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조직신학자 정성욱 교수(덴버신학대학원)는 최근 본지에 ‘한국교회 위기의 탈출구: 다른 복음을 몰아내라’는 칼럼을 다섯 차례 연재했다. 정 교수는 기복주의·율법주의·방종주의·신비주의·영지주의를 한국교회 5대 ‘다른 복음’으로 지적하고, ‘복음의 본질 회복’을 역설했다. 안식년 차 귀국한 정 교수에게 ‘다른 복음’에 대한 해결책과 함께, 한국교회의 현안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실천적인 면들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른 복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해결책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 복음은 하나님의 능력입니다(롬 1:16). 헬라어로는 ‘두나미스’라고 하는데, 다이너마이트의 어원이기도 하지요. 복음은 죄와 사망, 마귀와 지옥의 권세를 깨트릴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을 저와 성도들이 함께 회복해야 제가 변하고 교회가 변하며 이를 통해 사회가 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교회 내에 복음이 없었다고 말할 순 없지요. 하지만 ‘온전한 복음’이 선포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다른 복음’들이 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순도 100%’의 완전한 복음이 선포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목회 현장에서 ‘연약한 자나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가져야 합니다. 특별히 장애인들을 섬겨야 합니다. 통계적으로 등록된 장애인만 1백만명이고, 등록하지 않은 이들도 1백만명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직계가족만 해도 1천만명은 될 것입니다. 장애인들을 사랑으로, 복음으로 품고 그들을 위해 교회가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곧 온 국민들을 향한 교회의 섬김과 낮아짐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코이노니아’의 회복입니다. 이것도 교회의 본질 중 하나이지만,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코이노니아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력과 자원이 많은 교회들이 그렇지 못한 교회들에게 인력과 자원을 보내는 코이노니아, ‘나눔의 목회’를 해야 합니다.

네 번째로 ‘목회자들의 자질 향상’입니다. 공인되고 이름이 알려진 신학교를 나온 이들보다, 공신력도 없고 인가도 없는 신학교를 나온 목회자들이 더 많아진 게 현실입니다. 공인된 신학교 출신도 자질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영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주님과 동행하고 주님을 만나며 그 뜻을 실천해 가는 성도들이 되어야 합니다. 주일에만 모여 예배드리고, 흩어져서는 세속적으로 살아선 안 됩니다. 24시간 365일 일상의 현장과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닮고 따르는 삶을 펼쳐가야 하겠습니다.

다섯 가지 ‘다른 복음’에 대해 연재했는데, 이를 확대하고 여기에 한국교회의 현안들까지 담아 책을 내볼까 합니다. 우리가 과연 세상에 복음을 심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 땅에서 130여년간 피와 땀으로 지켜 온 복음인데, 언제부터인가 잘못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다른 복음’이 언젠가부터 한국교회 안방을 차지해 정체성을 흐리고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 있으면서도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질병에 걸려 있는지 진단이 안 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반응이 논란입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은 고전적 이미지와 좌파 이데올로기 수용 등으로 ‘마케팅’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문제도 한국교회에서 ‘온전한 복음’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이 ‘교회’와 ‘성당’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평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개신교가 믿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이고, 가톨릭과 어떻게 다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개신교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가톨릭을 포함한 다른 종교들과 다양한 이단들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는데, 저는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공부가 일어나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교리를 모르기에, 너무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리 교육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전통적인 ‘요리문답’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을 비롯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등이 있습니다. 20세기 문서로는 ‘로잔 언약’이 있는데, 이것도 선교적 관점에서 교리를 해설한 문서입니다. 교리 교육이 재미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느냐에 따라 충분히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목회자나 신학자들이 교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잘 풀어내고,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게 이런 뜻이다’고만 하는 게 아니라, 해설과 적용의 실례들을 자꾸 제시해야 합니다.”

-미국에 계시니 여쭙겠습니다. 한국에서 보기에 미국교회는 이미 친동성애 성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큐메니칼 주류 교단들에서는 이미 대부분 동성애자 성직 안수까지 허용한 상태입니다. 에큐메니칼이 가진 자유주의 신학의 결론이 동성애자 옹호로 드러난 점은 안타깝습니다. 이로 인해 에큐메니칼 교단에 침체와 수적 감소가 이뤄졌습니다. PCUSA 같은 경우 150만여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합동이나 통합보다 적어진 것입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갱신적인 흐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강한 영향력을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에 반해, 에반젤리칼(복음주의) 교단들은 여전히 건재한 편이지만, 점진적인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교회의 당면과제는 ‘젊은이들의 감소’입니다. 10-20대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 복음주의권의 고민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 보자는 흐름들이 있지만, 조직신학자로서 볼 때 미국 복음주의권이 회복해야 할 것은 정통 교리와 성경적 진리에 대한 교육과 이해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느끼는 점은, 미국교회가 가진 약점들을 우리가 더 강도 높게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교회가 그 약점들도 배태된 가운데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한국적 풍토에서 확대재생산된 면이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문화에서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유교적 권위주의나 여성 차별, 장애인들을 포함한 소외된 자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일들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인간의 생명과 인격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이 교회 내에서조차 복음으로도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복음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감소 문제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10-20대가 복음에 반응할까요.

“교회의 정체성과 역할과 존재가 가진 깊이(depth)를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더 이상 표면적 차원에 머물지 말고, 교회는 깊이를 보여줘야 합니다. 깊은 복음, 깊은 교회, 깊은 인격, 깊은 공동체, 깊은 사랑 등 ‘깊이의 차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깊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 그들은 교회로 돌아오기 힘들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십시오. 현대 문화가 가진 빠르고 바쁘고 산만하고 복잡한 것을 상징하지 않습니까? 교회는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느리고 천천히 가면서 여유 있고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 앞에 말씀을 갖고 서야 합니다. 깊은 말씀묵상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말씀묵상, 깊은 기도의 세계 등 결국은 영성입니다. 일상에서 영성이 회복되고, 깊음의 차원을 담아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라도 너무 바쁘지 않게,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예전(liturgy)의 회복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성찬식이 중요합니다.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예식으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가능하면 매 주일마다 성찬식을 함으로써 교회가 가진 ‘독특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예전이란,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매주 성찬식을 하면서 그 신학적 의미를 풍성하게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음악조차 기계음이 아닌, 깊은 차원에서 주님을 만나게 할 수 있는 탁월하고 정교한 음악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돕는 예배 음악들이 사용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의 갱신과 회복에 대해 정리해 주신다면.

“기독교 안에 혁신과 갱신의 자원이 없는 게 아닙니다. 2000년 역사 가운데 하나님께서 교회 안에 허락하셨던 좋은 전통과 자산·자원들이 많습니다. 이를 어떻게 현대적 맥락에서 창조적으로 잘 회복하고 원용하며 누려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성경 묵상과 성례전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가톨릭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늘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말하지 않습니까? 초대교회는 예배를 드릴 때 매주 떡을 떼었습니다.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었지요. 묵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큐티를 많이 하지만, 깊은 묵상으로 들어가게 하진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깊은 묵상의 훈련을 입체적이고 다각도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회자들도 교육이 끝났다고 만족해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배우려 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혁신’이 많이 회자되는데, 목회자들도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의 연구와 묵상과 성찰을 통해 교회가 혁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믿음의 선배들이 후배 목회자들을 멘토링하는 시스템부터 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