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두막> 저자 윌리엄 폴 영
어린 시절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간 뉴기니의 원주민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기숙학교에서 상급생들로부터 같은 아픔을 겪었다. 엄격한 아버지와도 관계가 원만치 않았던 그는 결혼한 후에도 지워지지 않은 상처로 인해 ‘불륜’이라는 치명적인 행동을 하기에 이른다.

상처의 치유를 주제로 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오두막>의 저자 윌리엄 폴 영(Young)이 갖고 있는 ‘거대한 슬픔’의 한 단면이다. “인생의 슬픔을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치유받았다”는 그가 한국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일 방한했다.

<오두막>은 성폭행 살인범에게 여섯살 난 딸을 잃은 한 남자가 딸이 납치됐던 장소인 오두막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2007년 출간된 이 소설은 2년 만에 영어권 국가에서 750만부, 한국에서 12만부가 팔렸다.

영이 처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관계’가 파괴되고 있는 불확실한 시대에 신(神)의 본질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이후 주위의 권유에 의해 출판을 하게 됐고, 우연찮게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찌보면 소설 속 주인공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영의 일생과도 닮아있다. 그는 “’오두막’은 상처입은 내면을 뜻한다. 누구나 거대한 슬픔이 내재된 오두막을 갖고 있다”면서 “그 고통과 마주할 때, 결국 상처는 치유된다”고 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고통의 상징인 오두막에서 하나님을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한다. 그가 형상화한 <오두막> 속의 하나님은 흑인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들에게 이 소설은 약간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영은 “이 소설은 종교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자식을 상실한 부모의 깊은 고통으로부터 우러난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이 되면 해봄직한 질문들, ‘이 세상에 왜 고통스런 일이 일어나는가’, ‘과연 신은 선하신가’, ‘그렇다면 그 분은 살아계신가’ 등 어려운 신학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문학이라는 그릇에 잘 녹여냈다.

영은 “종교는 교리나 율법을 강조하며 신을 만족시키고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는다. 하지만 삼위일체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때, 부끄러운 내면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불륜으로 인해 깨어진 아내와의 관계가 11년 만에 치유됐다는 고백도 서슴없이 털어놓은 그는 “자신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 신과의 관계에 참여하거나 다른 사람과 관계에 참여할 때, 비로소 치유된다”면서 “11년 동안 내게 치유는 곧 아버지를 향한 ‘용서’였다. 창피함과 부끄러움만 남았던 나를 살려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