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33장 인터넷과 쇼핑중독 치료와 사례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새로운 상권이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쇼핑 또는 TV홈쇼핑이다. 인터넷쇼핑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주부들이나 바깥 외출을 꺼려하는 여성들에게는 고맙기 그지없기까지 한 매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시장이 가기 싫어서 거의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는 습관이 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패션 산업에서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 등 다양한 패션 유통 채널을 통해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소비욕구 충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시장의 급속한 증가와 신용카드 발급 및 사용의 용이함은 소비자의 소비욕구 충족을 더욱 상승시켜 우울이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일시적인 기분전환을 위해 물건을 구입하고서 포장도 뜯지 않는 등의 형태도 일어난다. 급기야는 쇼핑중독을 부르는 현상으로 이행되고 있다. 인터넷과 관련된 쇼핑중독 치료에 대해 다루기로 한다.

1. 치료를 위한 쇼핑중독의 기초적 이해

쇼핑중독은 쇼핑과 중독이 합성된 용어다. 이런 쇼핑중독이 특히 인터넷과 관련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쇼핑중독자들은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심리가 있다. 알고 보면 이처럼 물건을 구매하는 쇼핑 행위는 물물교환이나 자급자족 경제에서는 없었던 일이며, 근대 산업경제 발전에 따라 대두된 문제다. 이런 시대적 변화가 바야흐로 쇼핑중독이라는 새로운 증상을 유발했다. 쇼핑중독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쇼핑으로 인해 심리적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이런 쇼핑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몇몇 측면에서 기초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1) 충동조절 장애

정신의학에서는 최근 쇼핑중독을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충동조절 장애의 시각에서 쇼핑중독은 쇼핑에서 오는 흥분과 설레임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자극돼 일시적 행복감에 젖는 현상이자 중단하기 어려운 증상이다. 이들은 소비계획을 무시하고 월급을 받으면 흥청망청 써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돈을 쉽게 쓰지 않으려 일부러 통장에 넣었는데도 매일 현금카드를 이용해 다시 빼서 쓰곤 한다. 더욱이 한번 쇼핑하면 사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에 보이면 자꾸 구매한다. 이것이 바로 쇼핑중독이다.

쇼핑중독이 정신병으로 분류돼 치료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06년 8월 17일 영국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질환 진단·통계 편람’ 신판에 쇼핑중독을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한 것을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하면서부터다. 영국에서는 쇼핑중독 치료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쇼핑중독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정신병으로 분류하게 됐나 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성인의 2~10%가 쇼핑중독 경향을 보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9배나 더 많았다. 런던 정신병연구소 글렌 윌슨(Glen Wilson)연구원은 “많은 여성들이 쇼핑에서 대리만족을 찾고 있다. 남편의 관심이 충분치 못하거나 생활이 따분할 때 충동구매에 나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쇼핑중독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당장 신용카드 남용에 의한 카드빚과 신용불량자 급증 등이 쇼핑중독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제는 일반 백화점 쇼핑 외에도 인터넷쇼핑, TV홈쇼핑 등이 쇼핑중독을 확산시키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1999년 5월 20세 이상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쇼핑중독증에 걸린 사람이 6.6%로 나타났다. 중독증은 아니더라도 쇼핑 습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사람은 37.4%였지만, 아직 병이라는 인식이 없어 병원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카드 빚, 신용불량자 양산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쇼핑중독은 급격히 변모하는 현대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 중독이 그러하듯 이는 단순한 개인적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사회 계층간의 빈부 격차,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변모를 거치면서 가족과 사회에서 자신의 자존감 혼란과 상실,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풍토, 끝없는 경쟁사회 구도 속에서 스트레스 해소 표현으로도 간주될 정도다. 쇼핑중독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영향으로 생겨난 인간의 그릇된 끊임없이 소유를 추구하는 소비 욕망이 인간을 파탄으로 치닫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쇼핑중독을 조장하는 사회·경제·문화적 원인도 관련된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회계층간의 조화롭고 건강한 소비문화와 급변하는 산업사회 속 자신의 위치를 바로잡아 건강한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 편견과 잘못된 의식을 수정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바람직한 쇼핑 문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치료 영역에서는 알맞은 소비형태를 연구해야 한다. 소비형태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고, 알맞은 소비문화가 형성되는 건강한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그러나 중독의 성격이 그렇듯 이 정도로 쇼핑중독은 치료되지 않는다.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2) 쇼핑중독과 카드결제

쇼핑중독은 무분별한 카드결제를 남발하고 있다. 카드결제로 구매충동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들의 쇼핑중독은 정신과에서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보며, 단순 과소비와는 구분된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마구 구입하고도 자기가 구입한 상품이 뭔지 제대로 기억도 못하고 쇼핑이 불가능해지면 심리·육체적 부작용이 일어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쇼핑중독자들은 마구잡이로 물건을 사지 않으면 심리적 불편과 함께 각종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정서불안, 소화불량, 두통, 우울증 등이 특징이다. 심지어 남편의 신용카드를 훔치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 물건을 산다. 그들 집에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이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구입할 것도 없으면서 ‘오늘은 뭘 사나’ 고민할 정도다.

