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빛 ‘축소 사회의 교회론’
‘축소 사회에서 교회론을 다시 말하다’는 주제의 ‘포럼(Forum) 빛’이 9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담임 한규삼 목사)에서 개최됐다.
경제사회학 용어에서 유래한 ‘축소 사회(縮小 社會, a shrinking society)’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정치·경제·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 규범과 사고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킨다.
축소 사회 돌파, 3가지 영적 원리
①원칙을 세우고 지키라
②창의성이 핵심이다
③남다른 무기 개발하라
‘축소 사회를 대비하는 신학과 목회의 융합’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를 제기한 한규삼 목사는 “탈기독교화는 기독교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여러 움직임을 설명하는 포괄적 용어로, 코로나 기간 한국 기독교에도 상당한 데미지(damage)를 줬다. 한국 교계의 탈기독교화를 대변하는 용어가 ‘가나안 성도’”라며 “탈기독교화 시대 교회의 역할은 떠난 성도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탈종교화 사회에서 탈기독교화가 동시에 일어난다면, 교회가 향후 경험할 영적 생태계는 ‘축소 사회’ 모델과 맥을 같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목사는 “축소 사회에서는 원칙 없이 이기주의만 작동하고, 이웃이 경쟁 상대가 되면서 고립화가 발생하며, 미래가 실종된 채 눈앞만 바라보면서 살게 될 것”이라며 “축소 사회의 도래는 교회의 변화를 촉구한다. 아니, 교회를 강제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는 구약 사사기 21장 25절을 일종의 ‘축소 사회 현상’으로 예시하며 “‘소견에 옳은 대로’란, 미래가 보이지 않아 눈앞의 일에 급급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각기’는 고립돼 각자도생의 길을 가는 것, ‘왕이 없으므로’는 원칙이 없어진 것을 각각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신학과 목회의 융합을 통한 대응 전략’도 제시했다. 먼저 ‘교회론을 통해 교회의 방향 조율’로서 “교회는 축소 사회의 현실을 ‘본질 추구’라는 선한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현장이나 신앙으로 살아갈 훈련과 일터에서 사역자를 세우는 교회론을 강조하면서, 이에 맞는 선교 전략과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갖추면 좋을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 확장 모델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도 필요하다. 적은 것이 커지는 현상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로 ‘축소 사회를 돌파하는 세 가지 영적 원리’를 다음 3가지로 제안했다. ①원칙을 세우고 지키라: 복음에 집중하면서(말씀과 예배), 선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삶), 그리스도인의 기본 덕이 삶을 이끌도록 한다(인내와 소망) ②창의성이 핵심이다: 창의성의 근본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총명을 얻고 지혜를 구하라 ③남다른 무기를 개발하라: 화목에 바탕을 둔 상호 지지 체계 구축 등이다.
한 목사는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3번의 부흥 혹은 팽창의 기회를 누렸다”며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 개신교가 전래되고 선교사님들과 초기 성도들의 헌신적인 수고와 성령의 역사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뤘던 시기(1885-1910)였다. 두 번째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절망 가운데 소망을 꽃피우면서 시작된 교회 재건 시기였다(1953-1977). 세 번째는 1970년대 시작한 경제 부흥과 함께 시작된 팽창 사회 속 교회 성장이었다(1978-2012)”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우리 사회에 밀어닥친 탈기독교화의 도전은 ‘기독교’를 ‘개독교’로 폄하는 기류가 급속히 상승하던 중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수십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소위 ‘축소 사회’”라며 “교회에 들이닥친 축소 사회의 압박은 종교적 요인은 물론, 경제 침체와 인구감소라는 사회적 요소와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한규삼 목사는 “한동안 ‘팽창 사회’ 속에서 교회가 부흥과 성장의 열매를 누리던 중 ‘갑자기(?)’ 맞이한 ‘축소 사회’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라며 “축소 사회의 도전은 교회를 위축시키겠지만, 교회는 더욱 견고하게 세워질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의 본질을 더욱 겸손하게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일제강점기 신앙의 핵심은 ‘순교’였다. 한국전쟁 직후는 순교적 신앙의 기초 위에 복음적 영혼 사랑으로 두 번째 ‘부흥’의 물결을 탔다. 1980년대 고도 경제 성장과 노동 인구 폭발적 증가로 한국교회는 절정에 달한 듯 보이는 성장, 아니 팽창을 이뤘다”며 “세 번의 부흥 시기 한국교회를 이끈 두 정신은 ‘순교’와 ‘부흥’이었다. 이제 축소 사회 포스트모더니즘 시기 한국교회를 이끌 정신은 무엇일까? 향후 신학과 목회가 함께 이 정신을 찾아내 새롭게 교회를 가꿨으면 한다”고 했다.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이후에는 신학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신현우 교수(총신대)는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하나님 나라와 교회: 축소 사회 시대의 도전에 응전하는 교회론을 위한 서론’을 발표했다.
