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故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송길원 목사 페이스북
▲한 시민이 故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송길원 목사 페이스북
입양 후 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 양(입양 후 안율하)’ 사건이 전 국민의 분노를 들끓게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故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 안데르센 공원묘원의 대표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SNS에 정인 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을 게재했다. 안데르센 공원묘원은 어린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생명들을 위한 자연장지다.

송 목사는 지난해 11월 28일 정인 양이 묻힌 묘지의 사진과 함께 <어떤 죽음 앞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보일러가 작동을 않는다. 며칠째 추운 밤을 보내고 있다. 보일러 탓만은 아니었다.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들어온 죽음이 나를 아프고 춥게 했다. 어린 생명의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사연의 궁금증보다 너무 어린 날 스러진 목숨이 나를 슬프게 했다”고 했다.

송 목사는 “수목장을 운영하며 숱한 죽음과 추모의 장면을 지켜보던 내게 이번 죽음은 좀 달랐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며 “어떤 이는 손에 꽃을 들었고 어떤 이는 아이를 위해 손편지를 썼다. 인형이 매달렸고 아이가 좋아할 과자를 갖다 놓았다. 어두운 밤을 밝혀주고파 작은 태양광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젊은 아빠는 연차를 내고 찾아왔다. 죽은 아이와 어떤 인연도 없었다. 그냥 그 죽음이 안타깝고 슬퍼서라고 했다. 그는 내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또 다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찾아오겠다며 떠났다”며 “가벼운 인사만 하고 가는 게 아니었다. 모두들 오래오래 머물렀다. 캐릭터 비석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차가운 잔디밭의 디딤석에 주저앉아 깊은 묵상에 잠기기도 했다. 모두들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켜 주지 못한 참회의 몸짓이었다”고 했다.

이어 “나도 함께하고파 무릎을 꿇었다. 비로소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아름다운 추모의 발길을 누가 이끈 것일까? 나는 안다. 뜨거운 가슴이 시킨 일인 것을. 덕분에 보일러보다 뜨거운 가슴을 얻었으니 이번 겨울이 그닥 춥지는 않겠다. 더이상 고장 난 보일러도 원망 않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먼저 떠난 아이가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의 지혜를 깨우치고 있었다.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 오늘 아침은 더 일찍 뽀로로 음악을 틀어주어야겠다”라고 했다.

송 목사는 이어 12월 28일에도 <끝없는 추모의 행렬을 보며>라는 글에서 “죽음이 제각기이듯 추모도 그렇다. 언제나 특별한 방식만 남는 것이 추모다. 천 명의 죽음에는 천 가지의 추모가 있을 뿐이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들도 침묵한다. 원망도 미움도 사라진다. 용서와 사랑만 남는다. 죽음이 죽음으로 죽지 않고 영원으로 피어나는 것이 추모다. 죽음의 탄생이다”라고 했다.

이어 “길고 긴 추모의 발길이 영하 12도의 추위도 녹였다. 하이패밀리 수목장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추모 인파였다. 셀 수 없는 수많은 발자국들이 하늘의 위로였다”라며 “누군가는 지못미로 무릎을 꿇었고 누구는 서서 말없이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또 어떤이들은 추억의 물건들(책, 먹고 싶었을 과자 등)을 갖다 놓으며 마음을 달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