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애한의원 정소영 원장
회사원 박모(여•28)씨는 화장실이 없는 지하철과 버스가 두렵기만 하다. 지하철 타기 전에 꼭 화장실을 들렸다가 지하철을 타야 하고, 타고 나서도 뇨의가 급박하게 생길 때면 중간에 내려서 화장실을 가야만 한다. 그래서 버스를 타는 것은 더 불가능하다. 장시간 운전을 할 때에는 화장실 때문에 몇 번이고 휴게실을 들려야 한다. 집에서는 괜찮은데 이동만 하려고 하면 긴장이 되고 참을 수 없는 뇨의가 자주 느껴진다고 말한다.


전업주부 이모(49)씨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차 한잔 마시는 중에도, 골프를 치는 중에도 혼자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친구들이 너는 왜 그렇게 화장실을 자주 가냐며 농담 섞인 핀잔을 준다. 하루에 15회 이상씩 화장실을 가려니 이제는 어디를 간다고 하면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는 그녀.

왜 이렇게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는 걸까. 방광을 조이는 골반근육이 느슨해져 소변이 새는 요실금을 벌써 앓고 있는 걸까. 아니다. 정답은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다.

◆ 요실금보다 일상생활 불편 더해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요실금과 비교해 일상생활의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요실금 환자가 성생활 시 정상적인 배뇨 기능을 가진 사람에 비해 겪는 불편이 3.9배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4.3배로 분석된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도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정상인보다 5배 많으며, 요실금은 2.9배로 조사됐다. 이는 요실금은 기침을 하거나 배에 힘을 줄 때 소변이 새기 때문에 미리 대처할 수 있지만,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갑작스럽게 요의가 느껴져 불안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환자의 60%는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45%는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50% 정도가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너무나 예민한 방광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란 방광 감각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방광근육이 수축,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현상을 말한다.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 등이 증상이다. 방광에서 느껴지는 팽창 감각이 과민하거나, 방광의 물꼬를 터주는 배뇨근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2002년 국제요실금학회에서 개정된 정의에서는 절박뇨와 상관 없이 빈뇨와 야간 빈뇨를 동시에 가진 경우를 ‘과민성 방광증후군’으로 보고 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뇌졸중•치매 등 신경계 질환이나 방광 및 요도의 국소적인 자극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남성은 나이가 들어 방광 출구를 막는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 50% 이상에서 과민성 방광 상태가 된다.
방광염이 있을 때에도 소변빈삭등이 나타나지만 과민성 방광은 방광염과는 다르다. 방광염은 주로 세균감염에 의한 염증으로, 빈뇨와 절박뇨 등 증세는 비슷하나, 배뇨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둘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 소염제 복용 후에도 방광염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할 수 있다.

◆ 젊은 여성에게도 점점 흔해지는 과민성방광증후군
젊은 여성에게도 많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 남녀의 약 30% 이상이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하다. 2002년 비뇨기과학회 등에서 국내 20~40대 여성 3372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47.8%가 과민성 방광 증세를 보였다. 이는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카페인이 든 커피•알콜음료•감귤류 주스•토마토 주스•탄산음료•꿀 등의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가 잦고, 긴장 상태에서 오랫동안 앉아서 업무를 보는 컴퓨터 작업이 늘어난 탓도 있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정상적인 방광 기능 회복과 나쁜 배뇨습관의 교정을 목표로 한다. 1-3개월 정도 한방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대부분 소실된다. 하지만 방광의 기능이 회복되고 습관이 교정되어서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증상이 소실된 후에도 한달 정도는 치료를 더 받아 주어야 하고, 배뇨훈련은 6개월 정도까지 지속해서 습관이 교정되어야 한다.

현대 의학적 치료로 약물 요법이 주로 이루어지는데 방광의 감각 신경을 둔화시키는 약제가 쓰인다. 방광이 왜 과민해졌을까. 마음이 약한 사람이 더 예민한 법이다. 이처럼 방광이 약해졌기 때문에 더 과민해 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첫째로는 방광기운의 약화 둘째로는 방광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기능의 약화로 인해 과민성 방광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래서 방광과 신장의 기운을 보강해주는 약재들로 치료하게 된다. 체질적으로는 몸이 차고, 마음이 약한 소음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병이고, 소음인 중에서도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심해져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이 과민성 방광은 약물요법뿐만 아니라 생각의 교정도 필요하다. 현대의학적 치료에서도 약물요법은 행동치료와 운동요법 등을 병행해야만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방치료에서도 약물요법과 함께 방광훈련, 운동요법 등이 병행되는데 방광훈련을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의 교정도 필요한 것이다. 결국은 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야 재발도 막을 수가 있다.

증세 호전을 위해서는 방광에 자극을 주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하루 6~8잔의 물을 마셔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좋다. 수영•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도 장운동을 좋게 하고 골반근육을 긴장시켜 증세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마라톤 등 너무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방광을 심하게 자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민성 방광증후군 자가진단표
아래 사항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과민성 방광이 의심된다.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본다.
―밤에 잠을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2회 이상 일어난다.
―소변이 마려우면 자제할 수 없고 때로는 소변이 흘러 속옷을 적신다.
―외출했을 때 화장실을 찾는 것이 걱정되어, 물이나 음료수 마시는 것을 삼가게 된다.
―낯선 장소에 가게 되면 먼저 화장실 있는 곳을 확인해둔다.
―근처에 화장실이 없을 것 같은 곳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
―자주 갑작스럽게 강한 요의를 느낀다.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려 일을 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
―소변이 흘러 옷이 젖는 것을 대비해 패드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