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섭 집사(경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주빌리교회는 로마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6마일 정도 떨어진 외곽도시 또르뜨레 떼스떼(Tor tre teste)의 공동주거지역 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공식적인 이름은 ‘Church Dio Padre Misericordioso’로 로마 근교에 지어진 50번째의 새 교회이자 커뮤니티센터이다. 주빌리교회와 커뮤니티센터는 부근의 8,000명 이상의 주민과 또르뜨레 떼스떼 지역 사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문화적 중심을 제공한다.

이 교회는 성스러운 장소를 나타내기 위한 주변과의 고립이라는 개념과는 반대로 표현되었다. 신성한 동시에 세속적이기도 한 울타리로서, 대중들이 이 세상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예배 의식과 유희 그리고 찬양의 과정을 통해 대중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구상을 실현시키고 있다.

교회와 옥외공간의 균형 잡힌 비례체계는 일련의 광장과 세 개의 원을 통해 명백하게 입증된다. 동일한 반경의 세 개의 원은 세 개의 둥근 휘어진 벽을 이루는 기초이며 이들은 교회 본당의 몸체를 구성한다. 이들에서 조심스럽게 암시되는 것은 바로 성삼위 일체이다.

성부, 성자, 성령을 암시하는 세 겹의 둥근 벽의 모양은 천국의 돔인 완전함을 표현하려 한 것이고, 중세교회 평면의 양식을 계승한 사각의 평면은 땅과 인간을 상징한다. 교회의 디자인 콘셉트가 돛을 달고 인간 세상을 항해하는 돛단배인 것도 다 이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고딕성당이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있듯이 세 개의 날개와 같은 벽체도 땅으로부터 솟아나 땅을 포용하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벽체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조립식으로 제작을 해서 나무처럼 대지 위에 심어놓은 것이다. 교회의 외부공간은 내부공간과 유기적 관계를 갖는 다양한 공식, 비공식적인 지역 행사를 수용하기 위해 설계된 코트로 구성되어 있어 공식적, 비공식적인 축제 의식을 위한 장소로서 인간의 동작과 기도를 통해 상징적인 추억이 만들어진다.

진입 광장을 지나 나무로 된 한 쌍의 문을 지나 중앙 홀로 들어간다. 이 입구의 문은 교회의 축선상의 석벽에 설치된 의식용 문을 향한다. 이 문들은 결혼식, 축제행진, 장례식, 성찬식 등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복도형 전실, 중 2층으로 처리된 오르간 밑의 입구를 통해 본당으로 들어간다. 3층 높이의 본당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채플과 고백실이 있고 제단 뒤에는 성구실이 있으며, 본당 우측에는 1층에 사무공간, 3층에 숙소와 숙소의 제반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교회의 성스러움은 동서 축선상의 천정의 빛에 좌우된다. 오목한 벽과 벽 사이에서 반짝이는 햇빛은 빛과 그림자의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빛은 오목한 벽의 안쪽 표면을 따라 점차 바뀌면서 예배당과 세례당을 활기 있고 성스러운 분위기로 만든다.

본당은 온화한 빛으로 가득하여 천국에 들어온 듯하다. 천장의 경사 창으로부터 굴절되고 반사된 빛은 둥근 벽을 타고 흘러 들어와 온화한 빛으로 내부를 꽉 채우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원형의 벽체로 인해 보호를 받는 느낌과 자신을 감싸는 거대한 힘의 존재감으로 인해 그 곳이 세계의 중심인 듯하다. 제단의 십자가가 달린 벽면은 작은 창으로부터 빛이 흘러 들어와 깊이감이 있으며 고난을 겪고 신의 보좌에 앉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듯하다.

외부의 모던함은 곧 내부 공간으로 옮겨져서 단순하면서 통일성 있는 재료의 사용과 간결한 공간 배치로 상징성과 교회 공간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제단 정면에 투명창을 설치하여 다시 한 번 자연의 빛을 온 공간에 쏟아 놓고 있으며, 신자로 하여금 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03_야경 04_온화한 빛으로 충만한 예배공간
교회의 천장 전체를 유리로 처리하여 낮 동안 자연광으로 가득 찬 예배당 내부는 저녁이 되면 벽 아래로부터 위로 인공조명을 이용하여 공간을 더더욱 신성화된 분위기로 만들며, 내부로부터 빛이 발산되어 외부에서 성스러운 장소로 인식하게 된다.

교회 벽면 곳곳에 빛을 유입하는 방식이 다른데 가장 바깥쪽에 있는 벽체는 땅과 만나는 부분에 작은 틈을 둠으로써 가장 마지막에 있는 소외될 수 있는 벽에 생명력을 부여해주고 있다.

교회의 음향 설계는 설교, 강독, 안내를 위한 소리가 명료하게 잘 들리는 동시에 집단 찬양, 성가대의 합창, 오르간과 악기의 소리를 위한 잔향을 확보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이것은 크고 울림이 많은 예배 공간에 적절한 음향 강화 시스템을 통해 달성되었다. 큰 체적과 단단한 콘크리트, 돌, 유리표면은 성가대의 합창과 특히 오르간 연주를 생생하고 풍부한 소리로 만드는데 기여한다. 본당 화중석의 북쪽 벽을 음향 판넬과 석재로 마감함으로써 불규칙한 파장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교회의 내부공간은 자연환기 되도록 배려되어 있다. 북쪽 벽의 윗부분에 있는 천창으로부터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고 차음된 환기구를 통해 낮은 속도로 전해진다. 열축적 효과는 상승 기류를 촉진하면서 자연히 아래의 빈 공간으로 신선한 공기가 하강하게 되고 위쪽에서는 오염된 공기가 배출된다. 위로 솟아있는 남쪽의 오목한 벽은 지붕과 벽의 유리 부분을 그늘지게 함으로써 직사광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한다.

주빌리교회는 현대의 형식주의를 역사적 보전에 대한 존중과 결합시켜서 전형적인 예배당을 일변시켰다. 건축가인 리차드 마이어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교회가 주빌리교회로 인해 재생되는 것이다. 이제 이 교회는 도시의 역사적인 전통 건축의 위상을 높여주고 유지시켜주는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라고 이 교회의 건축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새문안>지는 새 성전 건축의 순조로운 기획과 진행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계의 교회>를 연재한다. 세계의 교회 건축 소개에 앞서 그동안 4회에 걸쳐 새문안교회 예배당의 건축역사를 돌아보았고, 이제부터 세계 곳곳에 있는 교회 건축을 돌아본다. 필자는 새문안교회 내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출처: 새문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