이에 따라 전문치료사를 찾는 쇼핑중독 환자들도 늘고 있다. 그들 중에는 백화점 개장 시각에 맞춰 입구에 두 줄로 도열해 허리를 90도로 꺾는 백화점 직원들의 인사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쇼핑한 물건이 방 하나 가득한 사람, TV홈쇼핑을 보느라 밤샘하는 사람, 한 달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수백만원이 넘는 사람도 있다.

쇼핑중독이 흔히 여성의 전유물로 치부되어 왔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러나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많지만, 남성 환자들도 적지 않다. 여성들은 주로 액세서리나 옷, 화장품, 귀금속 등 작은 물건을 구입하는 데 비해 남성들은 오디오, 비디오 등 큰 물건을 선호한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계층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상류층은 고급 백화점을 공략하고, 소득이 낮은 계층은 재래시장 등 싼 곳을 찾아다니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최근 쇼핑중독자들은 ‘나홀로 쇼핑’에 카드 결제가 많아지고 있다. ‘나홀로 쇼핑’과 신용카드 결제가 많은 점도 쇼핑중독자들의 특징이다. 중독 여성은 정상적인 주부에 비해 혼자 쇼핑하는 비율이 두 배로 높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이 물건을 구입할 때 약 22%가 카드를 사용하지만, 쇼핑중독자들은 46% 정도가 카드로 결제한다.

3) 쇼핑중독과 심리적인 문제

쇼핑중독자들은 대부분 다른 정서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상담해 보면 외로움과 무료함, 만성적 공허함 등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공허감과 좌절을 피하려는 일종의 현실도피적 행동인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계획성 없는 생활을 했거나 과보호 가정에서 자란 사람에게 흔히 볼 수 있거,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수전노 같은 부모를 가진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여기서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심리적 결핍이다. 심리적 결핍이란 정신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반드시 받아야 할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귀중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이들에게 정신적 피폐함을 초래하고, 공허감이 생긴다. 이 공허감은 다시 사랑과 인정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는 주변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능력있고 쓸모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지만, 먼저 가장 가까운 배우자로부터 받아야 한다. 쇼핑중독에 빠진 여성들 중 대부분은 부부관계에서 문제를 보이며, 그것이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문제는 자명해진다. 쇼핑중독 증상은 허전하고 빈 마음을 물건으로 채우는 일종의 수단이자 노력인 것이다. 그들은 사랑과 인정으로 채워야 할 마음을 물건으로 채우는 수고를 하고 있다. 그들이 물건을 일단 사고 나면 그 물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서도 드러난다. 옷을 산 여성이 입지 않고 모아두는 것이 거기 해당한다. 그리고 산 물건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기도 한다. 비싸게 주고 산 옷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강의에서 “쇼핑중독자 옆에 있으면 수지맞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이처럼 물건을 구입하는 데만 열중인 현상은 쇼핑중독자들 뿐만 아니라 수집증 강박증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수집증 강박증은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거나 모아둔다. 택배로 배달된 빈 박스를 쌓거나 잡다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두 쓸만하다고 모아둔다. 심지어 신문이나 광고지 등도 버리고 않고 모으다 나중에는 집을 쓰레기더미로 만든다. 배우자에게는 그것이 불만과 불평의 원인이 되어 자주 다툴 수 있다. 바자회 끝물에 가서 무더기로 옷을 사 오지만 입지 않고 쌓아둘 때도 있다. 이로 볼 때 치료를 위한 중요한 단서가 발견된다. 구입한 물건보다, 심리적 충족이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2. 쇼핑중독의 유형을 고려하기

쇼핑중독에도 모두 동일한 증상만 나타나는 것만이 아니다. 그 증상에 따라서는 약간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런 것을 일정한 특징으로 유형화 하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이런 것은 대개 쇼핑중독에 빠지게 하는 충동성이 바탕에 있는 것이지만 외부로 나타나는 데는 대략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볼 수 있다. 여기서는 먼저 일반적인 소비형태를 알아보고 그 다음에는 중독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고찰하기로 하자.

