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가치세? 지대?… 기독교 좌파의 ‘희년’에 관한 오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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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희년의 본령은 반(反) 사유 아닌 전적 사유

▲지난 3월 열린 희년함께 개최 ‘기본소득 희년포럼’ 모습. ⓒ희년함께 캡처

▲지난 3월 열린 희년함께 개최 ‘기본소득 희년포럼’ 모습. ⓒ희년함께 캡처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혹은 정당 국회의원이 추구하는 토지공개념 일환으로 통용되는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ation)' 혹은 '지대(Economic Rent)' 정책을 마치 성경적 희년의 표상인 것처럼 신학적 합류를 선언하는 개신교 학자, 그리고 목회자나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년에 대한 오남용이 아닐 수 없다. 희년은 그런 것이 아니다.

우선 이들은 세속적 '토지공개념(토지의 공적 개념)'을 "땅은 하나님의 것(레 25:23)"이라는 규례와 동일시하는데, 이 잘못된 첫 단추가 '희년'을 사회주의 아류로 전락시키고 만다.

희년의 가장 본령이 되는 근거는 '하나님께서 이 땅(가나안)을 이스라엘에게 주시기로 약속하셨다'는 소유의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년을 반(反) 소유의 개념으로 몰고 가는 것은 그 첫 번째 넌센스다.

이들이 프로파간다로 전면에 내세우는 대천덕의 <토지와 경제정의>에 따르면 "여리고를 정복한 해는 가나안 족속으로부터 토지를 해방시켜 이스라엘 백성에게 분배한 첫 번째 희년이었다(30쪽)"고 주장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약탈이었다.

대천덕의 논지대로 (약탈이 아닌) 땅의 해방이 되려면 고도의 종교적 합의체 성격을 띠어야 하는데, 이스라엘에게는 가나안인이 땅을 더럽히고 있다는 영적 정당성이 있었다. 이를테면 그 땅에 동성애가 만연하였다든지.

따라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정당 및 정당인들이 주도하는 토지정책에다 개신교도들이 희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결탁으로, 두 번째 넌센스다. 땅을 더럽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 희년의 본령은 반 사유 개념이 아니라, 전적인 사유 개념이다. 토지공개념을 원격 지원하는 이 기독교 좌파들이 흔히 인용하는 '고엘'이라는 제도 역시, 토지가 가족의 소유로부터 타종족에게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유의 개념이지 반 사유 개념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친족이 친족에게 기업을 무르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국가나 기관이 토지의 소유에 개입하는 것이 희년의 완성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그 세 번째 넌센스다.

대천덕의 다른 글 하나를 더 인용한다.

"'너희를 다스릴 왕의 제도가 이러하니라(삼상 8:11)'는 말로 시작해 주변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일과 같은 토지 몰수가 이스라엘에서도 발생하리라고 예언했다. 여기서 '제도(manner)'라는 단어는 히브리어 '미쉬팟(mishpat)'을 번역한 말이다. 미쉬팟은 흔히 '심판(judgement)'으로 번역되는데, 권리나 관습을 뜻하기도 한다. 또 이스라엘의 율법에 의해 형성된 관습뿐 아니라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이방의 관습'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32쪽)".

즉 '희년' 사상에 반하는 제도란 국가/기관의 제도라는 논지의 글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이스라엘이 따르려는 '왕의 제도'란 앞서 '땅의 해방(희년)'의 대상이 되었던 가나안의 제도라는 점에서(관이 개입하고 주도하는), 토지공개념은 오히려 그 땅의 억압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네 번째 넌센스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년은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나고 난 후 그해의 일곱째 달 열흘 속죄일에 나팔을 불어 오십년째 되는 해를 거룩한 해방의 해로 선포하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reset) 제도인데, 이것은 종주국 이스라엘 자신에게도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친족의 토지가 빚으로 넘어가게 생겼거나 과부를 구제하는 부분적 실행은 있었지만, 총체적 희년은 역사적으로 실현된 일이 없는 관념적 제도이다.

이 관념의 제도가 실존이 된 적이 있긴 한데, 그것은 오로지 강대국과의 전쟁에 져서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을 때뿐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시스템이 붕괴돼 모든 소유를 박탈당한 신앙인들이 소급해낸 이상적 제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스라엘인은 "땅이 하나님의 것"이지만, 자유롭게 사고팔았다. "영구히 팔지 말라"고 했지, 매매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레 25:23). 게다가 이들 사회주의적 기독교도들은 이자를 받는 것을 극악무도한 성경의 위반으로 가르치지만, 유대인들은 이자가 아닌 벌금 형식으로라도 이자를 챙겼다. 착취는 사라져야 할 분명한 악이지만, 그와 같은 경제력이 오늘날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시 차지하게 만든 저력의 진정한 '토지공개념'이 되었다. 다섯 번째 넌센스다.

현대 사회에서 이 '토지공개념'을 희년 수준으로(reset) 실행하면, 일회는 반드시 재산 몰수가 따르게끔 되어 있다. 19세기 인물인 헨리 조지(Henry George)에게서 추출한 걸로 알려진 이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ation)' 혹은 '지대(Economic Rent)'라는 제도는 재산 몰수를 대신한 안전한 완충 제도로 소개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재산 몰수의 예비 제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신 마르크시즘에는 부응할는지 모르지만, 사유 재산 경제제도의 총화인 희년(Jubilee)을 위시한 자유경제의 수많은 성경적 근거는 무시되고 마는 것이다.

참고로 산헤드린 공회원이었던 아리마대 요셉을 성서는 존귀한 공회원이라 소개하는데, 존귀하다는(εὐσχήμων) 이 표현은 '지주'를 의미하는 말이다. 자신의 사유 가족묘가 있었기 때문에 예수의 시신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또한 하나님과 토지에 관한 처음 약속의 주체였던 아브라함 역시, 최초로 자기 돈 주고 구입한 사유지가 다름 아닌 아내의 묘지였다. 얼마든지 다른 용도의 토지를 먼저 구입할 수 있었고, 또 아내의 시신을 장례할 묘지를 이웃 헷 족속이 빌려준다고 했는데도 왜 굳이 묘지용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획득했을까?

그것은 토지가 오늘날과 같은 환금성 가치가 아닌 영원성의 영적 가치였음을 대변한다. 부활 신앙의 프로토타입인 셈이다.

이영진 교수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 전공 주임교수이다. 그는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매우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신학자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자본적 교회(대장간)>,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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