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해
▲김포 드림센터 내 LED 전광판 전시실에서 만난 신현해 대표. ⓒCDMB 제공
중고등부 시절 '문학의 밤'을 통해 교회 문화에 눈뜬 한 소년이 21세기 최첨단 교회 문화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그 옛날 서원처럼 '전 세계인들이 함께 보는 기독교 콘텐츠' 개발을 꿈꾸고 있다.

기독교 미디어 전문 컨설팅 및 설비 회사인 CDMB(Church Digital Mission and Broadcasting) 신현해 대표 이야기이다. 그는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부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제주도에서 지내야 했다. 교회는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주님을 만났고, 목회자가 될 것을 서원했다. 주의 종이 되고 싶다고 기도했다. 그 시절 수많은 어머니들처럼, 그의 어머니도 아들이 '하나님 일' 하기를 원하셨다.

1968년생인 그의 학창 시절은 교회 문화가 한창 꽃피던 때였다. 당시 '문학의 밤'을 준비하면서, 문화와 예술, 공연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했지만, 이러한 관심을 문화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가기 위해 먼저 공부하기로 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서울예전 연극과. 배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역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대 쪽을 전공했다.

대학에 입학할 때, 아버지가 가난한 사정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 컴퓨터를 선물로 사 주셨다. 당시 초창기였던 개인용 컴퓨터는 디스크를 넣는 방식이었는데, 제대로 켤 줄도 몰랐다. 그게 부끄러워서, 컴퓨터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밤을 새워 가면서 컴퓨터 공부에 매진했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 용산 전자상가에서 살다시피했다.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사람을 찾아가 막무가내로 부탁하면서 숙식까지 그곳에서 해결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뜯어서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 컴퓨터가 수억 원 어치는 되는 것 같다.

컴퓨터를 공부하다 보니, 관련 분야로 시야가 넓어졌다. 당시는 스크린과 프로젝터 등 각 교회에 각종 멀티미디어가 막 들어오던 시기였다.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면서,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든 작품이 '교회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였다. 성경구절과 찬송가, 복음성가, 각종 교육자료와 애니메이션 자료 등이 영상에서 구현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사용했던 CDMB 로고를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편입으로 기독교교육학 공부를 마치고 서울신학대학교 신대원을 졸업한 뒤, 목사가 되기 위해 충남 아산으로 내려갔다. 그 무렵 교회 관련 콘텐츠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였고, 멀티미디어 전반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인터넷 초기, 야후(Yahoo!)가 모든 사이트의 '관문'이던 시절이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하니, 이를 유심히 본 기업들이 있었다. 각 교회에 빔 프로젝터를 판매하고 싶지만 교회용 프로모션 또는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곳들이었다. 교회 관련 콘텐츠로 컨설팅을 하게 됐고,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해 1999년 홈페이지와 함께 사업자 등록을 냈다. 사무실까지 낸 후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목회의 길로는 가지 못했다.

컨설팅을 통해 전국 교회에 해당 업체의 프로젝터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대리점 수십 곳을 한데 모아놓고 어떻게 접근하고 판매할지 전략을 짜준 것이 주효했다. 컨설팅을 통해 모은 자산과 함께, '교회용 문자 발생기'를 개발해 받은 로열티로 2차 자산을 삼았다. 이 기기는 OHP로 가사를 넘기던 시절 영상 매체를 활용 가능하도록 만든 것으로, '창세기 1장 1절'을 누르면 해당 구절을 타자로 치지 않고도 영상 아래쪽 자막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모은 자산들로 지금의 LED 전광판 사업을 시작했다. 8-9년 전 어느 교회에 가서 본 LED 전광판이 잊히질 않았다. 장래성이 있어 보였고, 그때부터 LED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컴퓨터를 공부했던 것처럼 수많은 전광판을 직접 사서 분해해 보고, 중국이나 대만 등 해외에까지 가서 관련 기술을 익혔다.

그는 "LED 전광판도 결국 컴퓨터 기술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 만지면 힘들다"며 "요즘 나오는 모든 전자기기 하드웨어는 PC언어와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20년 정도 컴퓨터 기술 경력이 있다면 1주일 정도에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부한 뒤, 지난 5년 간 각 교회에 LED 전광판 설치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버린 LED 전광판도 꽤 있었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해외 업체를 활용해 1-2달 걸리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직접 모두 만드는 편을 택해 주문 후 2-3일만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연세중앙교회와 목동지구촌교회, 수정성결교회와 신촌성결교회 등 많은 곳에서 LED 전광판을 설치했다.

신현해 대표는 "기독교 콘텐츠는 기술이 매우 프로페셔널하다 해도 기독교라는 특수성에 대해 잘 모르면 사업성이 없다. 그렇다 해서 너무 기독교 쪽에만 치우쳐도 프로페셔널하지 못해 사업성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컨설팅을 해 보니 이런 부분들을 느끼게 됐고, 'Church Digital Mission and Broadcasting'이라는 업체 명에 그 정신을 담았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기독교 관련 방송 관계자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개념이 다르더라"며 "설교만 틀어도 돈이 들어오니, 구태여 다른 콘텐츠들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비전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기독교 자료가 전 세계 선교에 쓰이는 것"으로, "그러한 콘텐츠 개발에 제 모든 인생을 드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신 대표는 "선교지에서 보여줄 만한 콘텐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공통적으로 봐야 할 콘텐츠가 21세기 현 기독교에는 없는 상태"라며 "물론 성경말씀이 있지만, 2천 년 전의 텍스트를 이 스마트 시대에 제대로 알리려면 현재 기술을 집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콘텐츠를 만든 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제가 개발해 내지 못한다면, 후대에 누군가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놓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기 김포 하성에 마련해 놓은 'CDMB 드림센터'는 그러한 '드림'의 의지를 갖고 있다.

CDMB는 오는 19일 오전 11시 드림센터에서 교회 관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LED 전광판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문의: 010-6393-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