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현장 이야기 -시간 도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필자는 현지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일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첫째는 현지 목회자들의 설교이다. 대부분 시작은 잘 하지만 곧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와 한 주간의 삶의 경험을 간증하는 것을 쉽게 듣게 된다. 현지인들은 그러한 간증이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이곳 러시아 교회 문화인가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 왜, 이렇게 중요한 시간에 성도들이 그러한 넋두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가? 예배를 마친 후에,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 한 주간의 삶에 대한 비전을 얻었는가 생각해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간만 소비하였다든지(?) 자리만 채워주었다는 생각, 혹은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교제하는 정도로 만족할 수 있겠지만…….

교회 문을 나서면서, 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이렇게 준비 없이 예배에 임하고 자신의 일에 대하여 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역지사지’, 필자의 사역 속에 지도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에 불성실함이 얼마나 많았는가 돌아보며 부끄럽고 두려운 생각을 갖게 된다.

지도자의 죄가 큰 것은, 성도들의 시간을 마구 도적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피곤하게 일하고 지치고 이런저런 일로 낙심한 자들이 교회에 와서 예배하는데, 그들의 삶을 말씀으로 회복시키지 못하고 잡다한 세상 이야기나 사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을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흥분도 하고 열성도 있지만, 준비 안 된 메시지를 이 귀한 시간에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행위는 또한 다른 사람들의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막아버리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생명의 말씀을 바르게 공급하면 더욱 더 확장되고 풍성하게 넘치게 되는데, 그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의 없고 무책임한 내용의 설교가 다른 현장에서, 또한 한국 강단에서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반적인 듯하여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온 교회가 바르게 말씀을 선포하고 비전을 제시하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세상의 소망과 빛이 되는 것인데, “지도자들이 비전이나 생명을 나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매 주일, 시간 시간 이렇게 공적으로 말씀을 가르치고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현지 어느 교회를 방문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말씀을 잘 전하는 사역자가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사용하여 설교의 내용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기억에 남도록 각인을 시켜주었다. 감동적이고 사람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예수 중심의 메시지에 매우 만족하며 감사하였다. 와~, 이런 사역자도 있구나 감격하며 참 소망이 있구나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발생하였다. 예배 후에 함께 교제를 나누는 가운데 느낀 것이다. 말이 청산유수였는데 매우 감동적이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교회의 필요와 비전을 설명하는데, 핵심은 돈으로 쏠리고 있었다. 나중에 여러 가지를 살펴 보니 성도들과 비교가 안 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말씀 잘 전하는 훌륭한 설교자의 이미지가 무너진 것이다.

필자는 현장 목회자들의 약점인 설교가, 목회의 생명이고 가장 중요한 것임을 수 차례 반복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인 것인데도 많은 목회자들이 메시지의 핵심이나 목표의식을 갖지 못하였기에 수없이 강조하였지만,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메시지와 더불어 사역자의 인격과 삶인 것이다. 항상 웃으면서 대하는 태도에 속은 것이다.

목자로서의 헌신된 성품과 정직한 삶의 태도가 더욱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러고 보니 한국교회에는 설교 잘하는 목사들이 아주 많다. 감동적이고 지적이고 사람의 영혼을 깨우치는 설교들이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도들과 세상이 인정할 만한 삶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못하면 역시 교회와 성도들을 병들게 하는 병의 근원이 되는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설교 잘하는 어떤 목사를 강단에서만 보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강단에서의 외침은 매우 합리적으로 그럴싸하지만,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아주 까다롭고 엄격하고 인간적인 매력도 없고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목사는 강단에서보다는 사적으로 더 품위 있고 멋지다고 한다. 메시지는 좀 약하지만 훨씬 인간적이고 목자의 심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목회자는 물욕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돈으로 성도들을 한 번도 대접하지 않고, 얻어먹기에 익숙한 자들이다.

성도들의 시간이 도적질 당하고 영혼이 상처받고 낙심하는 일들이 없을 수 없으나,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 때문일까? 목자에 대한 의식이 적고, 세속주의, 즉 물질만능과 축복사상에 휩싸여 살아가는 것 때문일까? 혹은 천박한 신자유주의 사고방식에 물든 결과는 아닐까?

2013년을 마무리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 교회가 여기저기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을 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들이 오늘도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새해 모든 목회자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과 삶 속에서, 더 이상 성도들의 시간과 인생과 비전을 도둑질하고 성도를 절망케 하는 일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소원으로 기도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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