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주세요, 주님
비트 주세요, 주님

지푸·최재욱·이창수 | 이야기가있는집 | 356쪽 | 18,000원

참 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교회에 더 많은 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에서 ‘거룩’이라는 단어는 좀 더 정제되고 점잖은 표현이나 태도를 뜻하게 된 듯 합니다. 기존의 문화와 다르면 재빨리 선을 그으며, 세속적이라 비난할 때도 있습니다.

그 틈을 메우려 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성속의 이분법을 완전하게 넘어서지 못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가령 힙합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지만, 언어는 부드러워야 하며 내용은 복음적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힙합이나 랩이라는 도구를 불편해하는 사람조차 많은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생경한 문화에 대해서는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특히 뭔가 거친 표현들은 여전히 저를 움츠려들게 합니다. 이 책 『비트 주세요, 주님! 』을 읽으며, 혹여 제 시선으로 재단하여 타인을 판단한 적은 없었는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책을 위해 그리스도인이면서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보이지 않게 그어져 있던 힙합과 복음의 선을 지우려 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어디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어떤 문화와도 대입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의 자전적 이야기는 참으로 유쾌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교회 내에 깊이 뿌리박힌 문드러진 문제를 직시하게 만듭니다. 주인공 진배의 찌릿한 아픔은 우리가 관심 갖지 못한 누군가의 고통이며 슬픔입니다. 진배를 바라보는 교회의 냉소적 시선은 우리의 차가움과 닮아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요? 상처 입은 영혼에게 가장 적실한 사람을 곳곳에 배치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함을 보게 됩니다. 가슴 한편에 분노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예수님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적절한 개입을 경험합니다.

문제 해결은 예수님 마음과 태도로까지 가보는 것입니다. 정말 주님이 차별과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배제하시는 분이신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비트 주세요, 주님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예수님의 성육신과 낮아지심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고 이해하려 하신 행동이었다는 점입니다.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려 하시는 예수님. 그 주님이 바로 힙합입니다. 가난하고 찌들어 있는 삶의 장소였던 게토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이자 자랑으로 삼는 힙합. 예수님도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의 삶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갈릴리에서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십니다.

예수님은 잘나가고 힘 있는 사람들 편이 아니라, 낮고 가난하며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십니다. 동일한 아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감싸주십니다. 불의 앞에서는 불처럼 화를 내시고, 싸워야 될 때는 물러섬이 없는 모습. 이것이 바로 힙합 정신과 매우 흡사합니다.

결국 본질이 중요합니다. 어떤 형식과 도구를 사용하는가 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신이 핵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마음을 보십니다. 더불어 자유롭게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으로 주님께 나오기를 원하십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감동적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주인공 진배가 쓴 그동안의 고민과 아픔, 성숙의 과정을 담은 랩을 읽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촌철살인 같은 언어의 향연에 빠져듭니다. 이 음원은 책과 함께 출시되어 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제 비트에 몸을 맡길 차례입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