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복음화 위한 복음주의자 광폭 연대’ 다짐
구두 전도와 사회선교, 외견상 대동단결 성취
2024 로잔대회, 내적 긴장과 불일치 해소하길
거대 자본 움직이는데… 재정 불투명하면 부패

한국신약학회
▲한국신약학회 1월 간담회 현장. ⓒ김신의 기자

한국신약학회가 20일 연동교회에서 ‘포스트 구조시대에 기독교의 쓸모’라는 주제로 1월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신약학회는 “현대는 기후 위기, 경제위기, 민주주의 위기 등 다중재난이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시대이며, 이러한 시대의 위기 앞에서 기독교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신학적으로 적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을 섬겨야 할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4차 로잔대회는 향후 기독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본 학회는 ‘포스트구조주의 시대에 기독교의 쓸모’라는 제하에 로잔의 최근 행보를 성찰적으로 회고하고, 장차 한국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돌이켜 보건대 70-80년대 로잔 운동은 분명히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는 신학운동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는 로잔을 대형 이벤트로 치부하고 거대 담론에 기초한 논의와 논쟁에 무관심하다”며 “현실적으로 국내의 대다수 교회는 로잔의 방향을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기보다 생존 목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뜻에서 기독교라는 상품의 소구력을 증진시켜야 하고, 급변하는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무시하지 않고 기독교를 전하는 전도 전략을 탐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오형국 목사(청년신학아카데미)의 사회로 김회권 박사(숭실대학교)가 발제하고, 김학철 박사(연세대학교), 차정식 박사(한일장신대학교), 홍동우 목사(작가)가 패널로 나서 토의했다.

김회권 박사는 “빌리 그래함 복음주의와 존 스토트가 대변하는 영국성공회의 성찰적 복음주의, 중남미의 해방적 복음주의가 ‘세계 복음화를 위한 복음주의자 광폭 연대’를 다짐하며 로잔운동이 나왔다”며 “이후 1974년 로잔에 모인 복음주의자들은 영적으로 하나 될 필요를 느꼈고, 처음으로 복음주의자들은 근본주의의 ‘철저한 탈사회적 구령 복음’ 선교 대신 사회정의 추구를 수용하는 선교관으로 이행했다. 이는 19세기 선교관에서 진일보한 것이 분명하다. 1974년 로잔언약은 구두 복음 전도만을 선교의 핵심 방식으로 생각하던 ‘복음전도주의자들’(evangelists)로 하여금 복음 전파의 총체적 함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회권
▲김회권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김 박사는 “로잔언약은 사회 지향적 복음주의자들까지 품은 세계적 복음주의자 연대를 산파했다. 구두 전도 행위에만 주력하던 빌리 그래함(미국 대중전도주의자)과 사회선교적 관심으로 현대 사회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을 주려던 영국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랭엄 파트너십)로 대변되는 로잔언약 주창자들은 1974년에 로잔언약 5항을 앞세워 외견상 복음주의자들의 대동단결을 성취했다”며 “세계교회 입장에서 볼 때, WCC에 맞서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선교관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지난 50년간 한데 뭉치게 했다는 사실이 1974년 로잔대회가 이룬 결실이라면 결실이었다. 특히 중남미권 오순절 계통 교회들이 로잔언약에 적극 호응한 점은 또 하나의 열매”라고 했다.

그는 “원리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구두 복음전도다. 우리는 구두 복음전도의 효력을 부인해서도 안 되고 틀렸다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복음전도가 유일한 전파 수단이라는 배타적 입장은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복음전도와 동등하지 않지만 여전히 중요하다”며 “짧은 구두 선포만으로 전도가 됐던 과거의 때가 있다. 그러나 정말 구두 복음만 있었는가, 구두 복음이 들어갈 환경이 조성됐었는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엉망이 된다”며 “존 스토트의 후배 동역자이자 랭엄 파트너십 국제 본부 책임자였던 구약학자이자 윤리학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통해 로잔언약이 지향하던 통전적 선교가 무엇인지, 5항이 말하는 사회적 책임과 복음전도가 어떤 점에서 동반자 관계인지 성경적으로 굉장히 잘 전한 책”이라고 평했다.