신현우 교수는 “한국 사회 속 교회는 ‘기독교 사회’였던 과거 서구 크리스텐덤(Christendom)과 거리가 멀기에, 그러한 패러다임에서 형성된 서구 교회 신학은 한국교회 현장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는 크리스텐덤은커녕 오히려 반기독교적이고, 교회는 소수다. 설상가상으로 젊은이들의 탈교회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학의 비크리스텐덤화(de-Christendomization)”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크리스텐덤이 붕괴된 서구 교회에 제시된 것이 1952년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이었다. 이는 여전히 교회 밖 사회에서 선교를 찾고, 교회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사회 중심 사상으로 발전했다”며 “이는 붕괴된 크리스텐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교회로부터 세상으로 나가는 탈교회화 사상일 수도 있지만,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복음주의자들에게 점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대회는 ‘하나님의 선교’를 예수를 통한 만물의 회복으로 이해한다. 이는 교회를 통한 선교를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교회를 통한 사회 참여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크리스텐덤화 신학은 크리스텐덤 형성 전에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을 생명으로 인도했던 신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축소 사회 속 ‘축소 교회’가 나아갈 길을 알려줄 것”이라며 “교회론은 정체성을 규정, 교회의 모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축소 사회 속에서 우리는 시대에도 성경에도 부합하지 않는 ‘통속 교회론’을 탈피해야 한다. 교회를 사회 속 종교 조직의 하나로 인식하던 ‘통속 교회론’을 허물고, 세상 나라와 대조되는 거룩한 나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백성 없는 공허한 하나님 나라 개념을 타파하고, 하나님 나라가 새 언약 백성인 교회를 핵심 요소로 가짐을, 참된 교회가 되는 것이 그 자체로 사회 참여임을 재발견해야 한다”며 “하나님 나라가 곧 하나님의 통치이고, 그 통치는 예수와 함께 이미 나타났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 나라(통치)가 작용하는 대행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도구, 하나님 나라의 허브”라고 전했다.
신현우 교수는 “크리스텐덤 속에서 형성되고 확장 사회 속에서 작용하던 교회관은 이제 시급히 교정해야 한다”며 “교회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해야 한다. 과거 신학이 형성된 시대로부터 너무 많이 바뀌어 버린 세상의 모습을 안다면,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교회의 법인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한다면, 반석 위에 세워진 집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이어 박재은 교수(총신대)는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축소적 확장: 축소 사회 속에서 교회론을 다시 논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언제나 위기가 기회다. 축소 사회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축소적 확장’으로서 역설적 교회론을 견지할 경우 얼마든지 교회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재은 교수는 “교회가 사회 속에서 전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교회는 그 영향력이 사회적·공동체적으로 확장돼야 하는데 공동체성을 잃은 채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기에 급급했고, 사회야 어떻게 되든 교세만 키우면 된다는 논리가 강하게 싹텄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본질로 선택·집중해 축소해 들어간다면 더욱 교회다워질 것이고, 그 교회다움의 결과 교회의 영향력이 세상 속에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더 큰 문제는 교회가 ‘방향성 설정’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교회 밖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교회가 외부 정치 집단 속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사회 속에서 구제를 열심히 한다 해서 사회적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오히려 반대로 ‘교회 안에서부터 교회 밖으로’의 방향성이 취해져야 한다. 지역 교회가 참된 모습을 닮아갈수록 그 자체로 교회다워지기에, 내부적 교회다움이 외부로 유익과 복을 흘러보내게 된다. 이것이 교회의 ‘축소적 확장’의 올바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신학적 관점에서
김요섭 교수(총신대)는 역사신학적 관점에서 ‘축소사회 시대 교회의 정체성 정립: 칼빈의 비가시적 교회 개념을 중심으로’ 발표에서 21세기 한국교회가 배울 수 있는 성경적 교회론으로 ‘칼빈의 교회론’을 제시했다.
로마가톨릭 체제 교회들의 문제를 비판하고 성경적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가시적 교회’와 ‘비가시적 교회’를 구분한 칼빈의 견해를 소개한 그는 “구원의 은혜를 성경 진리대로 가르치고 전하는 일을 위해 교회가 세워졌다는 점, 직분과 사역은 교회의 유일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절대적 통치권에 따라 규정되고 실행돼야 한다는 점, 교제와 일치는 오직 참된 믿음 위에서 나누어지는 사랑에 의해야 한다는 점이 칼빈이 강조한 비가시적 교회의 영적 원리들”이라며 “이러한 정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도 여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요섭 교수는 “개인주의적·축소지향적 시대 속에서 교회란 무엇이고 신자들이 왜 교회 안에서 일치를 이뤄야 하는지 설득하는 일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축소 사회 시대의 도전은 분명 위기이나, 과거 부흥과 성장을 어떻게든지 유지하려 하기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교회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교회의 제도와 사역, 예배를 점검한다면 축소 시대가 던지는 도전은 한국교회에게 새로운 개혁과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통계에 따른 진단도 유용하고, 실질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적과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라며 “16세기 종교개혁의 역사적 교훈은 개혁 기준을 성경에 두고 중요한 모범들을 역사적 교훈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세상이 우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한다면 복이 있는 줄 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된다. 축소의 시대 내외적 어려움 때문에 어려움을 당할지라도, 교회의 교회 됨을 견고하게 지키려 했다면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해 일하실 것(삼상 14:6)”이라고 격려했다.
이후 정명호 목사(혜성교회)는 목회적용 측면에서 ‘축소 사회에서의 지역교회 목회론’에 대해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