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중동 이슬람 국가 등지에서의 해외 선교활동을 선별적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자 선교 전문가들은 “종교의 자유 등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한국 선교계도 현지 문화와 생활양식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교 방식을 자성하고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최근 기독교인들이 중동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추방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이달 4일 외교통상부, 법무부,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와 회의를 열고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추방된 국민의 출입국 및 여권사용을 제한하는 방침을 정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7, 8월 이란, 요르단, 예멘 등 중동 이슬람 국가에서 노방전도, 심방 등 선교활동을 하다 강제 추방 또는 자진 출국한 국민이 80여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여권법 등의 법령을 검토하며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추방된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출국 금지 혹은 여권 발급·재발급 제한, 추방된 국가의 왕래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부의 선교활동 제한 방침에 선교 전문가들은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에서 19년간 사역하다 2004년 이란 정부의 비자 연장 거부로 추방된 이만석 목사(한국이란인교회)는 “우리 정부가 선교활동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이번 방침이 재외국민 보호 차원의 조치라고 하지만 종교 핍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병국 선교사(WEC 국제선교동원 대표)도 “현 정부가 중동 국가들에 대한 국민의 출입 제한 조치가 없기를 바란다”며 “중동과 같은 예민한 지역에서 일부 단기봉사팀들이 신중하게 선교활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할 말이 없지만 여전히 더 많은 선교사들이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보이지 않게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훈태 교수(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는 “한국교회가 정부에 근심을 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지만 정부도 섣불리 제재 조치를 취하기 전에 기독교계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이번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과거 우리나라도 외국 선교사들이 학교, 병원, 고아원 등을 세워 국가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처럼 우리 선교사들도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을 찾아가 헌신하고 민간외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정부의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양국주 대표(열방을섬기는사람들)는 “정부가 선교를 제한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후진국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으며 강태윤 선교사(팔레스타인, GMS 소속)는 “정부가 선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대흥 목사(GMS 선교총무)는 “정부가 일반 관광객이나 체류 국민까지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 위험 지역에서 여권 사용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방침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교사가 물리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에서 현지 정서를 무시하고 공격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때까지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한 관계자는 “중동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단기봉사팀이나 장기 선교사들이 추방되는 이유가 다양한데 일방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다 추방된 모든 국민의 출입국을 규제하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 29일 오전 KWMA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교단 선교 및 선교단체 대표 40여 명과 긴급회의를 갖고 단기봉사팀 활동 매뉴얼과 교육 강화 등 한국 교계 차원의 자정 노력을 하되 정부의 선교활동 제한 조치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편 선교 전문가들은 이번 계기로 한국 선교계의 일부 잘못된 선교 방식이 중동 지역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자성하고 선교의 기본으로 돌아가 건강한 선교를 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만석 목사는 “선교가 제한된 지역에서 선교의 기본 원칙을 어기고 대규모로 공공연히 선교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중동 지역에서는 은밀히 장기적으로 사역하고 일대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한국교회를 시온주의로 오해하도록 한 ‘백투예루살렘 운동’은 이슬람 테러분자들을 부추길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말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기치로 내걸 만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병국 선교사는 “단기봉사팀은 추방되면 그만이지만 이들로 인해 한 나라의 선교의 문이 닫힐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창의적 접근지역에서 지혜롭게 선교할 수 있는 방안을 선교 전문가들이 수시로 토의하고 한국교회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윤 선교사도 “한국교회가 매년 방학 시즌만 되면 중동 지역에서 일부 단기봉사팀들이 추방되는 문제의 본질을 알고 이에 대해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며 “선교현장의 소리를 듣고 일방적인 선교가 아닌 쌍방적 선교를 할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선교는 건강한 교회운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국주 대표는 “한국교회가 건강성을 잃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선교 현장은커녕 선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건강한 선교운동이 일어날 때 교회의 건강성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대흥 목사는 “한국교회가 근본으로 돌아가야 교회도 선교도 건강해질 수 있다”이고 강조했다.