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율법과 복음·칭의와 성화 분리하지 않아”

김은애 기자 입력 : 2016.10.20 18:39

엄진섭 원장, ‘종교개혁기념 학술대회’서 교회 갱신 방향 제시

장신대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애 기자
제14회 종교개혁기념 학술대회가 20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임성빈)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한국교회 갱신의 관점에서 본 루터 사상의 몇 가지 특징들'을 주제로 발제한 엄진섭 원장(한국루터연구센터 원장)은 루터 사상의 핵심을 통해 교회 갱신의 방향과 원칙을 제시했다.

엄 원장은 루터 사상의 특징 중에서 한국교회 갱신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 '수동성'을 먼저 꼽았다.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두고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하나님 중심적인 요소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희생제물이나 선행 등을 통해 하나님을 움직이려는 중세 교회의 시도를 루터가 하나님 중심으로 돌려놨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을 하나님 되시게 하는 것이 루터의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터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향상과 같은 류가 아니라 새 사람이 일어나고 옛 사람이 죽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인간은 언제나 '수동'"이라며 "중세에는 '인간 수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루터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모든 관계는 하나님이 주도자이시며 작동자임을 주장한다. 이것이 이신칭의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루터의 사상에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도권과 인간의 철저한 수동성이 조화롭게 깔려있다"며 "한국교회는 갱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가를 먼저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통전성'을 꼽은 그는 "20세기 많은 학자들의 루터의 의인 교리가 실질적인지, 아니면 법정적인지 논쟁을 벌였다"며 "루터에게는 칭의와 성화가 두 개의 나뉜 단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다 말해졌고, 또 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경우, 율법과 복음, 칭의와 성화, 수동적인 의와 능동적인 의를 지나치게 분리함으로 신앙생활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통시적으로 보는 루터의 견해는 값싼 신앙의 유혹을 극복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소명'에 대해서는 "루터는 소명의 지위를 종교적인 차원에만 부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평신도의 일상적인 모든 일에 부여했다"며 "우리가 소명 안에서 행하는 선한 일이 이웃을 사랑하게 만들고 동시에 우리를 거룩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명은 하나님의 창조의 사역과 구속의 사역이 일치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엄 원장은 한국교회가 사제중심적인 이유로 "사제의 임무를 주로 교회 안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영적인 것이 세속적인 것 위에 있다는 관념이 있어서 세상에서 이웃을 위해 사제로서 섬긴다는 개념이 약하다"며 "루터는 교회와 세속을 나누는 이원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교회 안에서 섬기는 사역과 더불어 세상 가운데서 맡은 일 역시 하나님께서 맡기는 소명임을 인정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네 번째로 '십자가의 신학'을 강조한 엄 원장은 "루터는 제2시편 강해에서 '십자가만이 우리의 신학'이라고 선언한다"며 "영광의 신학은 선한 인간 수행을 격려하는 데 최우선을 두는 반면, 십자가의 신학은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 당신을 우리에게 가장 정확하게 계시하신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는 이러한 '십자가의 신학'이 아닌 영광의 길을 추구하기 떄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예수님의 말씀처럼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른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님은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시는데, 교회는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통해 부와 명예와 권세를 얻으려고 한다"며 "그러기에 덩치는 크나 실제는 나약하고, 숫자는 많으나 참된 제자는 적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엄 원장은 한국교회가 회개하는 한편, 복음을 선명하게 선포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개혁의 출발인 회개를 통해 십자가의 능력으로 세운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루터는 위기에 처한 그리스도인이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선명하게 선포하는 것'이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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