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증조부 세운 교회에서 세례받아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지 않아
교회 부속 유치원 다닌 적도
‘바리새인과 세리 비유’ 마음에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67) 전 간사장이 일본 자민당 총재에 오른 후 1일 임시국회에서 102대 총리에 정식 취임한 가운데, 그의 기독교 신앙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신앙적 양심에 따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본 크리스천투데이는 지난 2016년 5월 이시바 당시 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신앙에 대해 직접 청취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4대째 크리스천이며 모태신앙이다. 그의 외증조부 가나모리 도렌(金森通倫)은 기독교계 도시샤대(同志社大学) 제2대 학장을 지냈다. 가나모리는 도시샤대를 설립한 스승 니지마 조(新島襄)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이시바의 어머니는 3대째 크리스천이고 그의 누나도 크리스천이지만, 아버지는 정토진종(浄土真宗)으로 신자가 아니었다. 이시바 총리는 “스스로 신앙에 눈을 뜬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무서운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는 교회 부속 유치원을 다니고, 고등학교 시절 교회학교 교사를 맡기도 했으며, 18세 때 외증조부 가나모리가 세운 돗토리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시바 총리는 “인간이 하는 일은 항상 잘못 투성이이고, 제게도 분명 많은 잘못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기도할 때 ‘당신의 일을 위해 저를 사용해 주세요’, ‘부디 잘못을 바로잡아 주세요’ 두 가지를 잊지 않고 있다. 기도할 것이 이것밖에 없다. 그렇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는 누가복음 18장 9-14절에 나오는 ‘바리새인과 세리의 비유’를 늘 마음에 두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예수님에 의해 의인으로 인정받은 것은 세리이지, 바리새인이 아니었다는 점이 좋다”며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는 성구를 마음에 새기고 언제나 교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CBMC가 주최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매년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도회에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으로 1954년판 <찬미가> 7번 ‘오 거룩하고 아름다우신 주님을 경배하라(主のみいつとみさかえとを)’와 191번 ‘얼마나 귀중한지(いともとうとき)’를 꼽았다.
그가 말한 7번 찬송은 우리 찬송가 42장 J. S. B. 몬셀(Monsell) 작사·작곡의 ‘거룩한 주님께’, 191번 찬송은 찬송가 600장 S. J. 스톤(Stone) 작사 S. S. 웨슬리(Wesley) 작곡 ‘교회의 참된 터는’이다.
일본의 국방과 평화에 대한 지론을 펼칠 때도 신앙이 묻어났다. 방위상도 지냈던 그는 당시 “평화를 원하지만 세계는 전쟁의 역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미일동맹에 있어 상호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모든 사태를 상정하고 어떤 작전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슴 아픈 기억도 꺼냈다. 그는 “방위상일 때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했을 때도, 작년 안보법제 때 제정도 일본 기독교인들이 맹렬하고 대단하게 항의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 파견이나 안보법제가 필요한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금보다 반전 분위기가 더욱 강했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일본에 전쟁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이 세상에 평화가 있기를, 하나님,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아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같은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의 비판이 가장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생 시절, 이시바 총리는 성경을 읽고 주일학교 교사를 맡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기자는 “늘 성경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고뇌 속에서도 자신이 찾은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겸허함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신념에 대해서는 “신념이라 할 정도로 훌륭한 것은 없지만, 인기 없는 일이라도 국가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설득해서 실현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이 되기 전인 1984년, 와타나베 미치오의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용기와 진심을 갖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말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고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 등 찬반 양론이 첨예한 사안이 있을 때, 가능한 양쪽 의견을 모두 공부하면서 접한 후 대안을 마련하려 한다”며 “진실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허용해야 하고, 소비세율도 올리지 않는다고 말하면 인기가 높아지겠지만, 정치인의 일은 그런 것이 아니다”며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찾아낸 진실을 말할 용기를 갖고 그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