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이 ‘복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8일 남서울교회(담임 화종부 목사) 신관 교육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는 ‘팀 켈러와 복음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팀 켈러의 센터처치> 속 ‘모든 것이 복음은 아니다’를 중심으로 그가 정의하는 복음과 그것을 어떻게 제시하는지를 함께 살폈다.

고상섭 팀 켈러
▲고상섭 목사가 ‘팀 켈러와 복음신학’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초신자들 아닌 복음 아는 목회자들
팀 켈러의 책 통해 복음 재발견해
복음, 1차로 어떤 삶의 방식 아닌
우리 위한 행위 믿고 반응하는 것

고상섭 목사는 “팀 켈러를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복음의 재발견’이라고 말할 것이다. 팀 켈러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접하지만, 복음의 감격으로 책을 덮게 된다”며 “그만큼 팀 켈러에게 중요한 것은 ‘복음’이다. 신기한 것은 복음을 알지 못하는 초신자들이 아니라, 복음을 알고 설교하는 목회자들이 팀 켈러를 통해 복음을 재발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팀 켈러가 ‘복음은 좋은 충고가 아니라 좋은 소식’이라는 말로 복음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 “충고는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소식은 듣고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팀 켈러의 “복음은 우리가 행하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행해진 무엇이며, 우리가 반응해야 하는 어떤 것이다”는 말을 소개했다.

그는 “복음이란 일차적으로 어떤 삶의 방식이 아니다. 교회 안의 많은 사람들은 율법을 행함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려 노력하지만, 복음이란 나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일을 믿는 것”이라며 “복음은 내가 어떤 것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의 완성된 사역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복음은 자신의 죄인 됨과 그리스도로 인해 사랑받음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주시라면 인간은 피조물이 되고, 하나님이 구속주시라면 인간은 죄인이 된다. 이 두 가지 인식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자기 인식”이라며 “그래서 복음은 우리를 겸손하고도 담대한 사람이 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고상섭 목사는 “복음이 ‘좋은 충고’가 아니라 ‘좋은 소식’임을 알 때, 우리는 정체성의 문제까지 변화를 받을 수 있다”며 “복음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향한 비판 앞에서 겸허할 수 있고, 자기의 의가 아닌 그리스도의 의로 구원을 얻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연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 목사는 “팀 켈러는 ‘포스트모던 시대 사람들에게 설교하기’에서 상대에게 공감하라고 말한다. 특히 사람들의 의심이나 염려에 공감하라는 것”이라며 “‘내 믿음은 옳고 네 믿음은 전부 틀렸다’고 접근하면 강하게 선포할 수는 있겠지만 효과적인 설득은 안 되기 때문에 그들의 의심까지 존중해주는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 겸손은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는 것이고, 그 겸손이 연합을 이루게 된다”고 했다.

팀 켈러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
▲포럼이 진행되고 있따. ⓒ이대웅 기자
복음과 그 혜택 분리, 칭의와 성화의 분리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를 모두 거부해야
율법주의는 하나님의 성품과 율법을 분리
반율법주의는 하나님 법을 성품에서 분리

둘째로 ‘복음과 복음의 결과를 혼동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해 “팀 켈러의 요지는 그리스도를 경험할 때, 자연스럽게 죄를 죽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즉 복음을 선포하지 않고 죄 죽임을 선포하면(복음과 복음의 혜택이 분리되면),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를 낳게 된다”고 했다.

