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김영주 총무.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 김영주 총무가 최근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위원장 김삼환 목사, 이하 한국준비위)에 대한 격정을 토로했다.

김 총무는 13일 NCCK 회원교단장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난 4월 6일, 교회협 회원 교단장님들께서는 총무인 저에게 한국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직에 복귀할 것을 권고하셨다”며 “권고에 담아주신 교단장님들의 뜻에 감사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저를 고뇌하게 한 것은 ‘현재의 한국준비위원회 구조 속에서 진정 에큐메니칼 신앙 고백을 실현할 수 있는가’하는 물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는 현재의 한국준비위원회 구조가 에큐메니칼 신앙에 근거하여 철저하게 변혁되지 않고는, 지금까지도 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합의문’ 사태가 다시금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저를 아프게 내리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총무는 또 “4월 6일의 교단장, 총무(총장) 연석회의에서는 WCC 회원 교단 총무(총장)들이 한국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하여 집행위원회를 강화할 것과 ‘WCC 제10차 부산총회 지원위원회’를 교회협 안에 설치함으로써 보다 에큐메니칼 정신에 철저한 WCC 총회를 준비하도록 결의해주셨다”며 “그러나, 한국준비위원회는 이러한 교단장, 총무(총장) 연석회의의 뜻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임위원회를 대폭 확대하였고, 더 나아가 총회 장소를 서울로 변경하려는 독단적인 결정을 추진할 위원회까지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준비위원회의 논의 과정과 결정에서 에큐메니즘은 실종되었고, 이것은 오히려 한국에서 에큐메니칼 선교를 상징하는 교회협을 배제한 채 세계 에큐메니칼 축제인 WCC 총회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총무는 “지금 매우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어떠한 여건에서도 에큐메니칼 신앙을 관철해야 한다는 원칙을 여전히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부덕과 무능은 지금과 같은 한국준비위원회를 구조적으로 개혁하지 않고는 에큐메니칼 전통과 신앙 원칙을 실현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김 총무는 “하나님이 주신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본래의 에큐메니칼 전통을 계승하고, 특히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생명·평화·정의’의 신앙고백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총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것은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구성해 주신 ‘WCC 제10차 부산총회 협력위원회’를 통해서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총무의 서신 전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장님들께 드리는 서신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이 한국교회를 위해 온 몸과 마음으로 기도하시는 교단장님들과 섬기시는 총회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면서 변화하는 세계를 향해 복음을 증언하기 위해 세계교회가 뜻과 지혜를 모으는 WCC 총회를 한국교회가 유치한 것은 역사적으로 길이 기념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세기,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의 참혹함을 목도한 세계교회는 죽음과 절망의 현장에서 다시 일어서시는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교회의 사명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저는 세계 교회가 펼쳐 온 에큐메니칼 선교의 숭고한 동기와 거룩한 과정을 존중하며, 이번 부산총회를 통해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전통이 지평융합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6일, 교회협 회원 교단장님들께서는 총무인 저에게 한국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직에 복귀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저는 한국교회의 성숙을 염원하시는 교단장님들의 권고를 받아들고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숙고하면서 기도하였습니다. 권고에 담아주신 교단장님들의 뜻에 감사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저를 고뇌하게 한 것은 ‘현재의 한국준비위원회 구조 속에서 진정 에큐메니칼 신앙 고백을 실현할 수 있는가?’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지금의 준비위원회에서 ‘생명·평화·정의’라는 이 시대의 갈급한 과제를 민주적인 대화와 합의를 통해 관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자문이 끝까지 제 마음을 무겁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한국준비위원회 구조가 에큐메니칼 신앙에 근거하여 철저하게 변혁되지 않고는, 지금까지도 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합의문’ 사태가 다시금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저를 아프게 내리 누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저의 염려는 지난 4월 23일에 열린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 결과를 통해서 확인되었습니다. 4월 6일의 교단장, 총무(총장) 연석회의에서는 WCC 회원 교단 총무(총장)들이 한국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하여 집행위원회를 강화할 것과 ‘WCC 제10차 부산총회 지원위원회’를 교회협 안에 설치함으로써 보다 에큐메니칼 정신에 철저한 WCC 총회를 준비하도록 결의해주셨습니다. 그러나, 한국준비위원회는 이러한 교단장, 총무(총장) 연석회의의 뜻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임위원회를 대폭 확대하였고, 더 나아가 총회 장소를 서울로 변경하려는 독단적인 결정을 추진할 위원회까지 구성했습니다. 한국준비위원회의 논의 과정과 결정에서 에큐메니즘은 실종되었고, 이것은 오히려 한국에 서 에큐메니칼 선교를 상징하는 교회협을 배제한 채 세계 에큐메니칼 축제인 WCC 총회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25일 교회협 제61회기 2차 실행위원회는 이러한 한국준비위원회의 행보에 대한 놀라움과 분노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미리 제안된 안건인 ‘WCC 제10차 부산총회 지원위원회 구성의 건’은 논란 끝에 WCC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활동과 한국준비위원회의 파행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협력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에큐메니칼 신앙고백을 소중히 여기시는 교단장님!저는 지금 매우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에큐메니칼 신앙을 관철해야 한다는 원칙을 여전히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부덕과 무능은 지금과 같은 한국준비위원회를 구조적으로 개혁하지 않고는 에큐메니칼 전통과 신앙 원칙을 실현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참으로 조심스럽고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결단하였습니다.

1. 저는 하나님이 주신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본래의 에큐메니칼 전통을 계승하고, 특히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생명·평화·정의’의 신앙고백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총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 그것은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구성해 주신 ‘WCC 제10차 부산총회 협력위원회’를 통해서 실행될 것입니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번 총회와 준비 과정이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하고 세계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13년 5월 1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 무 김 영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