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백러시아, 사역 현장 이야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700km 내려가면 백러시아(벨라루스의 전 이름) 수도 민스크에 도착하게 된다. 고속도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대지는, 노는 땅 없이 잘 다듬어지고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8일간의 일정으로 백러시아 순회 전도사역에 나섰다. 총 4000km 정도 되는가 보다. 10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아직 준비되지 않은 초겨울 추위에 벌벌 떨었다.

전체 인구가 1천만이라고 하는 이 지역의 정치적인 상황은 매우 안정되어 있었다. 지난 10월 10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루카센코 전 대통령이 무려 83%의 지지로 5차 연임되었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는 그를 향하여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칭한다. 정치적으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서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의 정치적인 선언문은 “백성들을 위하여 일한다”는 것이었는데, 초기에는 그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개인 집에서 작은 농사를 지으며 나랏일을 한다고 한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하였던가? 농사를 지으면서 산다는 대통령, 나라와 국민들을 위하여 정치를 했던, 그래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그 대통령과 비슷한 면을 백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에서 엿보게 된 것이다. 정치적인 업적은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각 도시를 방문하는 중에, 똑같은 형태의 수많은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축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것인가 하였다. 그런데 그 집의 이름을 “프레지덴트 하우스”라고 한다. 대통령이 명령하여 지은 집인 것이다. 집 없는 사람들이 일하면서 살도록 배려한 것인데, 가는 곳마다 아주 오래된 것부터 시작하여 현대식으로 지은 것까지 즐비하였다. 참 부러운 일이었다. 일정 기간 그곳에 살면서 일하면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자녀가 7명이면 아파트 방을 7개 준다. 개인당 정해진 면적에 의하여, 부족하면 땅을 주어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한다. 3년을 함께 살면서 훈련받아 목사가 된 제자가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방 4칸짜리를 받아서 살고 있었다. 얼마나 방이 큰지 청소하며 관리하기가 힘들겠다고 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일을 한다. 1년이 지나도록 일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였더니, 일하지 않고 놀고 먹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국민은 모두가 일을 하고, 그래서 노후까지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 10월 초인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루카센코 대통령이 연설을 하였다. 내용인즉, “정치적 야망과 더러운 욕심으로 인하여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다. 오직 자기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하여 남의 나라와 땅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각국의 지도자들, 당신들의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을 알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회개하고 책임지지 않으면 당신의 세대가, 그리고 자손들이 오늘의 책임을 감당할 것이다.” 수많은 기자들이 달려와서 인터뷰를 요청하며, 이러한 내용은 처음 들었다고 하면서 놀랐다고 한다. 그 내용은 유튜브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정치인이나 국가의 녹을 먹고 일했던 사람이 근무 중에, 혹은 은퇴하여서 많은 수입을 올리고 부를 누리고 있다면 즉시 세무조사가 들어오고, 근거가 없이 부를 소유하면 모든 재산을 몰수당한다고 한다. 참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래서 벼락부자가 없다. 자기 힘으로 노력하고, 일한 만큼 부를 누리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도 없다. 모두가 일을 하기 때문에 먹고사는 데는 걱정이 없다.

또 특이한 것은, 이 지역에는 고아원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 그런가 하고 이유를 물으니, 대부분 가정에서 입양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아이의 몫으로 정부가 지원을 하기 때문에, 고아들이 한 가족이 되어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성도들이 고아들을 입양하여 살고, 자식들이 많은 집은 보통 10-15명이고, 목사 가정에는 대부분 7명을 넘는다.

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영적인 분위기는 매우 뜨겁고, 어디를 가나 믿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작은 시골에도 교회에 빈 자리 없이 예배드리는 모습은 매우 귀하고 감사하였다. 시골 지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말이 되면 도시로 나간 청년 학생들이 모두 멀지 않은 고향으로 돌아와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러시아정교회, 로마천주교, 개신교가 함께 어우러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개신교가 활발함을 보았다. 필자는 백러시아의 수도 민스크에 도착하여 3천 명이 모인다는 은혜교회에서 저녁 집회를 인도하였다.

아모스서 4장으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부요하였던 북이스라엘을 향하여 외쳤던 아모스의 말씀이었다. 그들의 종교행위는 자신들이 좋아서, 자기들에게 유익이 되기 때문에 했던 것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습관화·의무화되어 버린, 자기 만족을 위한 종교 행위를 책망하였던 내용으로 도전했다.

각 지역마다 천 명, 칠백 명, 오백 명 모이는 교회들이 많이 있었다. 작은 교회부터 시작하여 여기저기에 교회가 정착되어 있다.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무릎을 꿇는 모습은 참 귀하고 바른 태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예배 순서에 참여한다. 청년들도 나와서 짧은 메시지를 전한다. 자매들이 나와서 한 주간의 삶을 고백하고, 감사한 일과 실패한 일을 간증한다. 성도들은 화답하며 찬양하고, 혹은 위로와 격려를 한다. 목사 한 사람이 아닌, 또는 몇 소수의 리더들만이 주관하는 것이 아닌, 회중이 부족한대로 참여하고 격려하고 배우면서 만들어가는 예배였다.

예배는 보통 두 시간 반 진행된다. 아이들도 모두 함께 참석한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하여 나이 든 어른들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예배한다. 따로 교육은 언제 하느냐고 물으니, 목·금·토요일에 부서별로 말씀을 교육한다고 한다.

예배를 주기도문과 축도로 마친다. 특이한 것은 목사가 아니고, 모든 성도들이 함께 축복기도를 한다. 바울의 축복기도문으로 마무리를 “~우리에게 있을지어다” 하는 것이다. 자가충전이라고 할까? 이것이 전통이 되어 있다.

말씀에 대한 열심과 섬김, 헌신적으로 신앙생활하는 모습은 우리와 별다를 것이 없다. 어디를 가나 예수 이름으로 교제하며 대접하고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곳은 모두가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한다. 식당 문화가 우리처럼 발전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집에서 서너 시간씩 자신들의 삶을 나누고 격려하고 교제하는 모습은 보기가 매우 좋았다.

교회는 젊은이들을 러시아 지역으로 보내어, 한 달 이상씩 봉사하고 섬기는 훈련을 하게 한다. 현지 교회에서 함께 살면서 교회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지역을 방문하면서 전도하고 기도한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니고 봉사와 노동을 위하여 현장을 방문한다. 그래서 함께 서 가는 교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신학적으로 잘 준비되거나 말씀을 깊이 있게 잘 풀고 하는 것은 설령 우리보다 부족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믿음 안에서 배우고 나누고 섬기며 복음의 역사를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때에 러시아에서는 “슬라바 보구(하나님께 영광)”이라고 말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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