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복음병원 원장으로 계실 때는 입원비가 없어서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 여럿을 몰래 뒷문으로 도망치게 도와주었고,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만들어
가난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조금만 돈이 생기면 불쌍한 사람들에게 몽땅 주어 버렸고,
몇 달 밀려 받은 의대 강사료 전액을 거지에게 주어
거지가 도둑으로 몰린 일까지 있었습니다.
철저히 무소유 원칙을 지켜 방 한 칸 남기지 않았던 그는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 새벽에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본받을 사람이 너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장기려 박사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본받아도 부족하다 할 만큼 참된 성품의 표본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옷깃을 여밀 때면 더욱 그분이 그리워집니다.
부디 그분이 보여준 사랑의 모습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가슴 속에 더욱 생생히 남아 있기를 소원합니다.
손봉호/전 대학총장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