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기획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 기획위원회(위원장 박성원 박사)가 10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세번째 ‘기획마당’을 가졌다.

기획마당은 오는 10월 WCC 제10차 부산 총회에서 다룰 각종 문서와 에큐메니칼 신학 주제 등을 미리 분석, 총회를 보다 잘 준비하자는 목적에서 열리는 모임이다. 지난 두 번의 기획마당에선 WCC 제10차 총회 주제와 공식문서를 고찰했다. 이날 기획마당의 주제는 ‘신학교육, 봉사, 다종교에서의 복음증언’이었다.

▲박성원(우)·이형기(좌)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특히 이날 자료집에는 ‘WCC, 바로알자’는 제목의 문서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박성원 박사(WCC 중앙위원)와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두 박사는 이 문서에서 “WCC 총회를 앞두고 말이 많다. WCC 총회는 세계 기독교의 신앙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신학적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일부 교회와 심지어 기성교회를 음해하려는 소수이단세력들이 온갖 허구와 거짓 증거로 WCC에 대한 음해를 하고 있다”며 “단순한 이웃이 아닌 같은 하나님의 교회에 대해 거짓 증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WCC 논쟁과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WCC를 비방하는 이들이) WCC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라며 “WCC의 목적은 요한복음 17장 21절에 나타난 예수님의 기도를 성취하기 위함이다. 예수님의 최후 기도의 핵심 목표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하나이듯 세상의 모든 인류와 피조물들이 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WCC는 하나님께서 태초에 창조하시고 장차 완성하실 그 한 세계(One World)를 지향하는 신앙운동”이라며 “인간의 타락 후 하나님이 기뻐하신 조화로운 세계가 깨어졌는데, 이 깨어진 한 세계, 한 가족을 회복하는 것이 곧 에큐메니칼 운동이 지향하는 것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이처럼 하나님의 창조계획, 원대한 구원계획에 응답하는 교회의 신앙적 응답”이라고 했다.

“따라서 에큐메니칼 운동은 곧 복음적 운동이다. 에큐메니칼 비전을 반대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비전을 반대한다는 말과 같다”고 한 이 두 박사는 “에반젤리칼과 에큐메니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WCC가 지적받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박성원·이형기 박사가 반박한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이슬람도 가입?=그들은 먼저 WCC에 이슬람, 불교, 심지어 시민단체까지 가입돼 있다는 데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WCC는 교회들의 연합체이고 교회가 아니면 WCC에 가입할 수 없다. 심지어 NCC도 가입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NCC가 WCC의 산하 단체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협력단체일 뿐”이라고 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와 하나님으로 고백하지 않는 교회는 참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수만이 아니라 마호메트, 석가모니, 심지어 모택동까지 신봉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WCC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공동증언, 공동봉사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덧붙였다.

단일교회가 목표?=WCC가 모든 교파를 통합해 단일교회를 만들려 한다는 데 대해선 “WCC는 최초부터 단일교회를 추구하지도 않았고 지금 단일교회가 되지도 않았다”며 “WCC가 추구하는 일치는 획일적 일치나 기구적 일치가 아니고 다양성 속의 일치이다. 즉 개교회의 보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서로 연결되는 것을 지향한다”고 해명했다.

개종전도를 금지한다?=특히 최근 논란이 된, 소위 ‘개종전도 금지주의’에 대해 이들은 “WCC는 결코 개종전도 금지를 선포한 적이 없다”면서 “이것은 WCC의 생성 동기나 역사, 현재의 선교 노력,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두 박사에 따르면 WCC 제1차 총회는 ‘복음이 세상 만방에 전해지도록 하시기를 기도한다.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사랑 안에 살겨 그가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게 되기를 기도한다’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고, 1982년이 발표된 WCC 공식문서 역시 ‘(복음의) 씨를 뿌리는 이 임무는 하나님 나라의 세포인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교회, 그리고 그의 이름으로 백성들을 섬기는 교회가 모든 인간 공동체 안에 존재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두 박사는 “이런데 어떻게 WCC가 개종전도 금지주의를 선포했다고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용공?=또 하나의 이슈인 ‘WCC의 용공성’과 관련해선 “사실관계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WCC를 용공단체로 낙인 찍은 일은 미국의 극우반공주의자 칼 메킨타이어와 그가 이끄는 국제기독교교회협의회, 그리고 이들의 사주를 받은 남아공 인종차별 백인 정권”이라고 말했다. 당시 WCC는 인종철폐운동과 아프리카의 독립운동을 지지해 왔는데, 식민지 지배를 하던 서구 보수세력들이 WCC를 공산주의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WCC는 동서가 이념으로 갈라져 있을 때 꾸준히 공산권에 있는 교회들을 WCC에 참여시키며 세계교회와 교제하게 했다. 그 결과 1990년대 공산권이 해체되었을 때 교회가 그나마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고, 러시아나 동구권 교회 안에 세례희망자가 급증하기도 했다”며 “우리 한국교회는 WCC를 용공이라 비난할 것이 아니라 WCC에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교회가 북한선교에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던 1980년대에 북한에 신앙의 자유와 예배의 자유, 그리고 교회가 존재하는 데 여러 모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바로 WCC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원주의?=다음으로 ‘다원주의’에 대해선 “이것도 WCC가 왜 종교간 대화를 해왔는지, 어떤 입장으로 해왔는지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WCC는 세계평화와 인류공동의 과제를 두고 종교간 대화를 한다. 그러나 WCC가 종교간 대화를 할 때 기독교 신앙을 벗어나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WCC의 궁극적 목표가 서로 다른 교파들 사이에 교리적 일치를 이루는 것인데 성찬에 관한 교리가 달라서 아직 회원교회가 성찬도 같이 나누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데 어떻게 기독교 교리를 타종교의 그것과 섞는 것을 시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초혼제?=박성원·이형기 박사는 지난 WCC 캔버라 총회 당시 정현경 교수의 무속적 행위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당시 WCC 총회에서도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정교회는 아주 강한 우려를 표했다”며 “정현경의 주제발표는 문화 속에서 성경을 숙고해 보려는 한 개인의 입장이지 WCC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 개인적 영성순례행보는 전통적인 기독교인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보는 WCC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동성애 지지?=아울러 이들은 “WCC는 동성애 문제에 대한 어떤 입장도 취한 적이 없다”면서 “WCC가 다룬 성 문제는 인간의 성 전반에 관련된 것이고, 동성애 문제는 주로 이것이 사회적 문제화되고 있는 북미나 유럽에 의해 제기되는 현실이며, 여기에 남반구 교회는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여서 WCC 안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박성원·이형기 박사는 이 문서 작성의 원칙에 대해 △WCC의 공식자료를 직접 인용한다 △문서 전체적 맥락에 따른다 △WCC 공식입장을 표명한 공식 문서와 연구문서, 개인적 관점 등을 구분한다 △합리적이며 상식적이며 설명적인 차원에서 설명한다 △보편타당하고 일관성 있는 설명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