입장들 사이의 배타적 쟁론을 종식시킴으로써 교회의 화해와 일치를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화쟁이 단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적당주의적인 타협이나 절충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쟁은 상호비판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