김 박사는 “그동안 한국의 보수 주류 교단이나 기관 어디에서도 로잔언약을 공개적으로 환영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로잔언약에 근거해 한국교회에서 시작된 사회선교는 WCC의 통전적 선교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사회선교는 하나님의 선행적(先行的)인 구원을 맛본 하나님의 백성이 성경적인 규범과 가치에 따라 기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활동이다. 개종이나 전도 자체를 다소 폄하하는 WCC와 달리, 로잔언약을 따르는 한국 사회선교사들은 ‘사회’를 복음을 듣고 개종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다”며 “따라서 사회선교의 목표는 기독교적 규범이나 가치와 충돌하는 한 사회의 중심 죄악이나 폐습들을 척결하여 하나님의 다스림을 최대한 반영하는 사회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한국교회의 사회선교는 확실히 WCC의 통전적 선교관보다 1974년 로잔 복음주의자들의 선교 개념에 착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로잔언약은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들을 근본주의 선교관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로잔언약 5항의 정신을 구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 로잔대회가 1974년부터 2010년까지 5항에 대한 언약적 투신을 보이는 교회와 선교단체가 복음주의 선교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두 복음 전파와 사회정의 추구는 분리될 수도 없다. 둘 다 하나님 나라 복음 전파의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울만 하더라도 맥락 없는 사람에게 만나자마자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 이미 이스라엘의 구원사를 간접적으로 아는 회당을 찾았고, 그 다음은 철학자들과 토론했다. 바울의 구두 전파는 사영리가 아니라 맥락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미 백그라운드 네러티브가 있을 때 복음을 전했다. 축소한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 회중에 최적화된 복음을 전했다”며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구두 복음전도만 한 사람이 없었다. 총체적인 인간의 필요를 채우고 감동을 시킨 후 복음을 전했다. 민중친화적인 사랑의 스토리를 가진 채 복음을 전했다. 이미 이는 구두복음이 아니”라고 했다.

또 “예수님이 위임하신 선교 명령은 산상수훈의 평화 복음, 의와 온유의 복음, 위로와 치유, 해방과 신원의 복음임이 분명하다. 사도 바울이 로마에 입성해서 가르친 복음도 결국 주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이다. 이 하나님 나라 복음에는 구두 복음 전파 행위와 사회 정의 추구를 분리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기독교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소비되고 유통되는 지역 화폐 같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백성의 선교>는 5항에서 이탈해가는 로잔대회를 재활시킬 통찰력을 풍성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2024년 서울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주최측 로잔대회 이해를 보면, 5항 없는 대회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심화한다”며 “2024년 로잔대회 조직 위원회 관계자들이 부디 하나님 나라 복음의 큰 그림 안에서 세계 복음화를 자세하게 논의한 라이트의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정독해 로잔대회의 내적 긴장과 불일치를 해소하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 해줄 것을 기대하고 고대한다”고 전했다.

한국신약학회
▲(왼쪽부터 순서대로) 오형국 목사, 홍동우 목사, 김회권 박사, 차정식 박사, 김학철 박사. ⓒ김신의 기자

이후 토의에서 차정식 박사는 로잔대회의 재정과 관련한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차정식 박사는 “로잔대회를 축복한다. 그러나 저는 페이스북에 로잔을 반대하는 이유를 피력했다. 피상적인 것이 아닌 배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로잔대회에 윤석열 정부 지원금도 있고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고 있는데, 개인 참가자에게 여비와 숙박비 외 별도로 참가비로 200만 원을 요구한다고 한다. 한국교회 대부분이 개척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님들인데 참가비가 부담 안 되는 중대형 교회 목사만 참가하라는 말인가? 또 자금이 1,000억이란 얘기도 있는데, 금액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우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부패될 것이 보이는데, 모종의 폐해가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차 박사는 “로잔대회에서 5항과 6항이 들어가며 개인전도와 그리스도의 사회적 책임이 하나로 결부됐지만, 50년이 흐른 현재까지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교회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선교마저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 이를 부끄럽게 반성한다”면서 “서구교회사를 보면 교회가 혼동에 빠질 때 수도원 운동 등의 반동이 있었다. 과거 로잔이 추구한 것이 하나님 나라의 전통을 잘 담아낸다고 본다. 사람은 사회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인간에 대한 정신병리학적 접근, 생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인간은 따뜻하고 배부르면 엉뚱한 생각한다. 열심히 기도하는 만큼 몸을 써서 노동을 해야 한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의 핵심 가치를 살아내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했다.

김학철 박사는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선교 방식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생각한다”며 “경제성장률 통계를 보면 단 한 번도 성장하지 않은 적 없다. 그런데 아직도 경제가 문제라 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앞선다 한다. 한국교회의 우상 비판이 이런 사회에 공헌할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천민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구조적으로 신분 차별을 없애고, 사회적으로 남아 있는 구습에 대해 저항운동을 했듯, 사회구조적으로 하나님의 신학, 하나님의 예술작품 참 인간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형국 목사는 “로잔대회의 하나님 나라 신학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돼 있는데, 희년을 맞는 시점에서 그 부분이 발전적으로 개발돼야 할 신학적 과제인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신약학회는 추후 로잔대회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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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약학회 1월 간담회 기념사진. ⓒ김신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