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영토, 종교, 이념, 민족, 경제 등의 요인으로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분쟁과 갈등을 선교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와 한국선교신학회는 최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학회 소속 선교학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공동학회를 개최했다. ‘선교와 갈등’을 주제로 한 이번 학회에서는 국제사회의 분쟁과 한국교회의 분쟁을 선교적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오늘의 기독교가 어떤 노력을 할지에 대한 실천적 논의가 이뤄졌다.

‘세계 분쟁, 종교, 그리고 선교’에 대해 발표한 신경규 교수(고신대)는 “탈냉전 이후에도 수많은 분쟁으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파괴되고 있다”며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평화’를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분쟁이라도 방지하고 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과 사회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모든 폭력과 전쟁은 생명의 희생을 수반한다”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통해 생명의 재탄생(거듭남 혹은 영생)을 가져오는 선교와 가장 대립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설적으로 분쟁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인간됨의 소중함,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며 “분쟁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됨을 회복시키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가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교가 인간을 살리는 하나님의 행위라면 그 뜻에 순종하여 생명을 파멸시키는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선교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 분쟁 방지나 중지를 위한 모든 법적, 제도적, 이념적 노력과 긴급구호, 전쟁고아 돌봄 등 분쟁 현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은 기독교의 선교적 사명이자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논평을 한 김홍관 교수(목원대)는 “국제 분쟁을 풀어내기 위해 국제사회는 UN이라는 국제기구를 만들어 접근하고 있듯 기독교에서도 개인이나 개교회 차원에서 벗어나 WCC와 같은 교회일치운동을 통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국제 분쟁과 전쟁의 문제는 인간화를 통한 진정한 화해가 선행되어야 할 선교적 과제”라며 “평화와 화해 같은 다소 피상적인 구호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선교적 고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와 한국선교신학회는 최근 ‘선교와 갈등’을 주제로 열린 공동학회에서 분쟁과 갈등을 선교적 관점에서 논의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한국교회 분쟁의 형태 변화에 관한 연구’란 발표를 통해 지난 120년 간 한국교회 분쟁사를 소개한 김주덕 교수(목원대)는 “한국교회 대부분의 분쟁은 집단 이기주의와 이익과 교권 장악을 위한 개인적 이기심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며 “성서 해석의 다양성, 신학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 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이 있지 않는 한 한국교회의 분열과 분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회 분열과 분쟁의 발생 요인으로 한국의 보수주의적 교회와 자유주의 신학자들 사이의 토착화신학, 민중신학, 타종교 및 타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 교회 성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보수주의적 교회의 ‘교회성장의 선교신학’과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하나님의 선교신학’의 대립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보주수의적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타종교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한국교회 초기의 선교사들이 갖고 있던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일선 선교 현장에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해 현장 중심의 한국적 신학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논평한 정흥호 교수(아신대)는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내분을 겪고 있고 여러 신학교가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연구였다”며 “앞으로 한국적 신학 등 심도 있게 한 주제를 가지고 학문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