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우리의 무관심 영역 한국 고대사,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주제로 이상일 국회의원이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가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도상 전 교수. ⓒ하석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고대사 인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도상 전 원광대 사학과 초빙교수는 “광복 후 마땅히 청산됐어야 할 식민사학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역사학계와 교과서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지금은 오히려 중국의 동북공정에 도움을 주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으니, 이것이 미래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되리라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 전 교수는 “광복 후 식민사관이 청산되지 않은 이유는, 일제가 조선총독부 안에 설치해 조선 역사 왜곡 작업을 벌였던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역사학계의 주요 위치에 앉아 소위 문헌고증학풍에 치중하면서, 다른 사관들을 이단시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민족사학을 국수주의로 매도하면서 이의 개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이 전 교수는 “더욱이 6·25전쟁과 더불어 많은 민족사학자들이 납북된 데다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교육 환경은 일제가 만든 틀(교사·교육 방법과 내용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국사교과서에서 아직도 식민사학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교수는 “분명한 것은 일본의 국수주의적 역사인식, 중국의 패권주의적 동북공정, 그리고 우리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식민사학이 모두 현재진행형 역사왜곡이자 미래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사교과서는 다섯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개편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첫째로 “고대조선 건국 사실은 역사적 근거를 찾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하며, 지금처럼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는 투의 국사교과서 내용은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는 기자의 활동 위치, 위만의 성격과 그의 역할, 한사군의 위치 등, 민족의 정체성에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실과 다른 내용은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셋째로 “위만 왕조의 고조선이 철기 문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식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기술상의 모순을 시정해야 하고, 넷째로 기자조선, 위만조선, 기원, 기원전과 같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주체성이 결여된 역사용어는 수정해야 하고, 다섯째로 고고학 연구 성과들이 역사 해석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이 전 교수는 “고대조선사는 가공이 아니라 실재한 역사이고,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 진입 연대는 서기 전 7~15세기가 아닌 서기 23세기로 수정돼야 하고, 기자·위만·한사군으로 이어지는 정권들은 한국사의 본류가 아니라 고대조선 변방에서 벌어진 지방사적 사건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교수는 “올바른 역사교육은 통일한국의 터를 닦는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국사교과서 개편이 절실하다. 역사학계와 책임 있는 교육부서들이 사대·식민사학의 잔영 제거를 위해 침묵을 깨고 나서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전 교수 외에 우장문 용인 대지중학교 교사가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 및 내용 분석’, 정암 전 관동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한국 고대사 인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토론회에 앞서 축사를 전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담임)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고대사를 정립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사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객관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시인할 것은 시인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 역사학은 우리의 존재 의미를 사색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학문이며, 역사교육은 국가관과 애국심을 길러주고 통일한국의 터를 닦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