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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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법원이 반테러법(ATA)을 적용해, 한 가톨릭 신자를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하도록 판결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6일 라호르 반테러법 재판관인 압헤르 굴 판사는 임란 레만(32)의 테러 혐의에 대한 무죄 청구를 기각했다. 레만은 지난해 9월 14일에 왓츠앱 그룹 채팅에서 신성모독적인 메시지를 공유한 혐의로 체포돼, 이날 첫 번째 정보 보고서(FIR)가 등록됐다.

레만 측 변호인인 라나 압둘 하미드는 “파키스탄 정부가 반테러법에 따라 신성모독죄 사건을 재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작성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혐의가 테러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미드 변호사는 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신성모독죄 피고인을 반테러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다”며 “연방조사국이 첫 번째 정보 보고서에 반테러법 조항을 포함시킨 행위는 전면적으로 불법이지만, 판사는 우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호르 버스 매표소 직원인 레만에 대한 혐의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레만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죄 법령인 295-A, 295-B, 295-C 및 298조, 2016년 전자범죄 방지법의 109/34조 및 11조, 1997년 반테러법 6(2)(1), 7, 8 및 9조에 따라 기소됐다.

레만은 자신이 소셜미디어에서 신성모독적인 내용을 공유한 적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미드는 반테러법을 적용한 범죄 혐의에 대해 “비논리적이고 불법적”이라며 “라호르고등법원에 해당 혐의에 대한 기각 신청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미드는 반테러법에 따라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용의자들, 특히 “취약하고 소외된 집단의 사람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불공정한 재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주빌리 캠페인’(Jubilee Campaign)의 옹호 담당자인 조셉 얀센은 모닝스타뉴스에 “레만은 두 명의 미성년 소녀의 아버지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의 가족은 깊이 근심하며 그의 안녕을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레만이 심한 고문을 받았고, 무고한 범죄를 자백하도록 강요당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또 그는 “파키스탄 경찰이 법이 의도한 명령을 위반하여 반테러법에 따라 신성모독 사건을 계속 등록하고 있다”며 “레만의 사건은 신성모독죄 혐의와 관련된 법과 절차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시급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에 대해 “국제 인권 기준과 양립할 수 없다”면서 “누군가에게 신성모독 혐의를 제기하는 고소인은 악의적 의도를 증명해야 하나, 법률에는 이러한 조항이 누락돼 있고, 신성모독죄 재판에서 고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7일, 파키스탄 내무장관 라나 사나울라와 재무장관인 사다르 아야즈 사디크는 극단주의 이슬람 정당인 ‘테헤릭-리바이크 파키스탄’(TLP) 지도부와 신성모독죄 사건을 국가 반테러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게 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파키스탄 형법 295-C조에 따라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독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ATA 7조에 따른 처벌이 적용될 것을 명시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연방조사국 산하 기구인 ‘반(反)신성모독 감시단’(Counter Blasphemy Wing)을 설립, 인터넷에서 신성모독적 콘텐츠의 유표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했다. 또한 이 협정은 신성모독죄 용의자에 대한 신속한 재판과 항소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신성모독 혐의는 특히 펀자브주에서 기독교 정착 마을에 대한 폭도들의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경찰은 사고르다 지역의 한 무슬림의 신고로, 자키 마시를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이슬람을 모욕한 혐의로 체포했다.

6월 30일, 사로드다 지역 주민인 하룬 샤자드가 페이스북에 올린 성경구절은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구절이 무슬림을 이교도에 비유하며 동물 희생 제사를 무시한다는 주장이 일자, 한동안 마을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파키스탄은 2023년 오픈도어선교회가 선정한 기독교 박해국가 목록(WWL)에서, 전년대비 한 계단 오른 7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