1) 일반적 소비형태의 4가지 유형

물건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특성에 따라 반드시 갖고 싶은 물건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물건을 사는 일은 개인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한두 번 반복적으로 구매하다 보면 일정한 습관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형태는 소비하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그 유형을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 소비의 형태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 중독성은 아니라 해도 소비를 지나치게 하는 경우에는 중독성으로 이행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소비형태를 그 성격에 따라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감정 반응형 소비다. 감정 반응형 소비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입할 때에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물건의 활용도나 실용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들면 구입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구매하는 형태의 사람을 감정 반응형 소비자(emotional reactive consumer)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건의 실재성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그 물건이 지닌 상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 구입동기가 감정적이고 보상적인 동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은 물건을 구매하여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질 수 있고 충족되는 느낌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어린 시절에 형제에 빼앗겼던 인형과 비슷한 모습의 인형을 커서도 지나치게 많이 구입하는가 하면, 과거에 반드시 갖고 싶었지만 가정의 형편상 갖지 못했던 것을 구입하여 만족하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들에게는 구입하는 물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충족이 중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둘째로 충동형 소비다. 충동형 소비는 상황에 압도되거나 이끌려 구매하는 유형이다. 원래는 그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선전을 하는 사람의 상술에 이끌리거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니까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 구매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그 물건을 사는데 원래부터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충동에 의해 구매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 사람을 충동형 소비자(impulsive consumer)라고 부른다. 이들은 평상시에 사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와 초자아의 절제 사이에 갈등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가 물건을 사려는 욕구가 충동적으로 일어나면 거기에 압도되어 물건을 사는 형태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충동형 소비는 이성적인 판단능력이 약한 사람들이 주로 많이 나타나지만 때로는 이성적인 능력을 가진 지식인이라도 충동적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광적인 소비다. 광적인 소비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입할 때에 폭발적으로 소비하는 형태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이 있다면 돈이 얼마이든 간에 상관이 없을 정도다. 그들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구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이들은 마음에 들면 돈을 빌려서라도 구입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형태의 소비를 하는 사람을 광적 소비자(fanatical consumer)라고 부른다. 이들은 특정한 물건, 즉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이들에게는 때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특정한 물건에 집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은 옷이나 책, 음반 등 특정한 물건에만 집착을 보이며 사들이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는데도 열정이 대단해서 마치 강박적인 양상의 구매행동을 보이므로 외적으로는 향락주의자나 수집광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넷째로 자제 상실형 소비다. 자제 상실형은 물건을 구입하는데 마음을 절제하지 못하는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대개의 사람들은 대개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처지와 형편을 고려하게 된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현재의 경제적 사정을 감안하여 그 물건을 구매해도 가정의 경제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제 상실형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물건의 구매만을 중요시하여 이를 실현하려 한다.

이런 형태의 사람을 우리는 자제 상실형 소비자(uncontrolled consumer)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소유목적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가진 내적 긴장과 불안을 감소시키려는 목적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 양상이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적일 수도 있고, 충동적일 수도 있으며 강박적일 수도 있다. 이런 경향은 여러 형태의 소비자들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형태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물건을 사고 난 다음에 그 물건을 풀어보지도 않는 등 물건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소비형태의 4가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관찰되는 정도의 형태다. 우리가 누군가와 물건을 함께 사러 간다고 하면 이 4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런 형태는 외면상으로는 어떤 성격을 부여하여 구분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이란 어느 정도 심리적 보상의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갖고자 하는 물건을 구매하여 만족을 하고 행복해 하는 것 등은 그것이 과거에 갖지 못한 것이든, 현재에 다른 사람이 갖고 싶어서 갖게 된 것이든 간에 어느 정도 심리적 보상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유형이 반드시 일반적인 소비의 형태여서 쇼핑중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소비라 해도 그 소비가 과해지거나 지나치게 되면 얼마든지 중독성으로 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소비에 대하여 지나치지 말아야 하고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쇼핑중독의 9가지 유형

앞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소비형태를 기술하였다. 이런 형태가 쇼핑중독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크게 다르지 않다. 쇼핑중독은 그 증상에서 심각한 정도일 뿐이지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쇼핑중독은 일반 소비형태가 더 심각한 경우로 발전한 증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심각성을 전제로 하는 가운데 이를 세분화 하여 쇼핑중독의 여러 형태로 다루고자 한다.

첫째, 자존감의 유형이다. 자존감의 유형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시도한다. 이들에게는 쇼핑이 현실에서의 자신을 잊게 만드는 기분 좋은 경험이면서도 구매행위가 자신감과 자존심을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유형은 가급적이면 값이 비싼 물건을 구매하여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려 한다. 값이 비싼 물건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어 우쭐해 할 수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에 존재의 가치감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정신을 분산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을 잠시나마 잊고자 한다.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신경이 쓰이는 일이란 가정의 일이나 사건일 수도 있고, 어떤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어떤 골치 아픈 일이나 사건을 회피하거나 만나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피하고 있을지 모른다.

셋째, 적대감 발산의 유형이다. 적대감의 발산은 공격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물건을 구입해도 필요한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요즘에 명품으로 이름난 것이나 사람들이 사고자 하는 것을 분수에 맞지 않게 구입하여 공격하려는 것이다. 이런 공격성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기는 하지만 당사자의 심리에서는 불만스러운 것에 대한 반항심으로 또는 복수심으로 구입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쇼핑할 경우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매우 화가 난다는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알고 있다.

넷째, 애정을 담보하는 유형이다. 그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애정을 보여 주기 위해 물건을 사서 선물함으로써 환심을 사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비싼 물건을 구입하여 선물함으로써 자신이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표명하면서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물건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두려는 것이다. 이런 유형에는 남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그들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이 해당한다.

다섯째, 공허감을 충족하려는 유형이다. 공허감은 심리적인 특성으로 빈 마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대개 외로움으로 인한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서 전술한 대로 물건으로 채우려는 노력을 한다. 이런 유형 중에는 이런 공허감으로 인해 상실감, 따분함, 불안감 등이 경험되기에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시간대에 더욱 쇼핑을 하는 편이다. 쇼핑몰에서도 밤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쇼핑하는 경우의 사람들 중에는 이런 유형이 많다.

