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가나신학대학

케이프타운을 떠나 중부 아프리카 가나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프리카 가나신학대학(Bible College of Ghana)에서 2주간에 걸친 성령론 집중강의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 신학교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의 유 선교사님이 10여 년간에 걸쳐 운영해 오면서, 그동안 이백 여명이나 되는 현지인 사역자들을 길러낸 곳이다. 재학생들은 강력한 영성훈련과 복음적 신앙에 입각한 신학교육을 받고 있는데, 새벽기도나 공동생활은 물론, 매월 마지막 주간에는 전 신학생들이 나흘간에 걸친 금식기도를 병행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졸업한 사역자들도 한 달에 한 번씩 신학교에 모여 기도의 시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석 달에 한 번씩은 나흘 동안 모여 금식기도를 하면서 영성의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한 복음교육과 강한 영성으로 무장한 사역자들이 담임하고 있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놀랍게 부흥하며 성장해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한 예를 들면, 이 학교 출신 중에 피터(Peter)라는 이름의 목회자는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동반한 전도사역을 통해 가나의 북부 지역을 불길처럼 복음화해가고 있었다. 이들 사역자들이 이미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에 재학생들과 함께 숙식을 하면서 두 주간에 걸친 성령론 집중강의에 동참하는 열성적인 모습을 나는 보았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두 주간에 걸쳐 강행군으로 이어진 집중강의였지만, 애당초 엄청난 무더위를 예상했었으나 감사하게도 거의 매일 시원한 날씨가 계속 되어, 강의하는데 날씨로 인한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성령의 인격성, 성령과 성결, 성령의 은사와 열매, 복음적 영성의 능력, 성령의 주되심, 성령의 전인사역, 순교적 영성 등에 대해 강의하면서 순간순간 성령께서 강하게 감동하시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학생들이 진지하고 또 열망을 가지고 강의를 듣는지, 성령님에 대해 내가 전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단 한 가지라도 더 나눠야 하겠다는 간절함이 내 속에서 샘솟아나곤 하였다. 그리고 강의를 마칠 때는 모두들 뜨거운 통성기도로 하나님께 성령의 능력을 사모하며 간구하곤 했다.

가나신학대학 채플에서 열린 나흘 동안의 부활절 부흥회. 수백 명의 신자들과 사역자들이 모인 가운데 둘째 날 저녁 설교와 기도를 인도하였다. 통성기도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참석한 현지 사역자들에게 기도 받기 원하는 성도들에게 안수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갈급한 많은 성도들이 기도를 받는 가운데 어떤 이들은 쓰러지고 또 바닥에 구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더러운 영의 영향에 의해 발작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의 권세를 의지해서 치유와 해방 그리고 성령의 충만을 얻게 되었다.

가나의 크리스천들이 예배드리는 광경은 정말 흥겨웠다. 대개 아프리카 스타일의 예배가 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찬송 시간에는 찬송 가사에 자기들의 전통적인 음정과 가락에 맞추어 독특한 분위기의 찬양을 한다. 물론 온 몸으로 유연하게 춤을 추면서 말이다. 웬만하면 같이 춤을 추고 싶었지만 도저히 몸짓이 따라주지 못할 것 같아서 아예 그만 두었다. 여성들은 모두 머리에 전통적인 두건을 쓰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배 시간에 돈을 바꿔주는 모습이었다.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여기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란다. 그 이유는, 물물교환 등으로 살아가는 이 지역에서는 돈을 바꿀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교회당에나 와야 잔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배 시간에 헌금도 해야 하니 교회당 강대상 옆에 아예 잔돈 바꿔주는 사람이 앉아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예배 시간에 여러 번 헌금 하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오늘은 마침 부활주일 기념집회라서 그런지 몰라도, 찬양을 인도하는 목회자가 나와서 여러 번 헌금 시간을 이끌었다. 사람들은 일렬로 줄을 지어 춤추며 나와서 헌금 바구니에 헌금을 넣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차례 헌금을 하러 춤추면서 나왔다. 나는 순간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헌금을 여러 번 하기 위해서 잔돈이 더 많이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사람들이 헌금을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 나눠서 준비해 놓고 있었을 걸.’

다음 날 저녁에는 가나한인교회에서 설교하였다. 오랜만에 한인 성도들과 함께 차분하고 깊이 있게 성경 본문을 나누면서 강해설교를 할 수 있어서 참 즐거웠다. 선교지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교는 대부분 매우 기본적인 진리 전달의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갑자기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한편 생각해 보면, 사실 복음이라는 것이 그리 복잡하게 설명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도행전을 보면 사도들이 복음을 전할 때 매우 간단하게 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복음이 복음답게 전해질 때에는 언제나 거기에 따르는 능력이 동반된다고 하는 점도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로마서 1:16)

가나신학대학 성령론 강의의 마지막 강의 시간. 그동안 2주간 동안 꼬박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강의의 여정이었다. 전인적 성령 사역에 대해강의한 후 마지막 합심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성령께서 큰 감동으로 역사하시는 시간이었다. 기도를 마쳤을 때는 모든 학생들이 승리의 기쁨과 확신에 넘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 선교사님께서 ‘조금만 더 기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비치시기도 하셨다. 학생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은혜 받게 되기를 간절히 사모하시는 진실한 목자의 심정을 보았다.

유 선교사님 내외분

유 선교사님은 원래부터 아프리카 가나 선교의 비전을 가지셨던 분은 아니다. 영국에 유학할 당시 갑자기 하나님께서 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강한 부르심을 주셨던 것이다. 두 분이 이 부르심에 순종하여 아프리카 선교를 시작하기까지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고통의 과정이 있었다. 가나에 도착하여 유 선교사님은 짓다가 만 거의 폐허가 된 호텔 건물을 인수하였다. 독사와 전갈이 우글대는 그곳에서 금식하며 기도하였다. 나중에는 말라리아와 황열병에 시달리면서도 기도를 계속하였다. 완전히 기진하여 들것에 실려 나간 적도 있으나, 마침내 모든 기도를 마쳤다. 그리고 그곳에 오늘날 가나신학대학을 세운 것이다.

이런 십자가의 과정을 통해 선교사역을 해 온 것이기에, 그에게는 이 사역 외에는 더 이상의 꿈은 없는 듯하다. 앞으로 그의 만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묻는 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가나의 북부 무슬림 지역의 한 촌락으로 들어가, 거기서 복음 전하다가 죽으렵니다.” 이처럼 소명의식에 투철한 유 선교사님이지만, 때로는 남모르는 속내를 나에게 털어놓기도 하였다. “인간적으로는 하루라도 이 생활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역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분명하니 제가 어떻게 그것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 선교사님의 아들이 골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치료차 한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하는 전갈을 받았다. 유 선교사님도 역시 온 몸에 성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섬기시는 신학대학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나에게 간절한 기도 요청을 해오셨다. 뛰는 환율 때문에 선교사역에 어려움이 많고, 특히 한국에서 사역자들이 좀 들어와서 신학교육에 협력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가나가 위치적으로 한국으로부터 너무 멀고 또 환경적으로 상당히 열악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그런지 한국 크리스천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아프리카의 젊은 부흥의 세대에게 달려 있다. 검은 피부를 지닌 수십 명의 하나님의 전사들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아프리카 대륙의 부흥을 위해 전심으로 은혜를 사모하는 모습은 두 주간에 걸친 집중강의의 피곤함을 내게서 말끔히 씻어주었다. 강한 영성훈련을 받고 이 신학교를 졸업한 사역자들이 각 처에 나아가 능력 있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부흥시켜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미래가 힘차게 밝아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