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불교계 직접 관련 없어 보여
불교 종단 연등회 등도 유사한 보조금 지급”

캐럴 문체부
▲캠페인 포스터.

불교계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및 천주교·개신교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대해 캠페인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21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고홍석)는 이날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가 “캐럴 캠페인 행사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캠페인이 불교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고,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 캠페인으로 인해 채권자(종단협)의 활동에 관한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불교종단의 연등회 행사 등 다른 단체의 유사한 종교적 행사에도 보조 사업의 형태로 같은 취지의 보조금이 지급됐다는 점에 비춰,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종교행사 지원이 정교분리 원칙이나 공무원 종교 중립 의무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지난 11월 29일 연말을 맞아 종교계와 방송사, 음악서비스 사업자 등과 함께 국민들이 자주 찾는 매장에서 캐럴 음악을 트는 것을 권장하는 캐럴 활성화 캠페인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밝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음원사이트 ‘멜론’ 등 음악서비스 이용자 3만명에게 캐럴을 들을 수 있는 이용권을 지급했고, 정부 예산 약 10억 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종단협이 “국가가 주도해 특정 종교 편향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해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종단협은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 불교 종단 30곳이 가입한 단체다.

조계종도 “정부가 특정종교 선교에 앞장서는 노골적 종교편향 행위”라며 “청와대와 정부는 공공기관의 종교편향, 종교차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반발했다.

불교계는 가처분 제기 이유로 “국가가 적극 주도해 특정종교에 편향적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헌법 제20조 정교분리 원칙 위배 및 제11조 평등권 침해,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 복무규정, 행동강령 위배 등에 해당하고, 불교의 사회적 명성과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행복추구권 중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음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침해 등이 이뤄진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종단협은 오는 28일 대책위원회를 열어, 가처분 기각에 따른 대응 방향과 수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에서 가처분을 기각함으로써, 불교계는 실리도 명분도 다 잃게 됐다. 정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불교계가 적반하장 격으로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려는 행사에 몽니를 부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