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의 흑사병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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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종교개혁 기념강좌 (2)

▲루터의 집, 흑사병 환자들 위한 임시 병원으로 사용되었다.

▲루터의 집, 흑사병 환자들 위한 임시 병원으로 사용되었다.
루터의 생애 동안에 끔찍한 고난과 고통이 많았는데, 흑사병으로 인하여 당한 슬픔과 절망이 깊고도 컸다. 루터는 두 차례 흑사병으로 인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첫 번째는 1505년 흑사병으로 인해서 마틴 루터는 동생 하인츠와 바이트를 잃었다. 6월 13일, 에르푸르트 대학에서도 교수 3인과 수많은 학생들이 사망했다. 루터가 바로 이 시기에 법학대학을 다니다가 수도사가 된 것은 바로 이런 끔찍한 사건들로 인해서 받은 영적인 충격과 공포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루터가 95개조항의 반박문을 발표한 후, 만 10년이 되던 해 1527년 여름에 흑사병이 비텐베르크에 창궐했다.

2.1. 흑사병 환자들에게 헌신했던 루터 부부

1527년 여름에, 다시 흑사병이 유럽에 대대적으로 유행되었다. 개신교회 성도들은 이 질병이 로마 가톨릭의 우상숭배와 타락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종교개혁이 교회의 통일성을 훼손하고, 이러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양쪽에서 모두 다 가장 비겁한 사례들을 알렸고, 상대방의 가장 비극적인 실수들을 알려주고자 노력했다. 루터가 종교개혁에 매진하고 있었던 비텐베르크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루터의 집은 원래 수도원으로 사용되던 큰 건물의 저택이었기에, 수많은 환자들을 받아들여서 치료를 하면서 돌보았다. 선제후 요한 프리드리히도 최선을 다해서 전염병과 싸우도록 격려했고, 비텐베르크 대학교수들을 보호하고자 예나 대학으로 피신하도록 했다. 루터는 대학교의 교수였으나, 비텐베르크 시 교회의 담임 목회자 요한네스 부겐하겐과 협력하여 흑사병에 감염된 환자들을 돌보았다. 루터와 임신 중이던 아내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중에도 담대하게 비텐베르크에 남아서, 목회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먼저 일상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성례를 시행하면서, 환자들의 집을 방문해서 목회적인 상담을 베풀었다. 그의 집은 환자들을 위한 임시 진료소이자, 응급 병실로 사용되었다.

1527년 여름부터 약 5 개월 동안 수많은 흑사병 사망자들이 발생했다. 루터의 오른팔과 같이 협조하던 비텐베르크 시장의 아내도 사망했다. 루터의 친구, 죠지 뢰러 (George Rörer)의 아내도 임신 중이었는데 사망했다.

루터의 어린 아들 한스도 병에 걸려서 고통을 치렀다. 그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도 역시 고통을 크게 당했다. 루터의 둘째 아이, 엘리자베스는 1527년에 12월 10일 태어났는데, 그 다음 해 1528년 8월에 사망했다. 흑사병의 한 복판에서 루터의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루터는 1525년 6월 27일 수녀원 출신 카타리타 폰 보라와 결혼하여, 모두 여섯 자녀를 낳았는데, 한스, 엘리자베스, 막달레나, 마틴, 폴, 마가렛이다. 딸 막달레나도 1542년에 루터의 품안에서 사망하였는데, 외부에서 밀려들어오는 비난들과 가족들 내부에서 감당해야하는 비통함이 컸다. 이 때부터 루터 자신의 건강도 악화되었다.

1528년 가을이 되면서, 비텐베르크 시내에서 흑사병이 가라앉았다. 그러자 루터와 같이 교회를 위해서 일하고 있던 친구들과 시 당국자들이 그를 비판했다. 그가 너무나 전염병에 대해서 조심성이 없다는 것과, 어째서 선제후가 대학 교수들에게 이 도시를 떠나서 예나에 가라고 하는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냥 무시했느냐는 것이다. 필립 멜랑히톤과 유스투스 요나스는 자신들의 가족들을 데리고 그곳에 피신했었다. 루터의 반대파 로마 가톨릭에서는 당시 시내에 있던 환자들을 철저히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분리시켰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브레스라우의 성직자 요한 헤스 (John Hess)에 보내는 목회적 조언에서 루터는 자신 때문에 더 절실히 보호가 필요한 성도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는 비난을 반박했다. 반대파들은 그의 부주의함으로 인해서 자신을 포함하여 가족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는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루터가 머물던 방. 지금은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음.

▲루터가 머물던 방. 지금은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음.
루터는 당시에 대학에서 이사야서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흑사병으로 중단하였다. 어느 정도 전염병이 수그러들자, 루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비판자들을 향해서 답변서, “치명적인 흑사병으로부터 도망해야 하는가?” (Ob man vor dem Sterben fliehen möge: 영어 번역본, Whether One May Flee from a Deadly Plague)를 작성하여 발표했다. 그가 어찌하여 피신을 가지 않고 환자들을 볼보는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해서 해명했다. 이 글은 전염병과 같은 위기에 처한 지역공동체를 위해서 목회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내용들인데, 루터의 헌신적인 자세와 목양적인 안목과 목회지침들이 담겨있다.

나는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시도록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향을 피워서 공기를 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의약품을 나눠줄 것이고,
관리할 것이다. 나는 나의 참석이 불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나가지 않도록
삼가 조심해서 병균에 접촉되지 않도록 하고, 감염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오엽 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들의 죽음이 나의 부주의함으로 인해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만일 하나님이 나를 취하고자 하신다면,
내게 원하시는 일을 수행할 것이기에, 나는 내 자신의 죽음이나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장소와 사람을 불문하고, 기꺼이 갈 것이다.

루터는 비텐베르크 시의 모든 공직자들, 의사들, 목회자들은 그 지역에서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재, 살인, 폭동, 그리고 모든 상상할 수 있는 재해 등 위험에 노출된 전체 공동체를, 공적인 정부나 공직자들이 없이, 그냥 버려두고 떠나는 것은 중대한 범죄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에 의해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기에, 자신의 소명에 따라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위해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한복음 10장 11절을 인용하면서, “목자는 양을 위해서 목숨을 내 놓아야 하며, 늑대의 공격이 있을 때에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적인 임무가 주어져 있지 않은 사람들은 실제적인 상식을 갖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았다. 위협으로부터 피신을 하는 것 자체는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루터는 성경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예로 들었다. 야곱이 에서의 분노를 피해서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을 갔다. 다윗은 사울 왕의 진노를 피해서 숨었고, 사도 바울은 다메섹으로부터 멀리 숨었다.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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