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공개된 북한인권보고서… 인권 유린 실상 참혹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文 정권서 묵살된 내용들, 1,600여 사례 토대로 작성

▲통일부는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하며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30일 북한인권 사진전시회에서 발언하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통일부

▲통일부는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하며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30일 북한인권 사진전시회에서 발언하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통일부
김정은이 북한 정권을 잡은 이후 공권력에 의한 생명 박탈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년 만에 발간된 ‘2023 북한 인권 보고서’에는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이 그대로 담겼다.

통일부(권영세 장관)가 30일 공개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2016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기반해 설립된 북한인권기록센터에 의해 작성됐다. 2017년 이후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1,600여개의 인권 침해 사례가 바탕이 됐다.

실질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 결과
북한인권법 정상 이행되는 토대 되길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5년간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통일부는 “휴전선 이북의 북녘 땅은 여전히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며 “금번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북한 인권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2005년 8월 ‘북한인권법’이 처음 발의됐으며 11년간 논의를 거쳐 2016년 3월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수집하고 기록하기 위해 그해 9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립하고, 2022년까지 3,412명을 조사하고 2,075명의 문답서를 작성했다. 주요 조사 결과는 국회에 보고해 왔으나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널리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 백서 형식으로 작성해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인권규약과 북한 인권에 대한 주요 사안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시민적·정치적 권리(이하 ‘자유권’)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이하 ‘사회권’), 취약계층, 특별사안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취약계층은 보다 많은 배려와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여성, 아동, 장애인의 인권실태로 따로 구성했다. 특별사안 중 정치범수용소는 중대하고 심각한 북한 인권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도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별도로 구분했다.

조사 대상자의 성별은 여성 53%, 남성 47%이며, 탈북 전 거주지는 양강도, 함경북도 등 접경지역이 76%로 많은 편이고, 평양시 출신 비율은 11%로 전체 탈북자 중 그 비율이 3%인 것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연령 비율은 20대가 31%로 가장 높으며, 30대 이하는 67%이다.

총살 공개처형에 아동·주민들 동원

먼저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 사례들이 수집되고 있으며,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마약범죄, 한국영상물 유포, 종교·미신행위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

심문과정에서 구타, 고정자세 유지 등 다양한 고문이 자행되고 있으며 공개처형은 대체로 운동장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총살의 방식으로 실시되고, 학교, 기업소, 인민반 등을 통해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이 집단 동원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도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말반동’에 대한 단속과 처벌로 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하여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이나 유포를 강력하게 통제해 왔다. 최근에는 정보통제와 관련한 법제도를 정비해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의료행위에 마약도 무분별 사용

북한주민들은 존엄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들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의료체계의 근간은 무상치료제이나 실제로는 의료진에게 현금, 현물 등의 사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진술이었다. 출신성분과 경제력에 따라 전문병원이나 고급의료서비스 등이 차별적으로 제공되며 불법적인 사적 의료행위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마약도 의약품 대용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직장이 배치되고 출신성분이 가장 큰 영향을 주며 농장, 탄광과 같이 기피하는 직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제대군인 등을 대상으로 강제적·집단적으로 무리배치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인맥과 뇌물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증언됐다.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요구하는 돈이나 물품이 교원에 의해 사실상 강제되고 있으며, 비용을 내지 못하는 경우 동급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거나 비판하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원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잘사는 학부모의 원조를 받거나 자신의 텃밭에 학생을 동원시키고 있어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존재 자체를 불명예로 인식

취약계층에 대한 북한인권 실태를 종합해보면 북한의 여성, 아동, 장애인의 인권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가정, 학교, 군대, 구금시설 등에서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탈북여성의 인권 침해 상황도 심각한데 특히 탈북 과정에서 많은 여성이 인신매매를 경험하게 된다.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은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중국 당국에 체포되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 구금시설에서 나체·체강검사, 성폭력, 강제낙태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

아동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와 배려의 대상이지만 북한에서는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아동이 공개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공개처형되기도 하며, 한국 영상물 시청 등 각종 사유로 17세 미만 아동들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고 성인과 동일한 처우를 받기도 한다. 또한 북한의 아동들은 가정과 학교, 보호시설 등에서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북한 당국은 피해 아동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장애인은 존재 자체를 불명예로 인식하며 장애인의 거주지 이전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는 총 11곳이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시설은 5곳으로 파악됐다. 정치범을 수용할 때에는 대체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수용민은 대부분 광산에 배치되어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하모니카집이라고 부르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데 이는 비좁고 노후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군포로를 북한에서 목격하거나 이들의 생활을 접한 사례는 많지 않으나 감시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탄광이나 농장에 무리배치 되어 일하고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며, 함경북도 무산군과 함경남도 단천시에는 수십 명의 국군포로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

한편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의 발간이 오랜 기간 지연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고, 북한인권법이 하루 속히 정상적으로 이행되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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