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현대인들은 정말 바쁘게 하루를 살고 한 달을 살고 일 년을 산다. 바빠서 자신을 성찰할 시간도 없고 내면에 한 줌 한 줌 쌓여가는 상처와 아픔도 들여다볼 새가 없다. 한 해 한 해의 삶이 너무 분주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 한 달, 일 년이 지나고나면 우리 내면에 쌓인 아픔을 돌아보고 비워낼 새도 없이 지나간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을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을 아껴 공부에 매진해야 하고,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바쁘게 구직을 위한 스팩을 쌓아야 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성과를 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명예퇴직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아껴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분주한 삶을 내려놓은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 때부터 우리는 늘 시간을 헛되이 쓰면 안된다고 배워왔다. 그래서 바쁘게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졌다. 바쁘게 사는 데 익숙해지다보니 일이나 원하는 그 무엇에 집착하게 되었고 탐욕이 생기게 되었다. 

너무 바빠서 그것이 나쁜 것인지도 점검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리게 되었다. 그래서 생긴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마음에 쌓여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살게 된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정신없이 바쁘게 이십 대와 삼십 대를 살아나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내 안에 가득 찬 스트레스를 비우지 않으면 과로사할 것 같은 위기감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조금 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서 모든 분주함을 내려놓고 낯선 하늘 아래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느리게 사는 것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었다. 

사람은 너무 바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천천히 느리게 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면 느리게 사는 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여행하기

여행은 느리게 사는 법의 최고봉이다. 우리나라의 가보지 않은 곳,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풍광이 좋은 곳, 고즈넉하고 모르는 곳 등을 지나가면서 심호흡을 하며 걸어도 좋다. 외국의 어느 나라로 가도 좋다. 익숙하지 않은 곳을 걸으며 약간의 불안을 이겨나가며 걸어보면 그보다 더한 느림의 미학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복잡하던 내면이 정리되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독서하기

독서는 또다른 느림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바쁘면 책을 손에 들고 있을 수 없다. 느긋한 마음으로 앉아 책을 넘기며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깨달음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타인의 내면을 엿보며 나의 내면을 탐색하는 시간은 더 큰 깨달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 내가 걷지 못한 길을 저자의 시각으로 간접적 체험으로 다가가며 천천히 새로운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셋째, 문화 예술 체험하기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의 문화 예술을 체험하는 것 역시 느리게 사는 방법이다. 일하느라 바쁘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다. 문화와 예술의 체험은 다각도로 자신의 삶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힐링을 경험하게 한다. 

넷째, 그림 그리기 시 쓰기

잘 그리거나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내면의 어떤 것들을 분출하며 낙서를 해도 좋고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그려보는 것도 좋다. 짧은 문장으로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시쓰기도 권한다.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모방해서 써도 좋다. 자신의 일상을 시로 담아내면 바빠서 누리지 못한 아름다운 감정과 향기로운 시간을 찾을 수 있다. 

다섯째, 천천히 걷기

집 주위의 공원이나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 본다. 그 옛날 사색가나 철학자들은 매일 산책을 했다고 한다. 느리게 살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찾을 수 없는 고차원적인 통찰을 할 수 있게 된다. 걸으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고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미친듯 매달렸던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격의 성숙을 이루어갈 수 있다. 

여섯째, 기도 하기

마음이 분주하면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 너무 바빠서 기도하는 시간이 없어질수록 삶은 삭막해지고 불안은 더욱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기도란 주문처럼 외우는 기복적이며 이기적인 일방적 요구가 아니다. 기도는 나 자신을 신 앞에서 낮추며 겸손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가장 영적인 시간이다. 지상의 시간을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아무 생각없이 바쁘게 살면 성장하지 않는다. 묵상, 명상, 사색, 문득 떠오르는 영감.... 이런 것들이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천천히 사는 것이 게으른 것과는 다르다.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 없는 삶이 느리게 사는 법이다. 자연을 보며 꽃의 향기를 맡으며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삶 속에서 비로소 내가 보인다. 내가 보여야 옆의 누군가도 보인다. 

천천히 느리게 걸어야 아파하는 가족도 보이고 그들의 불행한 표정도 보인다. 자신의 표정에서도 불안을 볼 수 있고 약함도 발견하게 된다. 그래야 힐링을 위한 노력도 하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느리게 사는 것을 배워간다면 각박해진 현대인의 삶을 벗어나 풍요롭고 향기로운 삶의 길로 유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바쁨'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딜 가나 '빨리 빨리'를 외치며 빠르게 가는 삶만을 강요 당했고, 기성세대가 되면서는 강요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너무 바쁘게 살면 행복감도 느낄 수가 없다. 더 빨리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배어나오게 된다. 너무 빨라서 외로움과 슬픔도 빠르게 뒤로 보내지만 그것들은 내면에 쌓여 또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너무 빨라서 심장이 타버린다면 인간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느리게 사는 법을 실천하면서도 더욱 능률적으로 일도 하고 성과도 낼 수 있다. 욕심을 비우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공감하며 숨 헐떡이지 않게 느리게 가며 서로 돌아보자. 그리고 서로를 위해 기도의 시간을 가지자. 그리하여,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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