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사람들 만났을 때, ‘내 일 아니야’ 외면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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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돕는 손길이 필요해요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려다 위기에 빠지는 이들을 그려낸 영화 <인터스텔라>.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려다 위기에 빠지는 이들을 그려낸 영화 <인터스텔라>.

지난 2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목회를 은퇴하신 후 늘 집안일을 도맡아 하시고 어머니를 아기처럼 돌봐 주셨던 아버지가 세상에서 없어졌으니, 어머니는 얼마나 큰 충격을 받으셨을까요? 자녀의 눈에 어머니는 정말 많이 위태위태해 보였습니다. 때로 넋 나간 사람 같기도 하고 늘 통통하던 모습이 살이 많이 빠질 때로 빠져 불쌍해 보였습니다.

마음이 썩 잘 맞지 않는 며느리가 있는 아들 집에 가서 살겠다는 말씀도 하시고, 혼자 밥도 못해드시고 심지어 기본적인 대소변을 처리하시는도 어려움이 있어, 가족들은 우울증에 조기 치매인지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말이 된 지금, 감사하게도 그런 모든 증상들이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는 혼자서 밥도 해드시고 다니기도 하시고 정신도 다시 온전해지셨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이렇게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큰 위기 앞에 사람들은 좌절과 우울을 경험하고, 때로는 절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경험하는 위기는 크든 작은 것이든 누군가에게는 도전이고, 그것은 극복하기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어떤 위기가 힘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위기를 경험합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 아기로 세상에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저절로 모든 것이 공급되던 안전한 엄마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자신의 욕구를 우는 것으로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합니다.

아이 엄마는 오랜 진통 끝에 아이를 출산하고 몸에서 나온 행복 호르몬으로 감격해하지만, 그것은 잠깐입니다. 극도로 지쳐 있는 상태에서 아기를 돌보아야 합니다. 위기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위기는 주위의 돕는 손길들을 통해 극복됩니다. 비싼 비행기 값을 들여 산모와 아기를 돌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휴가를 내 달려온 부모님들이 계시고, 아빠들도 휴가를 내 적극 도와주고, 그것으로 안 되면 돈을 주고서라도 돕는 이를 고용해 산모와 아기를 돌보게 됩니다. 교회 공동체의 경우 이 위기를 인식하고 아이 출생을 함께 기뻐하고 상황이 어려운 산모들을 돌봐주며 먹을 것을 공급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말미암아, 아기는 처음 세상에서 접하는 위기를 극복하며 ‘세상은 나를 따뜻하게 환영하는 곳이고 세상에는 나를 극진히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구나’라고 건강한 생각을 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여성들이 출산 전후로 우울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신체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우울증 소인이 있는 분일 수도 있고, 아이를 낳으면서 너무 힘들었던 분일 수도 있고,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지원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산후 우울증을 경험하면, 엄마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게 됩니다.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되고,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산후우울증을 잘 이해한 배우자는 질환으로 여기며 배우자를 잘 돌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울증을 경험하는 배우자를 이해하지 못해 가정의 불화가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 결과, 우울증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기간이 길어지면, 어린아이는 인생 초반의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고 정상적 발달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때로는 그것이 인생 전체에서 불안정한 정서와 신경증적 증상을 경험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그래서 인간은 출생 이후로 단계마다 이루어야 할 과업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각 단계마다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합니다. 필자는 그것을 인생 각 단계마다 변화로 인해 경험하는 위기라고 설명하고, 그 위기를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 특히 가족들이나 교회 공동체 같은 공동체의 지지로 잘 이겨나갈 때 점점 더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어려움을 딛고 더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경험하는 된다는 것입니다.

출생 위기를 잘 극복한 아이들은 18개월 이후 독립적 자아가 생기면서 또 한 번의 위기를 경험합니다. 뭐든지 내가 하고 싶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이유로 세상을 탐색하지만, 실패를 경험할 때가 많고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뛰어가다 넘어지기도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혼자서 해보겠다고 때를 쓰다 부모에게 야단을 실컷 맞기도 합니다.

이때 다른 아이들과 소통을 시작하는데 가끔은 내 것을 나눠야 하는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또래 아이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합니다. 종종 이런 좌충우돌 경험이 부모의 위기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은 충분하지 않은 자신 때문이라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의 위기는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므로, 부모는 ‘충분한 사랑과 한계 짓기’를 통해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편을 잃고 슬퍼했던 저희 어머니에게는 좋은 공동체 식구가 있었습니다.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이 극진히 엄마를 돌봐주셨고, 때로는 기도해 주고 때로는 가족들에게 어머니를 어떻게 돌봐 주어야 할지 조언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자녀들이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와서 머물라고 말해주는 자녀가 있었고, 잘 있는지 확인하고 넉넉지 않은 재정에서도 쓰고 싶은 만큼 쓰라는 아들도 있었고, 그 자녀들이 어머니를 염려하며 기도했기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발달단계의 위기뿐 아니라 다양한 위기 사건들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족 간 소통이 안 돼 고민하는 엄마들, 이 외에 부부 갈등으로, 직장에서 관계로, 우울증과 불안으로, 질병과 노화로 인해 힘든 사람들, 재정적으로, 비자 문제로, 육체의 질병으로,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삶의 위기들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렇지만 그 위기들은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로 극복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혼자서 못해 ?”라고 말하지 말고, 다시 한 인간으로서 발달하며 성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웁시다.

위기의 사람들을 만날 때 “내 일이 아니야”라고 외면하지 맙시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도움과 사랑과 지지로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왔음을 기억합시다. 마음으로, 몸으로, 때론 물질적으로 작은 것이라도 도와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룻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 10:42)”.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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