여섯째, 박탈감 보상의 유형이다. 그들은 박탈감을 보상받기 위해 쇼핑을 한다. 이런 것은 대개 지난 과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좋지 않은 경험과 연계되어 있다. 과거를 돌아볼 때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사건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될 때 물건을 구매하면서 기분을 전환함으로 그 박탈감이 보상된다고 믿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연이나 다이어트 등 자신의 과거나 장래에 고생을 경험하게 될 때 그 상실에 대한 보상으로 쇼핑을 할 수도 있다.

일곱째, 즉각적인 만족의 유형이다. 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입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현상은 자신에게도 심리적인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물건을 구입하는 즉시로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불경기, 구조조정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는 현재 지위와 환경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느끼게 하며 이럴 때 무언가를 사는 행위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여덟째, 기분상승의 유형이다. 기분상승을 자주 시도하기 위해 물건을 구입하는 유형은 일종의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분이 심각하게 억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그 우울감을 덜어내기 위해 쇼핑몰에서나 쇼핑센타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항상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쇼핑을 하게 된다.

아홉째, 자제력 상실의 유형이다. 중독이 어느 정도 충동성을 기반으로 할 때 언제나 요구되는 것은 그 충동성을 스스로 제어하거나 조절해야 하는 자제력이다. 이런 자제력의 문제는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처럼 전형적인 중독증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이런 자제력이 상실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일단 쇼핑중독 증세가 나타나면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합리적인 선별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무책임한 행동으로 몰아 비난하거나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심리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치료는 다른 강박증 치료와 마찬가지로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권준수 교수는 “인지적 접근은 충동적 구매에 대한 잘못된 인지기능을 고쳐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사지 않으면 이 물건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이다. 행동적 접근으로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 물건을 구경하면서 사고 싶은 충동을 참고 견디는 훈련을 하는 노출ㆍ반응방지법을 사용해 효과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증세가 심하지 않거나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에서 심리적 위안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3. 쇼핑중독 자가진단과 유형

나는 쇼핑중독에 속할까, 아니면 쇼핑중독으로부터 안전할까. 자신의 구매형태의 건전성 여부를 간단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래 10개의 설문에 답하면 된다. 매 문항마다 자신이 해당되면 O표, 해당되지 않으면 X표를 한다.

① 나는 도무지 나의 소비습관을 통제할 수가 없다. ( )

② 나는 쇼핑할 때 죄책감이 든다. ( )

③ 나는 내가 얼마나 쇼핑을 하는지 잘 모른다. ( )

④ 나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을 숨기곤 한다. ( )

⑤ 쇼핑은 내게 있어서 긴장이나 불안감을 풀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 )

⑥ 나는 사는 물건보다 물건을 사는 행위 그 자체를 더 즐긴다. ( )

⑦ 우리 집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 )

⑧ 나는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쇼핑을 많이 한다. ( )

⑨ 내가 얼마나 쇼핑을 많이 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알면 기절할 것이다. ( )

⑩ 나는 기분을 더 좋게 하기 위해 물건을 산다. ( )

문답에 따른 평가에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건전형=10개의 문항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경우. 물건 구매에 대해 매우 실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기분파=10개 문항 중 ⑤, ⑥, ⑩번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충동구매를 하는 경향이 다소 있으며 그것이 때때로 과시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다쇼핑=10개 문항 중 ②, ③, ④, ⑦, ⑨번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일상적으로 쇼핑을 자주하며 열성적이고 경쟁적인 형태의 구매행위를 한다. 쇼핑중독에 걸릴 위험이 아주 높다. 쇼핑중독=10개 문항 중 ①, ⑧번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쇼핑중독 증세에 해당하므로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4. 구매충동과 금전 사용의 절제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돈은 쓸 때 그 효용성을 가지므로 소비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매충동을 느끼게 되고 이런 구매충동은 소비를 촉진시키는 경제의 한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구매충동은 무계획적인 소비를 하게 하기도 하는데 일반인구의 3분의 1에서 충동구매를 한다는 보고가 있다. 백화점에 따라서는 매출의 상당수(27-62%)가 이런 충동구매 덕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은 현금지급기를 비치하고 백화점 카드를 만들기도 하고 백화점에 오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집에서 앉아서도 충동구매를 하도록 홈쇼핑 방송을 하기도 한다. 소비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해도 소비자로서는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메스미디어의 ‘풍성한 삶의 이미지(image)’에 대한 환상을 극복하고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충동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을 절제하는 일이다. 무절제하게 돈을 낭비하는 여중생이 있다고 하자. 그녀에게 돈의 낭비는 부모의 사랑을 얻으려는 하나의 방법이라 볼 수 있다. 낭비를 함으로써 비록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관심을 끌 수가 있고 마치 어린 시절 공부를 못해 야단을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낭비로 인해 구박을 받으면서도 부모의 관심을 묶어둘 수 있다. 또 낭비함으로써 구박한 부모에게 간접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일 수 있으며, 특히 여러 개를 물건을 한꺼번에 삼으로써 차별대우한 부모에게 자신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구매행위와 심리적인 연관성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낭비하는 것은 부모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돈을 잃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복수일 수 있고 자신이 가진 돈을 잃어버림으로써 어린 시절의 구박과 같은 고통을 받고 싶어하는 무의식적 소망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중독의 관점에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충동조절의 장애로 보는 견해도 있고 마음 속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강박증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중독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그녀에게 반드시 필요한 돈과 소비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각자의 가치관을 갖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불필요하게 돈을 숭배하여 돈 앞에서 기가 죽는 심리적인 갈등을 줄여 줄 것이며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면서도 자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줄 것이다.

