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치유·은사 집회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요청되고 있다(상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신사도개혁운동, 은사중지론, 관상기도, 왕의기도…. 지금 한국교회엔 ‘성령’이 이슈다. 각종 집회와 치유 사역들이 어느 때보다 넘쳐난다. 이름과 모양은 조금씩 다르나 알고 보면 성령으로 통하는 것들이다. 말과 이론, 힘과 권력이 난무하는 교회에 ‘영성’을 불어넣자는 절규이자 소망의 발현이다. 물론 ‘신비주의’에 기댄 잘못된 열심도 있다.

그만큼 설(說)이 무성하다.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령을 해석함에 있어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느 신학자의 말처럼 “민감한 주제”다. 계시, 은사, 방언, 예언…. 단어부터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종종 ‘이단’ 시비가 붙는 이유다.

실제 예장 합동측 신학부(부장 권순직 목사)는 최근 관상기도와 왕의기도에 대해 참여금지 조치를 내렸다. 관상기도에 대해선 “종교다원주의로 흘렀거나 그렇게 흐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고 왕의기도는 “손기철 장로가 주장하는 치유능력은 신사도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관상, 왕의기도=관상기도는 세상적 가치에 바탕을 둔 기복적 기도와 부흥회식 습관에 따라 울부짖는 기도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며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조용히 내면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와의 신비적 합일을 강조하는데, 동양적 ‘명상’이나 천주교식 ‘수도’ 혹은 ‘뉴에이지’와 결부되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관상기도 세미나를 열어왔던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가 더 이상 이 사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왕의기도는 손기철 장로(온누리교회·헤븐리터치미니스트리 대표)가 지난 2008년 집필한 책의 제목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그의 사역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손 장로 사역의 핵심은 ‘치유’에 있다. 내적치유, 질병치유 등 말씀과 성령을 통한 영혼육의 치유와 성숙을 강조한다. 그가 인도하는 월요집회엔 매주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일 정도다. 그러나 그 과정이 다소 신비주의적이고, 성경의 객관적 계시가 아닌 주관적 계시를 내세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사도개혁운동=이와 연관된 일명 ‘신사도개혁운동’ 역시 이단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 전 스캇 브래너 목사(레위지파 미니스트리 설립자 및 디렉터)는 이 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레위지파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가 신사도개혁운동과 관련있다는 주위 비판에 대한 해명이었다.

신사도개혁운동은 예수님 시대 사도들의 사역을 계승하자는, 이름 그대로 ‘신사도’ 운동이다. 교회성장학자인 피터 와그너 박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운동인데, 사도와 사도적 사역을 강조하며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신사도적 교회들이 나타나야 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선 성령의 초자연적인 권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사도적 은사 및 계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스캇 브래너 목사는 “마지막 때 사도의 직분이 회복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성경적인 근거가 없다”며 “정경의 작성은 종결됐다. 현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과 대등한 권위를 가진 새로운 계시를 받지 않는다”고 이 운동을 비판했다.

◈은사중지론=개신대학원대학교 나용화 총장도 소위 ‘은사중지론’에 반기를 들며 논란에 뛰어들었다. 그는 개신대 홈페이지를 통해 “계시(은사)종결론은 사실상 그리스도의 교회를 죽이는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계시와 은사가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성령의 계시적 예언과 방언, 신유, 축사 등 은사가 사도시대 이후로는 모두 중지되었다”는 은사중지론을 비판한 것으로 나 총장은 “계시종결론과 은사중지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계시의 수단들인 꿈과 환상, 음성 등이 지금도 성도들을 통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처럼 오늘날 은사중지론은 목회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체험과 은사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 다소 수정된 형태의 은사중지론이 나타나는데,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은사중지론자들도 교회에서 엄연히 일어나는 성령의 은사와 체험들을 끝까지 무시할 수 없었다. 따라서 보다 완화된 은사중지론을 펴고 있다”며 “은사가 지금도 계속되지만 사도적 계시와 은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그들 주장의 골자”라고 말했다.

◈성령운동, 성경적 검증해야=고려신학대학교에서 교의학을 가르치는 박영돈 교수는 그의 책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IVP)에서 “온갖 은사 집회에서 나타나는 기이하고 무질서한 현상들이 성령에 대한 오해와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디까지가 성령의 역사이고 어디서부터가 미혹하는 영의 장난인지 분별하기가 어렵다”며 “성경 말씀을 통해 참된 성령의 얼굴을 재발견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긴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령의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역사에 대해 성경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 나 역시 극단적인 입장을 따르는 이들과 달리 방언과 치유의 은사가 중지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영적인 세계에서 진리의 잣대를 가지고 다양한 영적인 현상을 진단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중대한 사명이다.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를 제한한다는 생각으로 성경적인 검증을 회피하는 것은 오히려 성령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밝혔다.

배본철 교수는 성령 혹은 영성과 관계된 운동들에 대해 “성령의 역사를 성경을 초월해 어떤 주관과 육감주의, 신비적 현상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것이 결국 성령운동에 대한 신학적 우려를 낳는다. 성경이 말하지 않은 것들의 계시나 성경의 범주를 벗어난 행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이 과연 성령의 역사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이 언급한 것들은 지금도 막힘없이 드러나야 하고 적극적으로 권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