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족 강변 마을을 떠나기 위해 화물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전에 우리들과 만났던 한 무르시 족 아가씨가 50세 전후로 보이는 그녀의 아버지 기르마 씨를 모시고 마을 광장으로 우리들을 찾아왔습니다. 용건은 간단했습니다. 수만리 떨어진 동양에서 아프리카 오지를 찾아온 아시아인 나그네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커피의 원산국 에티오피아에서의 커피 다례(茶禮)는 손님 환대를 상징합니다.

“커피는 수도승들의 차라지요?”
“예, 그래서 사람들은 커피를 하나님의 거룩한 차라고 부르지요”

▲ 수도사들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식물’이었던 커피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다.

기르마 씨와 우리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커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커피가 세계 최초로 에티오피아에서 발견 된 것은 5세기와 10세기 사이였습니다. 그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원을 더듬어 기르마 씨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곁들여 살펴봅시다.

에티오피아 서부지방인 카파 지역(아디스 아바바에서 약 600km)에 사는 '칼디'라는 이름의 어느 목동이 하루는 그의 염소들이 어느 이름 모를 이상한 나무의 잎과 열매를 따먹은 후에 흥분해서 날뛰는 모습을 우연히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그 염소들의 신기한 행동에 호기심이 끌린 그는 그 열매를 따먹어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늘 졸리고 나른하던 그의 몸에 흥분이 생기고 활력이 솟는 것이었습니다. 목동은 그 범상한 현상을 알리기 위해 인근에 있는 수도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수도사들은 그가 '귀신에 들렸다'며 목동의 염소들이 즐겨 뜯어먹는 ‘그 귀신 들린 나무’를 모두 불태워버렸습니다. 불에 타는 그 나무의 연기에서 발산하는 진기한 방향(芳香)에 흠씬 취한 수도사들은 다른 수도원에 이런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들은 그 이상한 식물의 열매를 따다가 처음에는 으깨어 생즙이나 물을 섞어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사들은 간밤에 기도를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는데도 그 마법의 식물 음료를 마시고나니까 피곤이 사그라지고 새 힘이 솟았습니다. 하루 종일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육체적인 노역으로 피곤함과 졸음으로 시달려야 하는 수도사들에게 ‘그 귀신들린 나무’는 마침내 ‘깨어 기도하게 하는 축복의 나무’로 바뀌었습니다.

“기도하며 늘 깨어 있으라”(누가복음 21:36)

밤을 지새우며 기도해야 하는 수도사들에게 그 이름 없는 식물은 ‘하나님의 거룩한 식물’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식물의 이름은 그 각성제 나무가 발견된 지역의 이름 ‘카파(Kaffa)’를 따서 ‘카페(커피)’라 명명되었습니다.

카파 지역에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커피 농장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면적이 9337헥타나 되는 베베카 농장이고, 다른 하나는 6290헥타에 이르는 테피 농장입니다. 5월부터 10월까지의 커피 수확기에 약 2만 명의 일꾼들이 고용되어 일하는 베베카 농장에서는 연 1백50만 킬로그램의 커피(아라비카 커피라고도 불림)를 생산하며, 테피 농장에서는 2만5천 킬로그램의 커피를 생산합니다. 광활한 베베카 농장에서는 커피 외에도 1천5백 헥타의 드넓은 구릉에서 양봉으로 양질의 꿀을 생산하며, 후추, 생강, 계피 등의 향료 식물 및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등의 열대 나무를 재배합니다.

국내에서 명성을 얻은 커피는 이웃 아랍 나라에 ‘카후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내 상품화되어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원산지라는 빅 네임에 최량의 커피를 생산하는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업과 수출은 크게 확대되어 국민 1인당 연수입이 200$를 넘지 못하는 적빈(赤貧)의 나라 에티오피아의 국가 재정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재원이 되고 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