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이 성밖으로 나갔고, 아람 진영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그 뒤를 무리 지어 달려갔다. 순식간에 성난 밀물을 방불케 했다. 넘어지고 다치고 비명 지르며 달려갔다. 아무래도 큰 사고가 날 조짐이었다. 왕은 급히 경호대장에게 명령하여, 성문에서 질서를 지키도록 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그야말로 결사적으로 몰려 나가다 보니 넘어져 밟혀 죽는 사람도 생겼다.

발 빠르게 아람의 진영까지 갔다 오는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을 뿐만 아니라 밀가루와 보릿자루 등을 가져와서 성문 밖에서 값을 불러댔다.

“자, 보리 두 말에 한 세겔입니다!”
“고운 밀가루 한 말에 한 세겔이오!”

경호대장은 엘리사에게 들은 말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지켜보며 어안이 벙벙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파도처럼 밀려 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넘어지고 말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이 그를 밟고 지나갔다. 엘리사의 말대로, 그는 그 흔해진 먹거리를 전혀 먹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엘리사는 아람의 왕도 다마스커스로 갔다. 벤하닷 왕은 늙고 병들어 누워 지내는 형편이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가 왔다는 보고를 받자 눈빛이 달라졌다. 여러 차례 이스라엘을 침공했으나 번번이 패했는데, 그 원인이 엘리사 때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또 군사령관 나아만의 문둥병이 깨끗이 나은 것도 이스라엘의 엘리사 덕분이었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왕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신들 중 최고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엘리사가 왔다면 그의 하나님에게 자신이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으며, 나아만을 치료해준 것처럼 나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사엘, 선물을 갖고 가서 엘리사를 맞이하고, 그의 하나님께 내 병이 나을 수 있을지 여쭈어 봐 달라고 하여라.”

왕은 엄청난 선물을 내주었다. 다마스커스의 명품들과 값진 보화 등을 낙타 40마리에 실어 주었다. 하사엘은 왕명을 받들어 엘리사를 영접하고 선물을 전했다. 그는 엘리사 앞에 공손하게 절을 한 다음 말했다.

“당신을 존경하는 우리 벤하닷 왕께서 병이 나을지 당신의 하나님께 여쭈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엘리사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

“당신 왕에게 가서 전하시오. 그 병으로 죽지는 않는다고요.” 다음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왕은 반드시 죽을 것이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