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에서 성탄의 기쁨을 노래하며 들떠 있는 동안에도 한편으로 걱정스러웠던 가자지구에 결국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게 되어 마음이 아프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성탄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스라엘 군 당국으로부터 특별히 일주일 간 허가증을 받아서 오신 베들레헴 가자지구의 I할머니(60)를 어제 아침에 만났습니다. I할머니에게 가자지구의 상황과 교회 등에 대해 듣고 어떻게 가자지구로 돌아갈 것인지 여쭤보며 암울한 현실에 마음이 아팠는데 저녁 즈음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수많은 사상자들이 나고 가자지구는 아비규환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마스 정부의 출발과 과정들

2005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파타당의 부정과 부패에 염증을 느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고 아라파트 주도의 파타당에 등을 돌리고 이슬람 근본주의 당인 하마스당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의 내부 분열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의 주도 하에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당이 팔레스타인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정식 정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미국의 입장이 난감해지고 이스라엘 정부도 당혹해 하는 가운데 이들은 하마스 정부 고사 작전에 들어갔고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를 받는 파타당이 우여곡절 끝에 현 서안 지구를 관장하고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관장하며 팔레스타인의 정부는 두 개로 나뉘어졌습니다.

이후로 서안 지구의 파타 정부는 하마스 정부가 관장하던 시절에 끊겼던 외부 원조를 다시 받으면서 미국, 이스라엘과 협상 파트너로 지위를 회복한 반면, 하마스의 가자 정부는 끊임없이 이스라엘과 대립과 반목을 하며 서방의 원조가 중단되고 봉쇄조치로 어려운 국면에 처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지지구의 150만 백성들의 삶은 참혹한 수준으로 전락하여 지구상의 그 어떤 곳보다 심각한 상황이 되었고 마치 거대한 감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작년 초 제가 가자지구를 방문 했을 때 그곳의 형편은 이전 방문 때보다도 심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근근이 연명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마스 정부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원조와 지지를 얻고자 애를 쓰는 한편 이스라엘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하마스 정부와 이스라엘 사이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최근 들어 하마스 정부는 이스라엘에 사제 카쌈 로켓(사거리 10km)을 수십 발 발사 하여 이스라엘의 분노를 샀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함께 하마스 정부를 옥죄면서 벼랑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결국 현재의 끔찍한 일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내년 3월에 있을 이스라엘 총선과 맞물려 이번 사태는 간단하게 해결 될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먼저 이스라엘의 현 집권 여당인 카디마 당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도적 입장에서 다루어 왔는데 최근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 때문에 이스라엘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안보를 염려하고 있어 하마스 정부에 대한 기존의 미온적 대책으로는 조기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현 리쿠드당의 야당 당수인 전 총리 네타냐후와의 대결에서 카디마당은 여론 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뒤지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조기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런 판국에서 현 이스라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현 정부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강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주도권을 차지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팔 문제를 이끌어가려는 의도라 생각합니다. 이번 가자지구의 공격은 단순한 일회적 공격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하마스 정부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더 큰 희생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마스 측도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적으로 간주하고 1967년 이 후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군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정책으로 지금까지 끊임없이 싸워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종교적인 것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도 스스로 밝혔듯이 최후 일인까지 이스라엘에 저항하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절대적인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과 그에 비해 보잘것 없는 하마스 간의 싸움은 금방 마무리 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싸움에서도 하마스는 버티어 왔고 주변의 아랍국가들과 국제적인 여론 등 이스라엘이 힘만으로 제압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군사력으로 하마스를 제압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이 있습니다.

하마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대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현 부시 정부의 힘의 논리에 의한 중동 정책과 달리 실용적인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한 오바마의 중동 정책에도 어떠한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 바라기는 오바마 정부가 상생하는 정책으로 더 이상의 아픈 일들이 이 지역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중동 지역은 인류 문명 발생지이고 세계를 호령했던 대제국들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성경의 무대이자 하나님의 역사의 장이며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입니다. 또한 이슬람이 시작된 지역임을 생각 할 때 이곳은 단순하게 접근하여 이해할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과거의 화려했던 역사를 생각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자신들의 힘이 부족해서 서방 세계로부터 눌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과거의 대 이슬람 제국을 다시 이루려는 꿈을 간직하고 나아가는 이들을 단순한 힘의 논리로 대하려는 태도는 문제들을 복잡하게 만들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보아왔습니다.

앞으로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나아가 중동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주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주님의 사랑으로 손을 내밀 때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가자지구 교회의 형편과 상황들

작년 가을 가자지구에 있던 성서공회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침입하여 그곳에서 일하던 라미를 죽였던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일로 인해 성서공회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흩어졌고 현재는 성서 공회가 문을 닫았습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유일한 개신교인 침례교도 전에는 약 1백여 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었는데 I할머니에 의하면 현재 약 20~30여 명 정도가 예배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교인들이 언제 있을지 모를 위험 때문에 두려움 속에서 지내고 있고 밖에 나갈 때도 여자들은 히잡을 쓰고 다녀야 할 정도로 상황들이 많이 어려워져 있습니다. I할머니도 밖에 나갈 때 히잡을 쓰고 나가는데 머리카락이 조금 보였는데도 친구가 트집을 잡을 정도로 가자지구는 하마스 정부가 들어선 후 급속히 이슬람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무관심 속에 극도의 어려움 가운데에 살고 있는 가자 주민들 속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신봉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특별히 주님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가자지구의 기독교인들을 이번 기회에 기억해주시고 이들의 안위와 평안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양측의 대결이 끝나고 서로가 좋은 이웃으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먼저 주님께서 지도자들의 마음을 주관하시도록 기도해 주시고, 현재의 일로 불안과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위해, 특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 가운데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베들레헴에서 강태윤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