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만큼 결과 나오지 않고, 생각대로 일 진행 안될수록
내면 단단하게 해야… 교양, 잔인한 삶 아름답게 만들어

어른의 교양
어른의 교양

천영준 | 21세기북스 | 236쪽 | 16,000원

코로나가 일상이 되기 전 극장가를 주름잡던 영화가 있었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영웅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영웅을 통해 희망을 꿈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영웅을 갖길 원한다. 믿고 따를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진짜 어른’이 없다는 말이 들려온다. 어른은 많은데 믿고 따를 어른이 없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떠오른 문제는 세대간 충돌이다. 젊은이들은 어른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도 젊은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골이 깊어진 세대간 충돌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만큼 잔인한 것도 없다. 인생살이가 쉬워져야 하는데 점점 어려워진다.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 따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생을 잔인하지 않고 아름답게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교양을 쌓는 것이다. 교양은 잔인한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른의 교양>은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지적 무기와 갑옷을 탑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어른이 가져야 할 교양이다.

저자 천영준은 기술정책학자로 기술과 사회정책, 그리고 정치와 관련된 글을 쓰고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교양을 쌓기 위해 인문학과 고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이렇게 답한다.

“굳이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생각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만의 생각과 행위를 이끌어내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다.”

저자가 생각하는 어른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배려 없이 개입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어른이랍시고 어쭙잖은 조언과 지시를 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가짜 어른’이다.

저자가 말하는 진짜 어른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창조적인 사람이다. 역사에서 말하는 진짜 어른은 따스한 말이나 가벼운 위로를 주는 분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부지고 강한 어조로 외쳤다.

“너 자신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그 힘으로 일어서라”고, “누군가의 위로에 의지하는 아이가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라”고 말한다.

어른의 교양
<어른의 교양>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어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소크라테스의 삶을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사상과 논리를 지식으로 대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파고들수록 힘든 인생살이에 힘겹게 균형을 잡던 한 인간의 힘겨움을 느끼게 되었다.

‘너 자신을 알라’며 엄하게 훈계하던 성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치적 격랑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던 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른의 교양>에는 소크라테스 외에 공자, 베케트, 셰익스피어, 헤겔, 니체, 사마천, 루터 등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철학’으로 어떻게 남과 다르게 깨달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소크라테스, 헤겔, 세네카, 니체, 에피쿠로스, 석가모니가 이에 답한다.

소크라테스는 기존의 가치를 추종하기 말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오래된 경험을 참된 답이라고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부는 ‘예술’을 통해 어떻게 남과 다르게 볼 것인가를 질문하고 바흐, 호크니, 클림트, 셰익스피어, 베케트, 르코르뷔지에가 답한다.

창의력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최연소 MI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의 전직 장관은 ‘수학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작곡가 바흐도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게 궁중 악장이 된 후 평생 매월 한 곡의 칸타타를 썼다.

창의적인 시행착오가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고, 작은 아이디어가 수차례 조합되고 나면 그 안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대박이 터진다.

3부 ‘역사’를 통해 어떻게 남과 다르게 극복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사마천, 루터, 마르크스, 베버, 로베스피에르가 답한다.

루터는 교회가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갑질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전면에 나서는 인물이 없으면 변화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루터는 당당하게 항의해야 할 때 용기를 냈다. 그의 저항이 종교개혁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4부 ‘정치’를 통해 남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해 마키아벨리, 가의, 공자, 비스마르크, 마크롱, 블레어를 통해 배운다.

여우 같은 판단력은 경쟁 사회에서 매우 절실하다. 하지만 적절히 따뜻한 가슴과 인간적인 품행이 결합될 때에만 개인의 경쟁력으로 환원될 수 있다. 힘을 가진 자, 힘을 얻으려고 하는 자들은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한다.

5부 ‘경제’에서는 남의 이익과 내몫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스미스, 실러, 카너먼, 윌리엄스, 뒤플로, 노스를 통해 배운다.

공정을 따지는 시대다. 채용 과정, 병역 의무, 입시 등 공정에 대한 이슈와 논쟁이 많다. 스미스는 마음 속의 ‘공정한 관찰자’를 통해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부를 결과 위주로 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부를 창출하는 과정 중 개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부를 이미 창출한 사람은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정성에 더 많이 신경써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교양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마다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는 다르다. 그 자세가 그 사람의 교양을 나타낸다. 불이 났을 때 도망가는 사람이 있고 망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배우 윤여정 씨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불평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 결과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2009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하다.”

현실은 잔인할 때가 많다.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럴 때일수록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 교양은 잔인한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가 찾는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 잔인한 인생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사람이다. 진정한 어른은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사람이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아름다운 어른이 되어주길 바란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길 소망한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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