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공청회
▲지난 5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포괄적 차별금지법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채택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대한성공회 김종훈 신부(맨 왼쪽). ⓒ연합뉴스TV 캡쳐
더불어민주당이 5월 25일 일방적으로 강행한 국회 포괄적 차별금지법 공청회에서 대한성공회 김종훈 천주교 신부(세례명 자캐오)가 했던 주장에 대해,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가 “기독교 입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15일 프레스센터에서 ‘반대 측 배제 차별금지법 공청회 집중 대해부(모르면 찬성, 알면 반대)’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세미나는 진평연, 복음법률가회, 동반연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전혜성 바른인권여성연합 사무총장의 사회로 음선필 교수(홍익대), 이상원 교수, 전윤성 변호사(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민성길 교수(연세대 명예교수)가 발제했다.

이상현 교수(숭실대),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윤용근 변호사(법무법인 엘플러스),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가 패널로 나서고,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일수 고대 명예교수가 축사를 전했다.

성경의 ‘사회적 약자’에 동성애·성전환자 없어
통제불가 선천적·환경적·사회구조적 이유여야
하나님의 도덕명령을 범한 사람의 유형도 없어

김종훈 신부는 당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포괄적 차별금지법 공청회에 더불어민주당 채택 진술인 중 한 명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김 신부는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차별금지법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발제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목소리를 그리스도교 신앙이라 할 수 없다’는 발표도 한 바 있다.

김 신부는 ‘지극히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 ‘그 시대의 사회의 언저리로 밀려난 고아/나그네/더부살이’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범주 안에 ‘성소수자/퀴어(동성애자, 성전환자)’를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성경이 ‘동성애자/퀴어’가 포함된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돌봐야 할 대상으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상원 교수는 “성경 전체에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 유형이 20여 개 정도 나온다”며 억눌린 사람, 주린 자, 갇힌 자, 학대받는 자, 이방인, 탈취당한 자, 궁핍한 자, 힘 없는 자 연약한 자 등을 꼽았다. 그는 “이 목록에는 동성애자는 없다. 창세기 시대부터 요한계시록 시대까지 동성애자가 항상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단 한 번도 동성애자를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성경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한 목록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며 첫째로 “자기 자신의 의지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어떤 선천적인 원인이나 환경이나 사회 구조적 이유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범주에 들어가게 된 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맹인, 고아, 과부, 빚을 지는 것, 이방인이 된 것은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나 성전환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선천성의 문제나 사회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둘째로 “하나님이 주신 도덕명령을 범한 사람의 유형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간음하지 말라는 명령을 범한 간음자, 도둑질하지 말라는 명령을 범한 도둑은 이 목록에 없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명령을 범한 거짓말쟁이도,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긴 살인자도, 우상숭배자도 이 목록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는 명령을 범한 동성애자도 이 목록에 없다”고 했다.

셋째로 “이 목록의 분류 기준은 소수냐 다수냐가 아니”라고 했다. ‘이방인’은 유대인에 비해 오히려 다수이며, 궁핍한 자, 힘없는 자 역시 소수와 다수와 상관없고, 어린이, 여성, 노인은 모두 사회적 약자이지만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는 사회 모든 계층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특정 집단으로 분류되기 어렵고, 따라서 이른바 ‘소수자’라는 사실은 사회적 약자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혐오는 싫어 미워하는 마음… 그 자체가 잘못은 아냐
차별은 요구조건에 없는 부당한 태도… 구별과 달라
김 신부 성경관, 정통 개신교와 다르고 성경 권위 격하

 ‘반대 측 배제 차별금지법 공청회 집중 대 해부(모르면 찬성, 알면 반대)’ 세미나
▲15일 프레스센터에서 ‘반대 측 배제 차별금지법 공청회 집중 대해부(모르면 찬성, 알면 반대)’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전윤성 변호사, 민성길 교수, 이상원 교수, 음선필 교수, 이상현 교수, 조영길 변호사, 윤용근 변호사. ⓒ송경호 기자
김 신부가 ‘혐오’라는 표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혐오는 무엇인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혐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며 “하나님이 사랑하는 일은 우리도 사랑하고, 하나님이 혐오하시는 일은 우리도 혐오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윤리적으로 바른 태도다. 김 신부는 하나님을 본받아 하나님이 혐오하시는 것을 혐오하는 기독교인들을 혐오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차별’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차별이라는 단어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조근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요구 조건에 없는 이유로 부당하게 대하는 태도”라며 “만약 기독교 사립학교가 설립정신에 의거해 자유롭게 입학 및 교사 채용 조건을 정하고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권리는 정당한 구별이지 차별이 아니다. 김 신부는 차별과 구별의 차이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신이 창조한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성경은 어느 본문에서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동성을 향한 성애를 느끼도록 창조하셨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관점임을 분명이 한다”고 했다. 이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남자와 여자 이외에 어떤 다른 인간의 성이 창조되었다는 기록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의 성경관은 정통 개신교의 성경관이 아니”라며 “기독교 최고 경전인 성경을 ‘성서’로 격하시킨 다음 ‘성서는 그리스도를 담고 있는 구유’로 말하며 권위를 격하시킨다.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허름하고 흠이 많아서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건물을 다 짓고 나면 버려야 할 거푸집과 같다는 것으로 ‘성서는 오래된 종교적 가르침을 담고 안내하는 책’, ‘은유적이고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하는 책으로 ‘그 이상도 그 아하도 아니다’라는 진술 속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심각하게 왜곡된 성경관을 갖고 기독교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기독교인들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지도하는 궁극적인 권위서인 성경이 가르치는 바에 순종하여 사고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성경 위에 두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경구절들을 자의적으로 뽑아서 남용하는 매우 독선적이고 참람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