반면에 23살의 처녀의 예를 더 들어보자. 그녀는 원래 꾸미고, 옷을 잘 입고 다니고 싶어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20만원씩 하는 폴로 니트나 나이키 운동화, 리바이스 청바지 이런 것들을 막 줄줄이 사들였다. 갖고 싶은걸 못 샀을 때는 공부도 안 되고 어떻게 물건을 사야한다는 생각밖에 안 나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비에 야자비, 학습지, 문제집 값 등 없는 것을 지어내 막 달라고 했고 새 옷을 입고 어디 놀러라도 갈까 싶어 자주 그렇게 하고 다녔다.

그래서 성적도 급격히 떨어져서 수능치고는 대학 다 떨어지고 재수했고 지금은 대학 3학년이다. 대학 들어와서는 정신 좀 차리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옷 한두 개 사고 용돈도 아껴 쓰고 있다. 그녀의 집도 그냥 평범한 집이라, 부모님께서는 제가 해달라는 대로 그렇게 다 사주실 수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언제나 돈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돈이 엄청나게 많아 한 달에 몇십만원어치 옷을 사도 괜찮은 집 같으면 문제될 것 없지만, 부모들이 감당하실 수 없는 한도였던 것이다.

전술한 여중생의 경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그녀는 중독의 문제로 이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나중에 과도학 소비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감당 못할 소비욕이 불러온 것이 결과로 봄에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지금은 특별히 치장을 하지 않아도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만 다녀도 예쁘게 보일 나이다. 그러기에 당장은 어렵겠지만 조금씩 참고 억제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사고는 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진정으로 사고 싶을 때는 스스로 잘한 일이 있거나 뿌듯한 일이 있을 때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때는 자신에게 선물을 주듯이 사는 게 좋을 듯하다는 것이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10번 참고 1번만 사는 그런 인내심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5. 쇼핑중독의 예방과 일반 치료방법

예방은 치료의 일차 조건이다. 그리고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예방적 방법으로도 치료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물론 쇼핑유혹에 맞설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과정에서 쇼핑할 때 명심해 두어야 할 주의사항들이 차지한다. 그것은 바로 매우 현실적인 쇼핑을 하자는 것이다. 가정의 경제를 감안하고, 지금의 경제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으면 남들처럼 따라서 사고 싶은 심리에 이끌리기 쉽다. 이런 점은 아마도 우리의 심리적인 상태에서 자극을 받아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심리에 정통한 대단한 광고 산업에 길들어져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소비를 부추기는 기호에 노출되어 있고,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사는 쪽으로 마음먹기가 쉽다. 내 방의 컴퓨터 앞에서부터 대형 쇼핑몰까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쇼핑 유혹에 맞서는 방법을 견고히 해두지 않으면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쇼핑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측면에서 기술하고자 한다.

1) 쇼핑몰과 단독매장

쇼핑몰과 단독매장의 차이는 돈을 쓰는 데서 많은 차이가 난다. 물건이나 상품이 무제한으로 나열되어 있는 곳과 일정한 제한이 있는 곳과의 차이도 있다. 세심하게 계산되고 고안된 분위기가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쇼핑몰은 쇼핑의 유혹을 떨쳐내기 가장 힘든 곳이다. 여기에 경쟁심리가 자극되면 별 필요하지 않아도 사게 되는 수가 있다. 쇼핑몰 쇼호스트들은 이런 소비심리를 상당히 부추긴다. 어떤 여성들은 남성 쇼호스트가 친근감이 들어서 물건을 산다고 하고, 어떤 남성들은 여성 쇼호스트가 맘에 들어서 산다고 한다. 진정으로 사고 싶은 물건과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에 이끌려 소비심리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우리는 진정한 필요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누군에게 끌려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살아가고 있는 편이 많은 것을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쟁심에 자존심을 거는 편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으면 돈이 없어도 사려고 한다. 돈이 없는 사람으로 무시당하기보다는 얼마의 돈을 씀으로 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심리를 적당히 활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두면 좋지만 돈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자극을 한다. 그러면 자존심이 자극되어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라도 한 듯이 별 필요도 없는 것을 사고 후회하게 된다. 이런 것 말고도 어디를 둘러봐도 신나게 돈 쓰는 사람들만 가득한 쇼핑몰에서 지갑을 열기는 더 쉬워진다. 동시다발적으로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쇼핑몰에서 지갑을 털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2) 쇼핑몰에 없는 것 두 가지

쇼핑몰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창문과 시계다. 매장은 물론 쇼핑몰 전체가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한 오래 머무르도록 고안됐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마음에 드는 상품을 '우연히'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창문이란 단순히 환경의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여유를 둘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창문은 여기저기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만들고 바쁜 순간에도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면서 숨이 가쁠 때에는 숨통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창문과 시계는 매우 상징적인 측면이 있다. 이는 쇼핑몰에서는 그만큼 여유를 갖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가 없다는 것은 시간개념이 없이 덮어놓고 따라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어떤 매장에서든 머무르는 시간에 제한을 두고, 최소한 시계는 가지고 가야 한다. 시계나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둔다면, 시간도 잊은 채 정신없이 쇼핑을 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행동이 불필요한 쇼핑을 줄일 수 있게 만드는 요령임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3) 들어가 볼 매장 수를 정하기

