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의 논문 '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지위 변모 양상 요인 분석'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이 논문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의 '중동연구' 논총 제2호(2018)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정순
▲이정순 박사
4.2. 개혁에 따른 과제

사우디에서 발생하는 여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는 이에 대한 상반된 해석 때문에, 사우디의 내국인들에게조차도, '여성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억압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여성운전이 허용되면 그들을 운전하여 주었던 운전기사가 직업을 잃게 된다. 수십만 명의 외국인 출신 가정집 운전사들이 직업을 잃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성 교통경찰을 양성하는 것과 여성 운전학원을 세우는 것도 향후 사회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사우디 사회구조로서는 사우디 여성 대부분은 일할 수 없다. 그러나 남녀가 분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도 있다. 2005년 9월 사우디 여성들은 캐런 휴스 미국 국무부 홍보차관의 사우디 방문에 대체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식 논리에는 반감을 보인 바 있다. 휴스 차관은, "사우디 여성도 운전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운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하였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토론 참석자 사우디 여성 500명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사우디를 여성의 삶이 제한되는 곳으로 묘사한다. 모든 걸 미국식으로 바꾸려 하지 말라. 선거 때 투표 못 하고, 운전 못 한다고 우리가 딱히 불행할 게 없다. 사우디 남성은 여성에게 많은 것을 해 줄 의무가 있고, 여성은 이 의무가 안 지켜지면 법원에 소송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이 더 남성 중심적인 사회다.'

압둘라 국왕이 여성의 사회발전 참여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자는 견해에 대하여 현대 사우디 여성 대다수와는 달리 사우디의 보수층은 배교자라고 비난했다. 제다의 활동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나스와 타헤르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그것을 반영해 주기도 한다; "우리는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바라지 않습니다. 신은 우리를 다르게 창조하셨죠. 각자 원하는 대로 살 권리, 의견을 가질 권리, 선택할 권리가 동등하기를 원합니다."

5. 나가는 말: 사우디 여성의 미래 전망 및 제언

사우디가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00년간 이슬람의 율법을 철저히 지키며 여성의 사회활동과 옷차림까지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발생하는 주요 요인은 와하비즘 때문이다. 사우디 왕가가 사우디 여성의 운전을 허락한다고 해서 여성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착오적 이슬람 전통주의 와하비즘과 결별하는 첫 신호가 될 수 있다. 현재 사우디의 개혁에 따른 변모 양상의 요인은 첫째,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왕과 왕자들의 존재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둘째, 사우디 내의 급격한 도시화를 꼽을 수 있다. 셋째, 사우디 여성 자신들의 용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넷째, 교육과 해외유학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섯째, 국제 사회의 비판이다. 여섯째, 석유매장량의 감소이다. 일곱 번째, 여성의 노동력 필요이다. 여덟 번째, 경제 위기이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여행, 미디어, 인터넷, 휴대폰, SNS 등의 통신발달을 꼽을 수 있다.

오늘날 사우디 변화는 수직적이고도 수평적인 면에서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 해외 유학과 고등 교육을 받은 사우디 여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종교계는 아직 여성의 사회진출에 부정적이다. 사우디 여성에 대한 사회 개혁이 성공하려면, 여성에 대한 종교적,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 남성 의존적인 시스템이 변화되어야 한다. 사우디 여성의 인권 개선을 위하여 여성을 제지하는 각종 법규를 없애고 여성 스스로가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대화와 언론, SNS를 통하여 종교와 정치세력의 구조적 문제가 변화되어야만 한다. 사우디 내, 교육받는 도시 여성들과 산골 마을 여성들 사이에서의 간격과 진보적인 여성들과 보수적인 여성들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하고 더 보완해 나가야 한다.

사우디에서 근본적으로 여성 취업을 저해하는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하며 진출분야를 넓혀야 한다. 그리고, 학교 교육 과정에 여성의 사회진출에 적합한 직업교육과 기술 등 실제적인 면에 포함되어야 하는 등 개선이 시급하다. 사우디에서 여성들이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능력에 따라 남녀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여도 되는 인식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우디에서 여성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대한 장애물인 '남성보호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여성이 남성보호자 없이 자기 의사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국내외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7년 5월, 사우디의 살만 왕은 여성 입사를 허용하고, 여성은 남성 보호자로부터 대학 입학, 취업 및 수술을 포함한 일부 활동에 대한 허가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였다. 물론 이는 일부 활동에 대한 허가이지 전면적인 허가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우리가 보았던 과거 사우디 안에서의 여성에 대한 생각과 전통의 변화를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우디 왕가의 개혁 정책과 더불어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적극적인 참여를 계속 실행할 수 있다면, 사우디의 인적 능력을 높이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하여 사우디 여성들이 복음에 더 쉽게 노출될 전망이다.

사우디는 이슬람의 본산이며 종주국으로서 가장 큰 영향을 이슬람 세계에 미치고 있다. 따라서 사우디 여성의 지위 변화는 다른 이슬람 세계의 여성의 지위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