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박사.
이어령 박사(이화여대 석좌교수, 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가 교회의 자본주의화와 사회참여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자본주의화에 대해선 “예수님은 돌로 빵을 만들지 않으셨다”고 했고 사회참여에 대해선 “인간이 선악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원죄다. 오늘날 교회가 얼마나 많이 심판을 하고 있나”라고 했다.

신학잡지 ‘목회와신학’은 이 박사와의 인터뷰를 최신호에 실었다.

이 박사는 자본주의시대 교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아마도 자본주의 시대 교회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빵을 주는 것일지 모른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구제를 하고, 육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물었다.

예수님을 향해 ‘돌들을 빵이 되게 하라’고 한 사탄의 시험을 언급한 이 박사는 “예수님은 단순히 돌을 가지고 빵을 만드는 기적이 해결책이 아님을 아셨던 것”이라며 “오늘날 교회가 돌로 빵을 만들려고 하진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교회는 빵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라고 자본주의화된 교회의 모습을 지적했다.

그는 또 “교회는 자본주의보다 더 큰 것을 생산해야 한다. 그것이 곧 생명자본주의”라며 “생명이 알고 싶다면 광야로 가야 한다. 광야는 인간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사탄의 시험은 모두 도시의 논리로부터 온 것이다. 그런데 교회는 지금 도시 안에서 예수님을 시험했던 마귀의 그 세 가지 제안을 해결하려고 열심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지상 위에 천국을 만들고 진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져 죽는 것이 영생의 길이라는 논리’에 대해 “그래서 교회가 사회참여도 하고 정의로운 하나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는 것, 인간이 선악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원죄인데 누가 그런 특권을 줬나. 인간의 지성으로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고 판단해서 옳다는 편에서 그른 쪽을 징벌할 수 있는 리더십과 힘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온유하라, 평안하라는 이야기는 심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얼마나 많이 심판을 하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박사는 천국에 대해서도 “천국이 있다 없다를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있다는 사람이나 없다는 사람이나 대단히 유물론적인 사람”이라며 “우리가 말하는 있다 없다는 유물적 존재, 소유될 수 있는 사물의 존재성을 놓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것이 사탄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다. 하나님은 있다 없다라는 상대적인 것으로 가늠할 수 없기에 우리의 논리 개념으로는 따질 수도 없고, 말로도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