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은 ‘남자 경서도소리를 이어가는 고금성의 소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만큼 한때 남성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이니었던 소리판이 이제는 여성전유물처럼 인식될 만큼 남성 소리꾼이 귀하거니와 그나마 인내하고 들어줄 수 있는 소리꾼은 손으로 꼽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일제강점기만 하더라도 경서도 소리계는 왕실리패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선소리산타령 계통의 뭇 남서명창, 추조박(秋曹朴)에 의해 형성된 경기잡가를 가르치던 일군(一群)의 경기 남명창들, 그리고 평양, 해주일대에서 건너와 서울에서 활동하던 서도소리 남명창들이 주축이 되어 경서도소리의 보급과 전승을 담당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새 특히 한국전을 거치면서 소리판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이명길, 이명산, 탁복만을 위히산 그 많던 선소리타령 및 경기소리계의 남명창들은 다 흩어지고 김태운, 정득만, 유개동, 이창배, 김순태 5인만이 살아남아 중요무형문화재 제 19호 선소리산타령 보유자로 인정되며 그 명맥을 이었다.

서도소리쪽은 더 심각했다. 해방후 대부분 월북한데다, 남한에 남아있던 이정근이나 백신행, 최경명, 김경복, 박동신 등의 소리도 이제는 을지로, 종로 뒷골목에나 가야 백발성성한 이북출신 노인들에게서나 운좋게 들어보는 ‘전설’이 되어버렸다.

이창배가 주목한 경서도소리 남성명창으로는 지관팔(池官八), 최창남(최창남(崔昌男)을 들수있다. 두사람 모두 황해도 태생으로 경기, 서도소리 모두에 능했는데 지관팔은 몇 년전 타계하고 최창남 역시 70을 훌쩍 넘은지 오래여서 이들처럼 탄탄한 실력과 풍성한 무대매너를 가진 소리꾼이 그리워지는 것이 경서도소리계 작금(昨今)의 현실이다.

그러한 ‘궁핍(窮乏)’을 채워주는 대표적인 소리꾼이 고금성이며, 고금성은 현존 경서도소리계 최고의 남녀소리꾼이라고 할 수 있는 김혜란(金惠蘭)과 최창남으로부터 경기민요와 서도민요 및 잡가를 사사했고, 특히 서울굿에도 뛰어나 각양각층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출신답게 강원도사람 아니면 맛을 못낸다는 메나리 소리도 아주 청승맞게 잘 불러 후생이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고금성은 소리꾼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췄다. 예능계에서 통할 만큼 깔끔하고 빼어난 외모, 관객에게 또렷하게 전해지는 훌륭한 발성과 발음, 그리고 여성못지 않게 맑고 높고 깨끗한 성음, 재담꾼 못지 않은 입담과 무대 너름새는 판소리를 정리한 신재효의 입을 빌리자면 경서도소리판 최고의 광대인 것이다.

그가 돋보이는 이유는 남성명창이 귀한 경서도소리판에서 어린 나이에 민요계에 입문해 정석대로 착실하게 기본기를 연마하고 단계를 밟아온 유일한 소리꾼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남성 소리꾼들이 20대에 본격적으로 소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변성기를 지난 이후라 목이 굳어버려 잘 열리지 않고, 청 역시 낮아져 명창들만이 낸다는 득음이 요원해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판소리건, 민요건 많은 남성 명창들이 상청에서 고생하는 이유가 노력해도 열리지 않는 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이는 변성기 이전에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 목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소리가 미성(美聲)이려니와 일찍이 좋은 스승을 만나 제대로 소리길을 들인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좋은 소리를 가지고도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 못해 소리를 버니는 경우가 많은데 고금성은 김혜란이라는 뛰어난 소리꾼에게서 경서도민요와 서울굿을 사사했다. 12잡가를 이수한 것으로 부족해 그는 이창배가 ‘한국가창대계’에서 뛰어난 제자로 평가했던 최창남에게서 선소리산타령과 경서도민요를 사사받고 있다. 당대 최고의 남녀 경서도명창을 사사한 내력만으로도 그의 소리길은 그 어느 길에 견줘도 결코 손색이 없이 짱짱하고 돋보인다.

고금성의 공연무대는 화려한 조명이나 다이나믹한 춤이 동원되는 그런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대신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실속이 있기 때문에 귀명창들에게는 늘 기다려지는 대표적인 무대이다. 그가 만신복장을 하고 무대에서 방방 뛰면 정말 굿당에 온 줄 아는 착각을 하게 되고 곱상한 외모에서 터져나오는 거침없는 입담과 재담에서 ‘21세기형 광대’를 만나게된다. 사설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실어내는 잡가무대에서는 격조있고 꿋꿋한 기백에 압도당하며, 장고잽이 못지 않게 ‘궁궁’장단을 놀리며 산타령을 풀어낼때는 영락없는 왕십리패 모갑이가 환생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단단한 올로 배게 짠 무명 삼베마냥 실팍한 고금성의 소리속을 그것도 남성명창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잡가와 민요를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그 자체가 고금성이 완연(宛然)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 공연은 특히 남성 소리꾼이 드문 민요계에 명창 이창배, 최창남 등을 통해 이어져오고 있는 남성 경서도소리의 철학과 멋을 현대적 느낌으로 재창출해 보여주는 공연으로, 단순히 경서도소리의 일반적인 레퍼토리를 재연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민국악팝스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경서도소리의 규모를 키우고, 음악적 감성을 극대화하여 현대를 사는 대중들이 민요만이 가진 멋, 철학과 쉽게 조율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어렵게만 인식되어온 국악에 대한 인식을 깨는 계기를 만들어주며, 궁극적으로는 ‘현대화된 민요’를 통해 국악과 대중이 직접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국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또한 고루하고 따분한 음악의 대명사로 오해받고 있는 경서도잡가만이 가진 멋과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섬세하고, 대중적인 편곡을 통해 잡가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를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정체된 경서도잡가 공연 레파토리의 다양화를 꾀하게 되며 현대에 부응하는 공연물, 즉 ‘현대적 감각의 컨텐츠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도 이번 공연의 주 목적이다.

이날 공연과 함께 고금성의 경기민요 1과 서도민요 1집인 2장의 CD음반을 출반 한다. 공연도 보고 새로 나온 그의 경서도 민요를 담은 CD음반을 살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될것이다.

일 시 : 2010년 9월 17일 (금요일) 저녁 8시
장 소 :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사 회 : 김문성 (국악평론가)
특별출연 : 이상순(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새남굿 보유자 )
김만석(국악팝스오케스트라“여민”지휘자)
김영아(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최창덕(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자료제공: 아우라꼬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