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김 박사(美 쉐퍼드대학교).
성경이 암호화된 이유와 방식은 앞서 살핀 비유와 구약과 신약이라는 대칭적 짝 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영적 세계는 육적 인간에게는 모두 암호와 비밀들이다. 복음서에서 보면 귀신들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다 알고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종교 생활을 오래했다는 유대의 제사장, 장로들은 모를 뿐더러 죽일 생각을 한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 종교인들이 모르는데 오늘날 문화와 지성에 사로잡힌 이들이 어찌 예수님의 비밀을 알 수 있을까? 안다고 착각할 때 더 궤변을 늘어 놓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게 된다. 이렇게 인간의 육적 한계는 예수님의 영적 정체성을 모르기에 암호를 생성해 낸다.

인간의 한계가 만든 암호화

이와 같이 성경의 암호화와 예수님에 대한 암호화는, 고의는 아니지만 인간의 한계와 무식으로 인하여 된 경우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인간의 언어를 통하여 살펴보자. 인간은 언어를 통하여 소통한다. 그러나 언어가 이해되지 않을때 언어는 암호가 되고 해독이 필요하게 된다. 성경은 바벨탑 사건(창세기 11장) 이후 언어가 혼잡하게 되어 소통이 되지 않음으로 언어가 같은 사람들끼리 흩어져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언어는 크게 두 가지, 문자적 개념과 내용적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문자적이라 할 때는 기초 문자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문자적인 것에는 1차 자국어와 2차 외국어가 속한다. 외국어는 당연히 해석을 거쳐야 하므로, 그 자체로 암호인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자국어에서도 내용의 차원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진다. 차원이 다르면 이해되지 못함으로 그것은 암호가 된다. 동일한 언어 속에서도 내용과 상징 사용 여부, 사용자에 따라 여러 언어군을 구분할 수 있는데 편의상 시장 언어, 예술 언어, 문화 언어, 종교 언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고스 언어로 부르도록 하자. 이 구분에 근거하여 언어와 암호성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차원 언어: 시장 언어

자국어 중에서 가장 쉽게 모두가 이해하는 것은 시장 언어이다. 시장 언어는 상징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과, 배 등의 물질 명사가 있고, 간다, 온다, 산다, 먹는다, 잔다등의 행동성 기초 동사들로 구성된 것이 시장 언어이다. 이 언어는 물질 혹은 육체의 언어로 구분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물질를 활용하며 육체를 공유하는 이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성경의 많은 내용은 기본적으로 이 기초 언어로 기록되어있다. 여기에 성경 암호의 함정이 있다. 이 기초 언어로 이해되는 성경의 이야기 때문에 모든 성경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는 성경의 난해함을 비판하고 진리를 왜곡하여 해석한다.

2차원 언어: 예술 언어

다음 단계는 예술 언어이다. 예술 언어는 상징을 사용한다. “그대는 나의 비둘기”라고 할 때 1차 시장 언어로 이해한다면 ‘나를 새 취급하고 소유하려 하다니’라고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므로 1차 시장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에게 예술 언어는 해독이 필요한 암호가 된다. 시와 소설, 음악의 악보, 미술의 선과 색등은 모두 예술적 상징을 사용한다. 이 언어는 감성과 상징의 이해가 매우 중요시된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비유도 예술 언어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비유는 그 자체로 문학적인 재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한 함정이 있다. 예수님의 비유의 목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실은 그 속에 엄청난 로고스 언어적 비밀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해독해내지 않으면 않된다.

3차원 언어: 문화 언어

3차적 언어는 문화 언어이다. 이것은 1차적인 시장 언어와 2차적인 예술 언어를 포함하면서 독특한 문화 특성 속에서 이해되는 언어이다. 젊은이의 문화, 여성 문화, 외국인 문화, 현대 문화들은 각각 장년 문화, 남성 문화, 국내 문화, 고대 문화 등과 구분을 가지며 각각 다른 접근과 암호 해독이 필요하다. 이 언어는 집단적이며 지성적이고 축적된 시간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오늘날에도 유월절을 중시하며 온 집안이 모여 이를 기념한다. 그날엔 삶은 계란을 깨서 먹는다. 이유는 성전 파괴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유대인들의 문화를 모르면 그 뜻을 알지 못하기에 암호가 된다. 성찬식은 기독교 문화이다. 그러나 이 문화는 또한 로고스 언어적 비밀을 담고 있기에 성찬식의 비밀을 다른 이들이 이해할 수 없다.

4차원 언어: 종교 언어

4차적 언어는 종교 언어이다. 3차 언어 까지는 이 땅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종교 언어는 삶과도 연관 되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그리고 종교 언어는 진리를 추구함으로 보다 깊은 철학적 체계와 초월적, 영성적 세계관을 갖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장, 예술, 문화 언어가 종교 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각 종교도 다른 종교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각 종교를 이해하려면 종교 용어들의 의미를 해독하고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천국, 지옥, 영생, 천사, 악마 등은 종교적 언어이다. 이것들은 예술 언어 차원에서도 사용될 수 있지만 그 참된 의미는 종교 언어를 이해할 때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무신론자들은 종교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 종교 언어는 황당한 궤변일 뿐이다.

5차원 언어: 로고스 언어

언어의 최고 경지는 로고스 언어다. 이는 하나님의 언어이다. 로고스 언어는 “빛이 있으라” 하면 빛이 창조되는 언어이다. 예수가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된다면 그렇게 되는 언어이다. 이 언어는 시장, 예술, 문화 그리고 여타 종교 언어를 알고 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힌두교, 불교, 무교 등의 종교 언어를 알고 있어도 이 하나님의 언어인 로고스 언어는 그 언어의 주인과 교통하는 방법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성령님의 감동이 있어야 이해가 되는 언어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로고스 언어는 지금까지의 어떤 언어와도 구분이 된다. 성경의 핵심 내용은 이 로고스 언어로 암호화된 채 쓰여 있다. 예를 들어 예수는 구원자라는 뜻이고, 그 이름값을 하신다. 그리고 그를 믿는 자마다 구원을 얻는다고 하지만 안 믿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뜻 모를 암호일 뿐이다. 이것을 인간의 여타 언어로 생각하면 매우 불합리해 보이지만, 로고스 언어로 보면 그것을 약속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인간의 능력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것을 이루시는 것이다.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성경, 모두가 똑같이 이해할 수 없는 성경

성경은 위에서 구분한 모든 언어적 체계를 가지고 기록되어 있기에 모든 수준의 사람들이 성경을 읽으며 즐길 수 있다. 성경의 모든 내용이 암호는 아니다. 왜냐하면 해독과정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 것은 성경은 쉽게 이해되는 내용 속에도 심오한 로고스적 언어가 담겨져 있을 수 있고, 이것들은 해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에 왜 읽는 사람의 언어 수준에 따라, 성경의 이해도가 달라지는 이유이다.

불행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구원에 관한 가장 중요한 비밀들은 이 로고스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 불행한 이유는 아무리 학식있는 사람도 성령의 감동 안에서 믿음이 없이는 암호 해독을 못하기 때문이고, 다행스러운 것은 아무 학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성령의 감동 안에서 믿음을 통하여 심오한 비밀을 알고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성경은 분명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