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기독교 관점에서 비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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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2)

대중문화 속 엿보이는 극단적 권리 지향 세태
근래 재벌들, 사회적 계층이동 통로 역할 포기
실망한 대중, 재벌과 기득권층 응징 작품 호응
이런 태도, 재물과 권력 의미 설정 실패서 나와

▲JTBC의&nbsp;인기&nbsp;드라마,&nbsp;&lt;재벌집&nbsp;막내아들&gt;.

▲JTBC의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이번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jtbc 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분석합니다. 산경(山景) 작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18일부터 방영되는 이 금토일 드라마에는 배우 송중기(윤현우, 진도준 1인 2역)를 비롯해 이성민(진양철), 신현빈(서민영), 윤제문(진영기), 김정난(손정래), 조한철(진동기), 박지현(모현민), 서재희(유지나), 김영재(진윤기), 정혜영(이해인), 김현(이필옥), 김신록(진화영), 김도현(최창제), 박혁권(오세현) 등이 대거 출연합니다.

◈재벌에 대한 반감: 사회적 계층이동 마감 시대의 자화상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서사의 도입부를 벗어나 본격적 전개 단계에 들어서면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총 16회 에피소드 가운데 6회까지 방영된 상황에서 종편 드라마로 전국 시청률 11-12%대를 기록하면서 향후 케이블과 종편 드라마 부문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장르소설의 전형적 흥행공식이라 할 수 있는 만능형 주인공의 활약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한다. 송중기·이성민 등 흥행력을 갖춘 연기자들의 열연 또한 돋보인다.

아울러 최근 한국 드라마의 주요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악랄하고 부도덕한 재벌’에 대한 응징을 내세우며, 경제적 정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자극한다. 한 마디로 흥행에 필요한 요소는 전부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롯해 재벌 및 권력자들에 대한 응징을 주제로 삼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는 현재 상황은 최근 크게 달라진 세간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국력과 경제력이 계속 성장하던 얼마 전까지, 재벌이나 사회 지도층이 누리던 막대한 부와 권력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어느 정도는 일반인에게도 접근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아직은 사회적 계층이동에 대한 희망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희망은 여(女)성향 드라마 속에서, 주로 재벌가 후손과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형태로 표현되곤 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견인했던 인구구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현재 서민들의 사회적 계층이동에 대한 기대감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상황이다. 그리고 이렇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대두되는 정서는 기득권층에 대한 깊은 반감과 피해의식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진보, 좌파 계열 정치성향에 대한 호응,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현재의 젊은 청년 세대가 진보, 좌파 계열에 대해 보이는 환멸과 반감 모두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막아버린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과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벌 가문이 한국 사회 전반에서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과거 재벌 기업집단들은 국내 고용을 주도하면서 부의 순환을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재벌 기업집단들은 국내에서의 생산 기반과 고용을 급격히 축소시켜, 부의 순환을 담당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의 통로가 되는 역할을 포기해 버린 상황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제력 성장 및 팽창 시기가 끝을 맞이하면서, 재벌들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의무를 포기한 채 가문의 치부에만 집중하고, 이런 모습에 실망한 대중이 재벌과 기득권층을 응징하는 드라마에 호응하는 것이 현재 대중문화계의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이런 태도는 우리 삶에서 재물과 권력이 갖는 의미를 올바르게 설정하는 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 안에는 권리와 책임이 갖는 가치 설정 방식의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다.

▲재벌과&nbsp;기득권층에&nbsp;대한&nbsp;세간의&nbsp;반감과&nbsp;피해의식을&nbsp;자극하는&nbsp;서사를&nbsp;선보이는&nbsp;드라마&nbsp;&lt;재벌집&nbsp;막내아들&gt;.

▲재벌과 기득권층에 대한 세간의 반감과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서사를 선보이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현실에 대한 반감: 권리지향적 사고방식의 극단화와 책임의 망각

우리 사회는 서구로부터 극단화된 권리지향적 사고방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중이다. 서구에서 권리지향적 사고방식의 기원은 근대 계몽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계몽주의 인간 이해를 대표하는 천부인권 사상은 특정한 권리들에 대한 보장을 당연시하도록 가르친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 종교나 사상에 대한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 그리고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19세기까지 이 권리지향적 천부인권 사상은 인간 현실의 ‘객관적이고 상호적인’ 영역을 인정했다. 즉 특정한 권리들에 대한 보장은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의 현실에 맞춰 어느 정도 객관적인 수준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런 권리 보장에는 상호성이 있어 자신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반드시 그에 비등한 수준으로 타인에 대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통용되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실존철학과 포스트구조주의는 객관적이고 상호적인 삶의 방식보다는 개별화된 삶의 방식을 앞세웠다.

