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인내, 그리고 평안에 관한 50일 묵상
분노, 인내, 그리고 평안에 관한 50일 묵상

에드워드 T. 웰치 | 황영아 역 | 그리심 | 205쪽 | 15,000원

처음 에드워드 웰치의 ‘A Small Book about a Big Problem’이라는 책이 New Growth Press에서 나왔을 때, 언젠가 꼭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로 이 책이 분노에 관한 책이란 점에서, 둘째로 에드워드 웰치라는 성경 상담학의 대가가 성경과 복음에 기초하여 분노를 다룬다는 점에서, 셋째로 짧은 묵상집이라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는 독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책이 2019년 12월 30일 그리심에서 출간되어 국내에 보급되었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에드워드 웰치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커 보일 때 하나님이 작아 보일 때(개혁주의신학사, 2019)>, <두려움을 느낄 때(국제제자훈련원, 2018)>, <동행(그리심, 2017)>, <수치심(그리심, 2016)>, <우울증(그리심, 2015)>, <중독의 성경적 이해(국제제자훈련원, 2013)>, <뇌 책임인가? 내 책임인가?(CLC, 2003)> 등 많은 성경 상담 관련 도서가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30년 이상 전문 상담을 했고, CCEF 교수이기도 하다. 작고한 데이비드 포울리슨과 더불어 성경 상담의 대가로 미국 복음주의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목회하면서 ‘분노’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듣는데, 그만큼 그리스도인이 ‘분노’의 문제를 쉽게 경험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분노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분노’를 검색해도 관련 신앙 서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몇 권 있는 책들도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기술에 관한 설명에 치중된, 근본 뿌리부터 진단하고 고치는 부분은 미약한 책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폴리슨의 <악한 분노, 선한 분노(토기장이, 2019)>가 나왔는데, 웰치의 <분노, 인내, 그리고 평안에 관한 50일 묵상>과 더불어 성경 중심, 복음 중심으로 분노를 제대로 진단하고 조절하도록 돕는 탁월한 책이다.

분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성도들과 상담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상담하는 그 순간에 어느 정도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었던 사람이 다음 상담을 하기 전까지 스스로 노력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분노와 관련된 성경 구절을 읽고 기도하며 몇 가지 실천을 하도록 숙제를 내주어도, 바쁜 일상과 오래된 옛 습관이 분노라는 큰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런 면에서 에드워드 웰치가 쓴 이 책은 ‘small book’이라 소개하지만, 결코 작은 책이 아니다. 매일 분노에 관하여 깊이 묵상하고 고민하도록 돕는 ‘big book’이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은 50간 매일 묵상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두꺼운 책을 대충 본 후 바로 당신의 일상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21-22쪽).”

저자는 이 책을 하루에 하나만 읽고, 읽은 것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책에 나오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라고 권면한다. 이 책을 읽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루에 읽을 양이 두 장 정도이고, 글씨도 크고 내용이 짧아 부담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내용은 절대로 빈약하지 않다. 분노의 문제를 매일매일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게 하고 깊이 곱씹으며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실질적인 예시와 질문으로 내 삶을 돌아보게 하고 분노 문제를 다루게 한다. 하루 종일 생각한 것을 누군가와 나눌 기회를 갖는다면, 유익은 배가될 것이다.

이 책의 역자 황영아 박사(총신대학교 상담학 교수)는 역자 서문에서 웰치가 기여한 세 가지 부분을 이렇게 꼽는다. “첫째 상담관계를 통한 상담문제의 심층적 이해에 큰 기여를 했다, 둘째 성경신학적인 접근을 통한 성경의 이해를 강조하였다, 셋째 성경적 변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였다(12-14쪽).”

역자의 평가에 십분 공감하며, 몇 가지 근거를 들어 보겠다. 웰치는 분노를 무작정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폴리슨이 그의 책에서 핵심적으로 설명한 것을 웰치는 아주 단순명료하게 정리했다.

분노
ⓒPixabay
“분노는 판단에 관한 것이다. 분노를 자세히 살펴보면, 판결을 내리며 재판을 주재하고 있는 재판장과 같은 모습의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판결은 가끔은 정확하고, 보통은 어느 정도의 진실이 포함되기도 한다(28쪽).”

웰치는 폴리슨과 더불어 ‘판단’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문제는 그 판단이 주관적이며 개인의 이익에 편향되어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욕구를 반영한다는 데 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그런 의미에서 “분노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이며 “분노가 배아의 형태로 있”는 것을 “욕망”이라고 부른다(46쪽).”

웰치는 분노의 다양한 모습들을 빈정거림, 원망, 불평, 험담, 회피, 침묵, 무관심, 시기심, 질투심 등으로 나눠 묘사한다(39-40쪽). 단지 큰 소리 내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만이 분노가 아니다. 어떤 사람의 분노는 침묵과 조용한 회피로 강력하게 나타난다.

웰치는 또한 분노가 절대로 하나님과 관계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분노는 유일한 재판장이요 입법자 되신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통치 방식에 반역을 일으키는 행위다.

분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택하신 방법은 참으로 은혜롭다. “화를 낼 권리가 있는 유일하신 분이 사랑과 섬김을 선택하실 때, 그가 그 자신의 것보다 다른 이들의 유익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실 때, 그는 모든 것을 바꾸셨다(73쪽).”

복음이 분노를 잠재우고, 복음 앞에서 분노는 설 자리를 잃는다. 웰치는 이 책을 통하여 분노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거나, 분노의 원인 제공을 한 사람과 반반 그 책임을 나누거나, 여러 가지 핑계를 대는 등 잘못된 반응을 당장 멈추고,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회개를 일으키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라고 권면한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아래 일어났다는 것을 신뢰하고, 그분의 더 크고 은혜로운 뜻을 믿으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분노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사랑 때문이다.

모든 크리스천들은 크고 작은 분노의 문제를 겪고 있다. 평온하던 마음에 작은 돌이라도 하나 던지면 크게 요동치는 연약하고 불안한 마음,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지겹게 방해한다.

복음은 우리가 옛 자아를 굴복시키고 최종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선포에서 그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복음은 매일 분노조절을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고, 그래서 평안을 추구하려는 우리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과 지혜를 제공한다.

웰치는 그 명백하고 은혜로운 진리를 매일 우리가 경험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선물했다. 바라건대, 이 책을 통해 독자가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고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기를(엡 4:26, 32)”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