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병상에 누워 미소를 짓는 바비 아리에타. ⓒ열방빛선교회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의 탈북자 출신 청년 선교사들, 그리고 한국의 교회와 의료진이 힘을 모아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던 필리핀 소년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열방빛선교회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수료한 탈북 청년들은 지난 2013년 9월경 필리핀 선교에 나섰다. 이들은 영어공부와 선교를 병행하며 ‘영어로 설교할 수 있는 북한 선교 일꾼’으로 훈련받고 있다.

그런데 이 청년들이 선교활동 과정에서 바비 아리에타(14)라는 아이를 알게 됐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14세임에도 불구하고 키가 115cm에 몸무게 18kg으로, 7세 수준의 발육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까지는 배에 구멍을 내서 억지로 배변활동을 해왔는데, 이로 인해 내장 전체가 엉망이 되고 소변으로 대변이 나오는 등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열방빛선교회에서는 현지의 김해석 선교사 등과 함께 이 아이를 치료해 줄 길을 수소문했고, 이에 대구의 정두선외과의원 원장이 발벗고 나섰다. 정두선 원장은 환부 사진을 본 뒤 “병원비는 걱정하지 말고 데려 오라”고 말했고, 경북대학병원 박진영 교수팀과 연결해 아리에타에게 수술을 받게 해 줬다.

▲수술 후 바비 아리에타(왼쪽). 그 옆에는 이번 수술을 위해 가교 역할을 했던 필리핀 김해석 선교사. ⓒ열방빛선교회 제공

최근 방한한 아리에타는 성공적으로 1차 수술을 마치고 2차 수술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경북대학병원 의료진이 무료로 수술을 진행했고, 추가적으로 발생한 금액은 정두선 원장이 부담했다. 이 외에도 티켓비는 전종찬 집사, 체류비는 자인제일교회가 각각 부담하며 사랑을 나눴다.

바비 아리에타는 “그동안 매일매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한국의 교회와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며 “빨리 건강을 회복해, 저 또한 어렵게 살아가는 다른 이들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한국을 찾은 아버지 비셴테 아리에타 씨는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너무나 한스러웠는데, 이렇게 따뜻한 사랑과 섬김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아리에타 씨는 원래 종교가 없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열방빛선교회는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자들을 전도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우고 있다. ‘G.M.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는 최광 선교사가 C국 내에서 탈북민들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해 검증을 마친 프로그램으로,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힌 탈북민들을 복음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감당해 왔다.

특히 2013년 필리핀으로 파송된 1기생들은, 필리핀에서도 하루 8시간 영어성경을 통독하고 3~4시간 기도하는 강행군을 통해 4개월 만에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됐을 뿐 아니라, 전 재산을 털어 교회를 두 군데에 세우기도 했다. 교회에는 매주 각각 10여 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이들의 신실함과 열정은 이미 현지 교계에도 소문이 나 있다. 열방빛선교회 탈북 청년들은 오는 10월 약 20일간 필리핀에 방문하는데, 이 기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마닐라 한인선교사협의회, 나사렛신학교, 몬탄발 현지인, 미국인 선교사 자녀 학교, 현지인 신학교, 바기오 한인교회 등을 대상으로 집회를 인도한다.

열방빛선교회의 탈북 청년들은 예전에 필리핀 한인 선교사들 앞에서 3일간 뜨겁게 기도하고 말씀을 증거한 일이 있었는데, 이에 현지 한인선교사협의회는 마닐라 최초의 ‘연합 콘퍼런스’를 계획하게 됐다. 현지 선교사협의회 회원이 1,500여명에 달하지만 의견이 잘 모이지 않아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연합 콘퍼런스’를 할 수 없었는데, 이들을 통해 개최할 계획을 세운 것.

최광 선교사는 “‘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 세계 모든 선교사들은 모두 간절한 비전이 있는데, 바로 ‘현지인 제자 양육’이라고 했다”며 “20년 이상 선교하면서도 제자 한 명 길러내지 못한 이들이 있는데, 1년간 훈련받고도 이토록 풍성하고 담대하게 말씀을 풀어내는 모습들이 선교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이라더라”고 했다.

열방빛선교회는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5천명 이상의 탈북민 북한 사역자들을 양성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언젠가 북한의 문이 열리면, 북한 복음화는 성경통독 100독 학교 출신들이 이끌고 나갈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