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한 민족의 축제인 동시에 세계인의 축제가 될 것이다. 그 동안 각종 국제경기와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는 응원단을 "붉은 악마"(Red Devil) 라고 호칭해 왔다. 그런데 그 응원단을 "붉은 악마"라고 호칭하는 것이 국민정서와 세계인의 정서에 맞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붉은 악마"라는 명칭이 반드시 문자적으로 악하고 간교한 악마와 동일시 하는 것이기 보다는 지혜와 꾀와 술수와 힘을 상징하는 애교적 명칭이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붉은 악마" 응원단이 일개 프로 축구팀을 응원하는 사설 응원단이 아닌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적 응원단으로 자리 매김을 해 가므로 그 명칭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둘째 우리의 당면 과제가 경제성장과 국위선양이기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과제는 그것을 이루어가는 바탕과 방편으로서의 삶의 질의 향상과 건강한 국민문화의 형성이라고 하겠다. 경제지상주의나 국가적 패권주의는 언제나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다. 돈이나 군사의 힘을 내 세우든지 악마의 힘을 빌리든지 이기기만 하면 되고 지배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는 자국의 불행뿐 아니라 세계적 불행을 초래한다.

셋째 우리는 "붉은 악마"란 명칭이 세계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즉 한국은 이기기 위해서는 간교하고 거짓되고 악한 악마의 노릇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줄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하겠다. 일본을 상징하는 원숭이도 그렇다. 우리는 한국을 상징하는 보다 나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우리는 삶의 질의 향상과 건강한 국민문화의 형성을 위하여 그리고 보다 나은 국가적 상징을 만들기 위해서 종교인들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마음과 뜻과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층에 침투하고 있는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사탄적 문화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지금 기독교는 물론 천주교와 불교와 천도교 등 각종 종교의 지도자들은 사탄적 문화의 확산을 우려하며 "붉은 악마"란 명칭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다섯째 우리는 보다 선하고 보다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88올림픽 "호돌이"를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되었던 '호돌이'가 한국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호감과 사랑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지금 한국국가대표 축구팀이 사용하고 있는 마크이며 한국민족의 역사적 전통과 강인한 모습을 나타내는 호랑이를 응원단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즉 "붉은 호랑이"(Red Tiger)가 더 나은 명칭이 아니냐는 것이다. 통일을 앞둔 현 시점에서 북한의 정서를 고려할 때도 외래적 상징인 "악마" 보다는 전래적 상징인 "호랑이"가 낫지 않느냐는 말이다.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