실존철학과 포스트구조주의의 원래 내용은 인간 각자가 타자와 함께 나누는 관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지만, 정치계와 대중문화는 이를 통속화하고 단순화해서 개별화를 극단적으로 추종하는 방향으로 왜곡해 수용하였다.

이에 따라 권리지향적 인간 이해 역시 극단화되어 개개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사회의 모든 역량을 희생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발전됐고, 이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극히 비현실적인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보장받지&nbsp;못한&nbsp;개인의&nbsp;권리에&nbsp;대한&nbsp;분노의&nbsp;심정을&nbsp;반영한&nbsp;드라마&nbsp;&lt;재벌집&nbsp;막내아들&gt;.

▲보장받지 못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분노의 심정을 반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즉 개인이 얼마만큼 자신의 삶에 성실함을 가지고 임했는가 헤아리기 전에 지금 당장 각자에게 보장되지 못한 권리를 따져보고 분노하라는 메시지가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선동에 힘입어 현재의 시대정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멈춰버린 사회구조에 대한 커다란 상실감, 그리고 그런 사회구조 속에서 기득권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재벌들에 대한 분노의 이면에는 내가 누리지 못한 나의 권리와 이득에 대한 맹목적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계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재벌들을 반사회적이고 악독한 냉혈한으로 설정하고, 그들이 누리는 부, 권력, 그리고 쾌락을 영악하게 탈취하는 소시민 출신 주인공을 영웅시하는 서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부와 권력의 노예가 되어버린 재벌들의 실망스러운 행태를 변호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재벌들의 이미지를 극단화해서 거기에 피해의식과 분노를 쏟아내는 모습 또한 올바른 자화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애초 기독교 신앙은 세속의 부와 재물이 주는 쾌락에 빠져 신앙을 져버리는 어리석음을 크게 경계한다. 그리고 각자 삶의 현실을 돌아볼 때 보장받아야 할 권리 대신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임에 우선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다.

이 책임은 하나님의 존중을 받는 피조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신구약의 계명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복잡하고도 막중한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하려는 삶의 자세를 지닌 이들은 개개인의 권리의 보장, 그 가운데서도 개개인의 사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권리의 보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는 태도는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허망함에 집착하는 추태로 비춰질 뿐이다.

서구 문명에서 기독교 신앙과 문화가 갖는 긍정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권리 지향의 세태 속에서 의무와 책임을 질 기회를 빼앗겨버린 젊은이들이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 채 가벼운 쾌락만 쫓아다니며 사는 세태를 애석한 심정으로 진단한 바 있다.

▲드라마&nbsp;&lt;재벌집&nbsp;막내아들&gt;&nbsp;속에서&nbsp;확인되는&nbsp;사적인&nbsp;욕망과&nbsp;관련된&nbsp;권리에&nbsp;집착하는&nbsp;정서는&nbsp;계명&nbsp;순종의&nbsp;책임을&nbsp;삶의&nbsp;최우선&nbsp;지침으로&nbsp;삼는&nbsp;기독교&nbsp;신앙과&nbsp;정면으로&nbsp;상충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에서 확인되는 사적인 욕망과 관련된 권리에 집착하는 정서는 계명 순종의 책임을 삶의 최우선 지침으로 삼는 기독교 신앙과 정면으로 상충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서사 속에는 이처럼 자기 권리에만 천착하며 무조건적 평등이 보장이 되지 않는 현실에 맹목적으로 분노하는 허망한 욕망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런 심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계명에 순종할 책임을 삶의 우선적 지침으로 삼는 기독교적 태도가 어리석고 무모한 것으로 규정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제와 서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에서 확인되는 사적 욕망과 관련된 권리에 집착하는 정서는 계명 순종의 책임을 삶의 최우선 지침으로 삼는 기독교 신앙과 정면으로 상충된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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