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선교사 유적지.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교회언론회(대표회장 유만석 목사)가 ‘불교의 선교사 유적지에 대한 등록문화재 반대는 종교 이기주의의 발로이자 역사에 대한 부정’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23일 발표했다.

‘지리산 기독교 선교사 유적지 보존연합(이사장 안금남 목사, 이하 보존연합)’은 지난해 3월 지리산 왕시루봉 일대에 조성된 선교사 유적지를 근대문화재로 신청했다. 이곳은 1960년대 초 선교사들이 만든 수양관과 교회 등이 있는데, 전문가들에 의해 지난 2009년 건축학적·역사적·문화적·선교사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았다.

교회언론회는 “이를 계기로 보존연합은 문화재청에 이곳을 근대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신청한 것인데, 불교계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며 “이는 ‘종교 이기주의’이며, 타종교에 대한 간섭과 배타적 행위로써 ‘종교적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황으로는 “보존연합이 지난해 3월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재를 신청한 후, 6월 1차 현장조사 당시 불교계 인사들이 먼저 나서 정당한 조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전후해 지리산 지역 사찰들이 현재 남아 있는 선교사 유적들을 철거하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며 “이는 종교 간 존중과 상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교회언론회는 “지난 10일 이에 대한 심사가 다시 이뤄졌지만,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회의에서 모 승려가 적극 반대해 문화재 등록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유는 국립공원 내에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들은 “보존연합이 근대문화재 등록을 원하는 것은 근·현대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현장을 보존하자는 것이지, 이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거나 생태계를 파괴할 만큼 단지를 조성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정말로 국립공원 안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지리산의 조그마한 선교사 유적지가 아니라, 전국의 국·도립공원 안에 대규모의 사찰을 거느린 불교계가 아닌가”라고 했다.

문화재청을 향해서는 “근대문화에 대한 전문성 없는 인사를 심사위원에 포함시켜 논란을 가중시켰고, 더구나 기독교 문화재 심사에 타종교인을 참여시킨 것은 심사의 공정성을 상실하는 것으로, 배척(排斥)사유에 해당한다”며 “이제라도 문화재청은 국민들이 부여한 권한인, 우리 역사에서 놓치지 말고 보존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의 훼손을 막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미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각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그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며 “불교계가 빈약한 이유를 내세워 끝까지 이를 반대하거나 떼법으로 방해하려 한다면, 이는 ‘종교 이기주의’의 극단으로 비쳐, 전 국민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