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비난하는 소리를 듣는데, 상당히 기분이 상하였지만 아주 정확하고 바르게 현실을 지적하는 이야기여서 듣고만 있었다. 듣다 보니 옳고 바른 이야기를 아주 四가지 없이 말하고 있어서 오히려 반감이 가는 것을 느꼈지만, 감정은 감정이고 사실은 사실로 인정한다.
대부분 신앙인들이 자신의 죄를 몰라서 못 고치는 것이 아니다. 잘 알지만 의지가 약하거나 이기심이 더 강하거나 성령의 뜨거운 체험이 없어서 못 고치는 것이라 본다. 그래서 반복하여 죄를 짓고, 의식 있다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비판하며 욕을 해댄다. 그러나 그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참 신앙인이라면 어떤 대안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현대 신앙인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어떤 신앙인이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고 사기를 쳤다. 그런데 마음에 꺼림칙하고 신앙 양심에 가책이 있어서,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고백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쳤다. 그리고 사기 치고 훔친 물건을 편안하게 사용하였다. 이것이 오늘날 신앙인의 모습이다.
필자는 이것을 ‘현대판 고르반’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행해야 할 일을 하나님께만 고백하고 기도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혹은 신앙적인 의무를 다한 것처럼 믿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교회 생활 속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이다.
사람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청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만 하게 된다. 그 편이 쉽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이중성, 교회 안에서와 밖에서 나타나는 모습인데, 결국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인격이나 사람에 대한 신앙적인 의무를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하였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 온 맘으로 예배하고 찬양하는 일, 그리고 헌금하고 건축하는 일은 매우 많이 듣고 배웠다.
그렇게 못하면 죄의식을 느꼈기에 그에 대한 신앙인의 의무를 다하였으나, 상대적으로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고 헌신하며 대가를 지불하는 신앙을 배우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종교성을 주입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예수 믿는 신앙인의 태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치지 못하였던 것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밀양”에 나타난 고르반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감옥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망설임과 분노 속에 어렵게 결정하여 용서하기를 다짐한 피해자는, 가해자를 찾아 면회를 간다. 그런데 가해자는 감옥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 앞에서 자신의 모든 잘못과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은혜 받은 자의 모습과 평안함으로 피해자 앞에서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는 완전히 충격을 받게 된다. 어렵게 어렵게 신앙으로 용서를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려 하였지만, 이미 하나님과 관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였다고 선언하는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는 할 말을 잊고 비통해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 우리 기독교의 모습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만 잘 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고발하고 지적하는 것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신앙의 모습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혼자만 신앙생활하고 혼자서 교회 주일 잘 지키고 혼자서 새벽기도 혹은 산 기도를 잘 다니고, 혼자서 묵상하며 수도원적인 신앙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 경건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신앙인의 삶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공동체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반쪽짜리 종교인에 불과하다. 교회 재정과 관련하여 범죄가 많고, 오용을 하고도 고백하지 못하고, 적당하게 덮어 두고 넘어가려는 태도나, 오히려 정당화하려는 뻔뻔함이 교회 지도자들 속에 빈번하다.
하나님의 종이니까라는 말은 교회의 공공성을 외면하는 무책임이다. “다윗도 밧세바와 관계를 통하여 죄를 지었는데” 운운하면서 우리 목사가 행한 일을 정당화하려는, 묻지마 충성파들의 태도는 대체 어떤 신앙인지 궁금하다.
성경에 나타난 고르반은 마가복음 7장에 기록돼 있다. “너희는 이르되 사람이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나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만이라 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만 잘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인데, 이것이 오늘날 신앙으로 굳었다.
이제부터라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 나타나는 신앙인의 자세와 행동을, 젊은이들과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쳐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 필자는 현장 속에서 유학생 젊은이들을 종종 만난다. ‘3-5년이면 저들이 한국사회로 되돌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텐데……’ 생각하면서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들을 만나고 지도한다. 원컨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성경이 제시하는 사랑과 정의를 가르치고, 성경이 말하는 편협함 없는 신앙을 전파하기를 청원하며 기도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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