쇼핑 매장에 방문하는 일이 많을수록 사는 물건과 쓰는 돈은 많아진다. 일일이 비교하면서 쇼핑하는 것이 신중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쇼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기 쉽고 결국에는 지쳐 알뜰한 쇼핑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자주 매장을 들러 이것저것을 구경하다 보면 그만큼 사고 싶어지는 물건도 많아질 것이다. 이런 것은 기분의 전환과도 상당히 관련되어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물건을 사다 보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고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을 갖는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한 기분을 억제하고 지내는 편이라고 해야 한다. 설령 기분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상당기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그것의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갈등도 피할 수가 없지만 쇼핑에서는 언제나 그 효과가 즉각적이다. 심지어 그들은 물건을 살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즉시 흥분되고 설레며 가슴이 뛴다. 쇼핑에 빠지면 언제나 그 즉시 쾌감과 스릴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막는 방법은 매장 수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4) 혼자서 물건을 구입하기

판매원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혼자 쇼핑하는 사람보다 물건을 구매할 확률이 높다. 매장에 들어서면 자신을 맞는 판매원에게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하고,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좋다. 쇼핑에 빠지면 언제나 그 즉시 쾌감과 스릴이 전달된다고 했다. 쇼핑에 빠진 사람은 큰 물건을 사고 빚 독촉에 시달려도 "빨리 벌어서 해결하면 되니까"하면서 단기간에 해결이 가능하다는 비합리적 기대를 만들어 내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기대에 부풀려 짐에 따라 즉각적으로 괴로움이 가라앉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다만 그들의 만족이 일시적이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를 뿐이다.

판매원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 것은 사지 않게 될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사게 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인간은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심리도 갖고 있지만, 전문가의 말을 믿으려는 마음도 갖고 있다. 그래서 판매원의 설명을 무시하려고 하면서도 마음으로 거절하기 힘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듣고 나면, 잘못된 기대도 하게 되는 수도 있다. 실제로 물건은 때로 인간으로 하여금 잘못된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물론 물건을 긍정 또는 부정으로 판단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런 특성은 때로 쇼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기대를 갖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기대들이 쇼핑중독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잘못된 기대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적어도 분명히 잡을 수 있는 것이며, 누가 뭐라 해도 확실한 기대감이요 희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는 그들에게 매우 희망적으로 작용하여 일시적으로는 상당한 힘을 제공하게 되어 불필요한 물건을 사게 된다.

5) 여세를 몰아가지 말기

우리는 돈은 한 번 쓰고 나면, 다음번엔 쓰기가 더 쉬워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한 번 돈을 썼다면, 숨을 고르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에 가능하다면 매장에서 떠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집 안에서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은 쇼핑을 자제하려는 욕구를 쉽게 해소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쇼핑중독자들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돈을 쓴다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다. 인터넷 쇼핑이 위험한 이유는 돈을 쓴다는 거부감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가지 않는 것에는 이유 없이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습관처럼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지 말고 사야 할 물건이 있을 때만 쇼핑하고 '즐겨찾기' 항목에 쇼핑을 조장하는 사이트는 모두 삭제해야 한다. 괜찮은 사이트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나중에 시간이 나면 보겠다는 마음으로 즐겨찾기에 추가하려는 유혹은 뿌리치는 것이 좋다. 그래도 기억해두고 싶은 사이트가 있다면 직접 손으로 써서 보관한다. 절차를 늦추면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되는 법이다.

6) 개성을 지키기

자신의 개성을 지키기에는 다른 곳에서도 필요하지만 인터넷쇼핑에서도 필요하다. 개성을 지킨다는 말은 자신의 줏대를 살리자는 것이다. 주체성을 살려서 필요한 것에는 응답하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대응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쇼호스트가 설명하는 대로 이끌려가기 쉽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가 자신의 존재와 취향을 쉽게 캐가지 못하도록 대처해야 한다. 필요하지 않는 데도 무심코 구경하다 보면 갑자기 남들은 모두 사는데 자신도 세상에 뒤져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올라온다. 그러면 뒤질세라 전화를 걸고야 말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팸 필터 프로그램은 자주 업그레이드하고 팝업창은 차단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 측에 이메일 주소를 알리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노출된 이메일 주소는 예외 없이 광고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거래하는 사이트에서는 보안 등급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자신의 정보가 다른 판매자에게 공개된다는 설정은 해제해야 한다. 그리고도 전술한 대로 오프라인 상점과 마찬가지로 판매자 측의 여세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특정 금액 이상 구입 시에 무료 배송이라든가 특가 할인을 내세워 추가 구입을 유혹한다. 그럴 경우 조금은 매정하게 무시하고 결제를 끝내버려야 한다. 돈 몇 푼을 아끼겠다고 생각에 마음에도 없던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5. 인터넷쇼핑의 치료과정과 사례