고상섭 목사는 “팀 켈러는 <당신을 위한 로마서>에서 신자의 순종은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이 동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며 “십자가에서 죄의 문제를 해결해 주신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거룩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기억하고 그 사랑과 은혜를 누릴 때, 우리는 거룩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 목사는 “복음과 그 혜택을 분리하는 것은 결국 칭의와 성화를 분리하는 것과 같다. 팀 켈러는 많은 설교자들이 복음과 그 혜택을 분리해서 윤리적·율법적 설교를 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며 “둘의 분리는 결국 인간 스스로 구원하는 행위구원이 된다. 이것을 오해하면 칭의와 성화의 관계 속에 이상한 불순물이 침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팀 켈러는 복음의 두 가지 적인 율법주의(legalism)와 반율법주의(antinomianism)를 거부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둘은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원 뿌리가 동일하다”며 “율법주의는 우리가 구원받으려면 거룩하고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반율법주의는 우리가 구원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거룩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상섭 목사는 “율법주의는 하나님의 성품과 율법을 분리시킨다. 율법을 주는 분이신 하나님을 보지 않고 율법 자체를 보면서 불평하는 것”이라며 “율법폐기주의는 율법주의의 반대편 극단의 오류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율법폐기주의도 하나님의 법을 하나님과 그 분의 성품에서 분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목사는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이다. ‘탕자’인 둘째 아들은 반율법주의의 전형으로 아버지 말씀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살고 싶어하고,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어긴 적 없는 율법주의자의 전형으로 도덕적 삶을 추구하면서 아버지의 복을 얻으려 자기를 위해 순종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둘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는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 하나님은 자신들을 사랑하지도 않으시고 자신들의 기쁨을 바라시지도 않는다는 잘못된 믿음이 그 출발점”이라며 “율법과 복음 둘 다 하나님의 은혜의 발로임을 보지 못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율법은 하나님 성품의 반영이기에 율법을 지켜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 그 자체에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며 “율법은 단지 몽학선생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고 따라야 할 거룩한 진리임을 알 때 기쁘게 순종할 수 있다. 우리는 복음을 바르게 선포함으로 율법에 대한 오해, 그리고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오해를 해소시켜 주고, 율법주의도 반율법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인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팀 켈러
▲2017년 방한했던 팀 켈러 목사가 강연하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복음만이 인간의 참된 변화 가능
감정의 변화와 정감의 변화 달라
복음 은혜와 안정감 속 습관 변화
정감의 변화, ‘사랑의 순서’ 변화

고상섭 목사는 “삶의 변화를 위해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이유는, 복음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인간이 참된 변화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팀 켈러는 <팀 켈러의 설교>에서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감정론>을 언급하면서 감정(emotion)의 변화와 정감(affection)의 변화를 구분해 설명한다. 사람의 참된 변화는 감정이 아닌 정감, 즉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애정과 사랑이 변화될 때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목사는 “일례로 구제와 나눔이 삶의 일부가 되려면 단순히 구제해야 한다는 의무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불쌍한 마음(emotion) 이상, 그 사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애착과 애정(affection)이 바뀌어야 한다”며 “즉 인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돈을 사랑하는 ‘물질주의’라는 우상이 깨어지지 않으면 참된 나눔의 삶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팀 켈러는 오직 복음을 통해서만 사람의 사랑이 변화된다고 강력하게 소리를 높인다”며 “모든 성경에서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이유는, 그 복음만이 하나님의 아름다우심과 탁월하심을 드러내기 때문에 사람의 정감(affection)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사람의 정감은 변화되지 않는다. 결국 정감의 변화는 ‘사랑의 순서’가 바뀌는 과정이고, 그것이 삶의 변화로 이끄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고상섭 목사는 “참된 복음을 선포함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회복하고, 어떤 일을 행하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은혜와 안정감을 누릴 때, 비로소 습관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복음이고, 그 복음을 통해 우상을 회개하며, 사랑의 순서를 바꿀 때 비로소 참된 삶의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늘 우리가 팀 켈러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복음의 확신인 것 같다”며 “모두가 교회 성장을 위해 복음 외에 다른 것들을 찾는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이 복음을 통해 흘러가야 한다고 외치는 팀 켈러 목사의 목소리는 새로운 대안을 찾던 우리에게 ‘익숙한 옛 길이 진리의 길’임을 알려준다.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누리지 못했던 그 복음을 재발견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 목사에 앞서 오종향 목사(뉴시티교회)가 ‘복음과 복음설교’ 이정규 목사(시광교회)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의 예들’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포럼 장소에서는 복있는사람, 아르카, 이레서원, 좋은씨앗, 토기장이 등의 출판사들이 도서를 전시·판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