내담자는 30대 중반의 주부다. 그녀는 결혼 8년차로 7살 아들과 5살 된 딸아이를 두고 있다. 그녀는 결혼 전부터 옷과 신발 등등 패션에 관련된 소비가 심했었다. 그녀는 29살에 남편은 32살에 결혼을 했다. 남편은 아내의 빚의 반이 패션에 관련된 쪽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부터 쇼핑중독을 의심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들은 인터넷 쇼핑 문제로 여러 번 충돌한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아내는 결혼 후 지금까지 꾸준히 2틀에 한 번 꼴로 한번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데, 구입할 때마다 2~4개씩 구입한다. 그가 어느 날 아내가 구매한 인터넷 구매내역을 보니 1년 3개월 동안 한 사이트에서만 1,600만원 정도를 구입한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를 알고 난 남편은 아내를 권유하여 상담치료를 받도록 합의를 하였다. 이 내담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1) 진단을 위한 기초작업

내담자는 쇼핑중독이다. 가정의 제정적 수입을 거의 쇼핑에 사용하고 있고, 시간과 횟수를 보아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에서 구매를 하고 있다. 하루에 한번, 이틀에 한 번 꼴로 꾸준히 구매를 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다른 구매 사이트에서도 하고 있는데, 그 금액과 횟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그후 남편은 참다못해서 모든 재정 관리를 하게 되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의 아내는 자신의 월급날이면 인터넷뱅킹으로 월 50~60만원씩 출금을 하는 편이다. 심지어 그녀는 가정의 돼지저금통을 털어서도 구매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도 아내는 남편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계속적으로 옷을 구입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서로가 다투거나 의견이 충돌되면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마음이 공허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혼자 사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중독의 단서가 잡히고 있다. 그것은 그의 아내가 심리적 공허로 인해 구매하는 것은 중독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쇼핑중독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당사자의 심리적 공허는 일차적인 중독성을 기초로 한다. 그의 아내는 결혼 후에 공허해서 쇼핑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그녀가 이미 결혼 전에 옷값으로 빚을 지고 있었다고 해도 결혼한 후에도 그 공허감이 충족되지 않은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사느니 혼자 사는 게 좋다고 안 쓰는 여자 데려다 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면 부부의 관계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집이 40평대이고 방하나가 아내 옷으로 꽉 찬 것도 모자라 다른 방의 장롱에도 모조리 아내의 옷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은 그 결과로 볼 수 있다. 남편은 아내의 소비적 습관은 어려서부터 형성된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내의 이린 시기라고 해도 결혼을 통해서 부부의 관계가 긍정적인 결과로 발전하지 않은 점을 드러내고 있다.

2) 소비의 습관과 집착증

쇼핑중독에서 집착은 중요하게 작용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미 물건에의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런 집착은 그 성격상 대개 한 가지 생각이나 감정에 고정되는 행동의 특성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런 집착은 집중과 비교하면 그 이해가 더욱 쉬워지기도 한다. 집중이 일정한 것에 정신을 몰두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올리는 것이라면, 집착은 관심이 있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상태로서 올바른 효과를 올리지 못하는 부정적인 현상이다. 배우는 학생이 공부에 집중하면 실력이 향상될 수 있지만 그저 공부에 집착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력이 한 곳에 몰두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집중도에서 올바른 효과를 올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결과를 산출한다는 점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집착의 상태는 애착의 수준을 넘은 것으로 임상에서는 병리적 특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니까 집착증(Pre-occupation)이란 일종의 질병적 증상으로서 그 지나친 정도를 넘은 비정상적인 정신작용이라는 것이다.

내담자의 물건 집착이란 구매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것은 다시 쇼핑중독을 유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녀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그녀는 아마도 이런 집착으로 인하여 중요한 사회적, 직업적 활동시간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취미생활도 포기되는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는 그녀의 쇼핑중독은 물건에의 애착이나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물건에의 집착성은 쇼핑중독을 유발하였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소비적 습관은 틀에 박힌 일상생활을 탈출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것은 그녀에게 심리적 공허감을 초래하였다면 그 반사적 행동으로 물건에 관심을 돌림으로써 그 충족을 시도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소비적 습관과 집착에의 관련성은 남편과의 관계가 감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스며들어서 그녀로 하여금 결혼생활을 등한시 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녀의 소비적 습관과 집착성은 가정의 통상적 책무를 무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적절한 소비는 권장할 것이지만 그것이 정도를 넘은 상태에 이르면 문제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3) 소비구매의 욕구와 심리적 갈망

그녀의 쇼핑중독은 물건의 구매하려는 욕구 외에도 이미 심리 및 정신적 특성을 내포한다고 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심리적 욕구의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 욕구의 갈망(Craving)은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물건에의 구매를 추구하게 만드는 심리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녀의 심리적 욕구의 갈망은 그녀가 물건을 좋아하여 구매하려는 것에 빠져들게 만들고, 점차로 바라고 기대하는 정도가 강한 쇼핑중독의 상태로 몰아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성은 다른 중독자들에게도 크게 작용되고 있다. 물론 그녀가 소비 욕구적 구매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중독자와 다를 것이 없지만 그녀가 그 소비적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의 쇼핑중독의 증상이 어느 정도인가는 더 정확하게 밝혀져야 하지만 그녀가 이를 조절하지 못하고 거기에 지배된다는 점이 다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에의 기대감이나 욕구의 갈망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만약에 그녀가 이러한 욕구의 갈망을 포기할 수 있거나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독이 그녀의 소비구매의 욕구와 심리적 갈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그녀의 물건에 대한 기대와 구매하려는 욕구의 갈망은 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낭만적 사랑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기에 인간이면 누구나 이런 낭만적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측면이 있다. 성격검사에서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항목에는 누구나 표시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인간의 내면에 깊이 내재하는 사랑의 희구 중에 낭만적 사랑이 그렇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낭만적 사랑은 알고 보면 현실을 도외시 한 채 이상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낭만적 사랑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현실성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상이나 환상으로 발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특성이 그녀로 하여금 더욱 쇼핑중독으로 이행되도록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4) 물건의 구매와 즉각적 만족

즉각적 만족은 음란물중독자들에게 최대의 유혹이다. 음란물중독에서 일시적인 것이란 그들의 환상이 오래가지 못하다는 점이라면 즉각적인 만족이란 기대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의 차이일 뿐이다. 그들이 쾌락을 찾거나 도피의 수단으로 음란물을 이용할 때 그 효과는 항상 즉각적으로 나타나기에 음란물에서는 긴장감은 빠르게 사라지고 흥분과 쾌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한다면 즉각적으로, 그리고 단번에 긴장감을 피하거나 만족감을 얻는데 음란물보다 빠른 길은 없을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이 음란물을 볼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즉시 흥분되고 설레며 가슴이 뛴다. 그들이 음란물에 탐닉하다 보면 언제나 그 즉시 쾌감과 스릴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의 만족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이라는 점이 그들에게는 매력인 것이다. 이는 그들이 성적 욕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 낮지만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이유다.

그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인 발현을 늦추지 못하고 음란물로 인한 즉각적 만족감을 찾게 되면 파국적인 결말을 피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그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여 성적 욕구를 충족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인 데도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그 순간적 유혹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음란물중독의 증상이 처음에는 강력했던 효과가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것이다.

5) 부부관계의 회복

쇼핑중독은 부부관계의 회복과도 관련이 있다. 쇼핑중독은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부의 문제는 내면에서 공허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쇼핑중독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부부관계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족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점에서다. 그런 점에서 부부관계는 의사소통이나 서로의 존재이해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그들의 문제는 반드시 성적인 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들은 발휘하고 싶은 성적 욕망을 건전하게 발현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여 반복적, 만성적 그리고 점진적으로 쇼핑중독에 집착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런 성의 충동성 때문에 그녀의 쇼핑중독의 문제는 어쩌면 중독자인 당사자 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힘들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면 서로가 일정 부분 관련성을 갖고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남편 쪽에 더 문제의 비중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녀가 남편과 적절한 성관계를 갖는다면 정신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 쇼핑중독으로 빠져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러니까 그녀가 요구하는 만큼의 성적인 충족이 없을 경우에 그 반항적인 행동으로 더욱 물건을 구매하려는 충동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그녀에게서 일어나는 성적인 충동을 남편과의 관계에서 건전하게 발현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배우자 쇼핑중독 고치려면? 사랑해 주세요

지금까지 쇼핑중독의 치료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쇼핑이 중독인 만큼 그것은 심리적인 결핍에 초점을 두어서 기술한 것이다. 이런 쇼핑중독은 매우 습관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욕구적인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것은 쇼핑 행위보다는 그들의 욕구와 결핍적인 문제, 즉 심리적인 측면이 더 많이 작용되고 있음을 지나칠 수 없었다.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는 그대로 결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결핍된 심리를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충족하려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쇼핑중독이 만약에 이미 결혼한 부부관계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애정 문제를 중요시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쇼핑중독을 부부관계의 원만성, 즉 애정관계의 전선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이때 특히 치료자는 그들의 성적 욕구와 성적 충동, 그리고 그 만족의 문제를 면밀히 관찰하여 다루어 치료의 관점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의 쇼핑중독은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더욱 심해지는 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결과로 그들은 지금 반복되는 쇼핑중독에 시달리면서도 가정과 직장에 대해 책임지지 않거나 소홀히 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확실히 부부의 성적 욕구에는 억제의 문제, 긴장감의 고조, 그리고 해방감 등의 공통적 특징이 있다. 억제의 문제는 물론 조절하기 어려운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 욕구, 유혹을 억제하지 못하는 특성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면 그들을 위한 쇼핑중독의 치료는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것, 특히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회복 또는 발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관심을 부부의 잠자리에 집중하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것은 부부의 성생활을 일상의 일에서 보다 가운데 토막으로 삼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남편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성적인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거나 그곳에 신경을 기울일 에너지가 없다고 해도 그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치료자는 남편이 매우 성실하여 업무에 시달리다가 부부생활을 소홀히 하거나 등한시하는 경향이 인정되지 않게 해야 한다. 남편이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부부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쇼핑중독의 치료에서 부부관계의 회복, 특히 성적 만족을 시도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